‘순전한’은 순수하고 완전한,입니다. 전혀 다른 것의 섞임이 없는 ‘순수’와,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는 ‘완전’이 합쳐진 말입니다. 그런데 이 ‘순전한’을 영어로 번역하면, 놀랍게도 ‘mere’입니다. ‘pure’나 ‘perfect’가 아니라, ‘단지’라는 뜻을 가진 ‘mere’입니다. 하지만 이 ‘단지’는 ‘겨우’나 ‘다만’이 뜻하는 부족하고 모자란 ‘단지’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이거 하나면 충분해!’라는 ‘순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무인양품 슬로건, That’s enough! 처럼 말입니다. 예를 들면, 제 딸이 이렇게 말해 줄 때처럼 말입니다. “아빠, 단지 아빠가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든든했어. 무섭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