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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30월_뭣이 중한 성적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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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시스루’ 마지막 사진은 이 사진입니다. 솔직히 고민을 좀 했습니다. 인상적인 풍경 사진도 있었고, 이야기가 들끓는 얼굴 사진도 있었고, 여러 의미 있는 사건들이 담긴 기념사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이 사진을 골랐습니다. 일단, 이틀 전인 28일 토요일에 찍은, 말 그대로 (현재 기준) 올해 마지막 사진이었고, 뿐만 아니라, 이 사진에는 올 한 해 제가 가장 오랫동안 정성 다해 한 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표 한 장을 찍은 이 사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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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독표는 신대원 같은 반 친구에게 선물 받았습니다. 이 표를 따라 하루에 3장씩 통독하면, 12월 28일에 신약을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통독표가 일반 통독표랑 다른 점은 바로 “맞춤”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단순히, 매일 일정 분량을 통째로 읽어 내는 수동적인 통독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친밀하고 동시에 격렬한 통독을 원했습니다. 마치 매일 ‘성경의 짐(gym)’에서 성령님께 일대일로 직접 훈련받는 것과 같은 통독을 원했습니다. 그런 제 바람을, 그 친구는 “PT”라는 표현에 고스란히 담아, “맞춤” 통독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봉독’으로 하는 개인 ‘통독PT’를 9월의 마지막 날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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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에 시작, 12월 28일까지, 하루 3장씩, 총 79회로 신약 통독을 마쳤습니다. 신대원생이 하루에 성경 3장을 매일 읽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통독PT’로 성령님과 씨름하며 저는 가장 중요한 원리 하나를 배웠습니다. 바로 말씀-통독의 ‘시간’과 ‘자리’였습니다. 통독을 다음 날로 미룬 날들이 당연히(?)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날들에는 똑같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통독으로 하루를 시작하지 못한 날들이었습니다. 분명 낮에 시간이 있는 날이라, 저녁에 아무 약속 없는 날이라, 지금 아니라 그때에 분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시간이 있고, 약속이 없어도 통독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시행착오 속에 저는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말씀의 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 시간은 하루의 처음이다! 그 시간, 그 자리를 놓치면, 다시 통독할 수 없다! 그 시간의 주인은 하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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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 전 신대원 마지막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통독도 끝나, 통독 성적표도 같이 받았습니다. 둘 다 넘치도록 ‘후히 주신’ 감사한 성적표였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통독’ 위에 ‘성적’이 서 있다는 느낌, ‘통독’이 ‘성적’을 업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유독 힘들었던 이번 학기가, 마치 ‘통독 생활’ 위에 세워진 ‘학교 생활’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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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통독한 날들이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말씀이 너무 읽기 싫고 너무 듣기 싫어서 말입니다. 고작 3장을 매일 읽는 것도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나의 죄성 앞에서 말입니다. 울면서 통독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힘든 일들로 감정이 요동치고, 요동쳤던 마음이 딱딱해져 말씀을 구겨 버리고 싶어서 말입니다. 통독표에 매일, 하루, 동그라미 하나씩 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힘들고, 감사하고, 은혜가 되었습니다. 그 ‘통독PT’가 끝났고, 그 성적표를 받은 겁니다. 돌이켜 보니, 이 ‘통독PT’가 나를 보호했고, 지켰고, 살렸습니다. 그건 살아남은, 살아난 당사자만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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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 사진이 올해 시스루 마지막 사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통독의 짐(gym)’을 차려 준 내 친구에게도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정말 조금이라도 strong&better 해진 부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덕분입니다.
통독PT로 2024년을 홀리-엔딩하게 해 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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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간단한(?) 눈 수술까지 했습니다. 2025년에는 거듭나게 하신 새 눈으로, 새롭게 '시스루 see-through'해 보겠습니다.
2025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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