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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기형도

작성자
김민주
작성시각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시인은 1979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후 교내 문학동아리 '연세문학회'에 입회하여 본격적으로 문학수업을 시작하였다. 1980년 대학문학상 박영준 문학상에 <영하의 바람>으로 가작에 입선된 바 있다. 그후 1982년 대학문학상 윤동주문학상(시부문)에 <식목제>로 당선되었으며,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안개>가 당선되어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상징적인 시어의 나열과
문장 구조의 반복을 통하여서 사랑을 잃은 후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사랑을 상실한 화자의 절망적인 내면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사랑했던 이와 헤어진 후 슬픔에 빠진 화자는 사랑의 열정을 잃어버리기 전에 가졌던 모든 것들과 작별을 고하며 문을 잠금으로써 세상과의 소을 포기하고 '빈집'에 갇힌다. '빈집'은 사랑을 상실한 화자가 세상과 단절하고 들어간 공간이자 화자의 공허한 내면을 상징한다.
이 시를 읽고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잃고서 그 사람을 구성하던 것들을 하나씩 떠나보내는 과정을 보며 본인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어떨지, 또 본인의 하나였던 그 사람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어땠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