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VC/PE업계에서 3년 차 투자심사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산업계 경력없이 덜컥 투자심사역이 된게 문제였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비슷한 시기 주니어로 시작했던 심사역들은 이제 번듯한 허리급 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해군을 달고, 본인만의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며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난 그들과 속도가 조금 다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쉽사리 움직이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조금 느렸지만 회사가 조금이라도 성장해주길 바랐다. 그리고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그 성장 과정에 보탬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이제는 움직여보고자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20개월 째 펀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2.
3년째 월급은 동결이다.
3.
문제는 대표님에게 단 한 번도 직접 월급 동결 사태에 대해 듣지 못했다.
4.
근로계약서 없이 일을 시작했고, 1년이 되는 때 써주겠다고 했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5.
일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
이렇게 적고 보니 가장 큰 이유는 회사와의 '소통 부족'이다. 임직원을 모두 다 더해서 5명밖에 안되는 작은 회사인데, 소통이 안된다니 답답할 뿐이다. 이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 걸 보니 내가 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일지도 모르겠다.
벤처투자 팀을 스포츠 팀에 비유하곤 하는데, 플레이 할 종목에 대해 공유된 정보가 없으니 결과과 없는게 당연할 따름이다. 이번 AFC아시안컵에서 "무전략이 전략이다" 라고 외친 클린스만 감독 아래 선수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물론 회사 사정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나 같이 으쌰으쌰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사실 오늘 글은 이직하려는 이유를 정리하고, 앞으로 나의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지 생각하기 위해 작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글을 마친 지금 가장 크게 드는 키워드은 '대표님과의 독대'다. 주변에서는 모두 말리지만, 대표님과 직접 대화해보고 싶다.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어떤 계획이신건지, 지금 직원들이 하는 생각에 대해 이해가 있으신건지 여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