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엄마와 나
90년대 중반 어느 겨울, 서울에서 김천으로 가는 고속버스 한 대는 총 세 번 휴게소에 들렀다. "원래는 한 번만 쉬는 노선인데 네가 하도 찡얼대니까 기사님이 애기 바람 좀 쐬게 하라고 글쎄 세 번이나 쉬었지 뭐니." 엄마는 '정병연은 키우기 어려운 아이였다'라는 주제가 대화에 오를 때면 언제나 이 얘기부터 꺼냈다. 그 다음에는 아마 동생이 태어났을 때 나를 대신 봐줬던 외할머니가 응급실에 입원하고 말았다는 얘기가 이어질 터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엄마는 그 애기에 한 마디를 더 보태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엄마가 널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 "뭘요?" "넌 멀미도 심하고 더위를 많이 타잖아." "그쵸." "근데 엄마는 멀미는 안 하고 더위보다 추위를 많이 타거든." "그것도 맞죠." "그래서 난 얘가 많이 추운가보다 싶어서 옷도 더 입히고 목도리도 둘러주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계속 울길래 아직도 추운가 싶어서 모자도 씌우고 그랬지. 털모자로." "와. 진짜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