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지만 SNS에도 순기능이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진작 끊어졌을 인연도 지금은 좀 더 길게 유지하는 게 가능하죠.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서로의 얼굴을 너무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고마운 기술입니다. 살 만큼 사셨으니 아시잖아요. 세상 참 좁다는 사실 말이에요. 언제 어디서 누구를 다시 만날지 모릅니다.
보통 인스타그램을 많이 쓰지만 (고마운 줄 모르고 더 욕심내자면) 저는 그게 좀 아쉽습니다. “그게 뭐야?”, “여기 어디야?”, “누구랑 갔어?” “그거 어땠어?” 이런 질문을 던지기 애매한 사이라면 인스타그램은 그저 달리는 차 바깥 풍경처럼 지나갈 뿐이니까요. 잘 모르는 작가의 전시를 보러 갔는데 작품 설명이 없다면 만족스럽겠습니까?
받고 싶은 게 있다면 먼저 줘야 하는 법. 그래서 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정병연과 만나게 될 분들이 계시다면 미리 스몰토크 소재들을 체크하실 수 있게 말이죠(아무도 해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만). 너무 사적인 영역으로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제가 보고 듣고 겪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최대한 솔직하게 기록하려고 합니다.
경험과 스펙과 생각과 감정 중 어디까지 보여줄지 판단하는 연습을 할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적당히 스스로를 내비칠 줄 아는 사람은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시키지도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원래 대문호의 작품보다 내 친구의 일기가 더 재밌잖아요. 제 입장에선 누군가에게 재밌게 읽힐 글을 쓸 기회이기도 하네요.
‘어떻게든 되겠지’는 제가 직전까지 쓰던 네이버 블로그명입니다. 그 이전까지 ‘말글(2014~2015)’, ‘내 말 아카이브(2015~2017)’ ‘초고창고(2018~21)’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완성도에 자신이 없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이름들인데요. 어느 순간 제 브랜드(?)를 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