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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구 저쩌구
‘질러야 한다’라는 신호: 박찬용, <좋은 물건 고르는 법>을 읽고
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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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비싼 반바지를 한 벌 샀다. 굳이 ‘비싼’ 반바지라고 쓴 이유는 자랑하려고…가 아니라, 말 그대로 비싸기 때문이다. 비이커(BEAKER) 매장에서 발견한 스튜디오니콜슨 제품으로 통이 크고 무릎을 살짝 넘기는 길이에 면 80% 린넨 20%로 만들어진 반바지다. 무신사 기준 할인가 396,990원(정가 595,000원). 난 아울렛에서 마지막 재고를 샀는데 35만원 정도 줬다.
개인적으로 비이커에서 산 첫 번째 제품이다. 지금까지 내게 비이커는 심리적 가격 상한선을 높이는 곳이었다. 여기서는 내가 산 반바지도 특출나게 비싼 편이 아니다. 그러니 여길 돌아다니다가 코스(COS)나 아르켓(ARKET)에 가면 제품 가격이 이보다 더 합리적일 수 없는 듯 느껴지는 것이다(코스나 아르켓도 일반 SPA브랜드에 비하면 다소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은 나의 ‘좋은 물건 고르는 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느 정도 금액까지는 ‘비싼 건 이유가 있다’고 보는 편이다. 물론 그 ‘정도’는 각자의 취향이나 경제력에 따라 달라질 테다. 하지만 나는 특별히 많은 돈을 투자할 만한 확고한 취향이 없다. 최저가만 고집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력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감당 가능한 선에서 비싼 걸 고를 수 있고 그러려고 한다.
물론 내가 산 반바지는 그 선을 넘어간다. 그럼에도 이 바지를 산 이유는 당연히 있다. 우선 ‘통이 크고 무릎을 살짝 넘기는 길이의 반바지’를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지난 봄에 별 생각 없이 입어봤던 제품이 의외로 마음에 딱 들었다. 사이즈가 좀 작았다. 평소라면 ‘살 더 빼면 되지’ 라며 샀을 텐데, 그러기엔 또 비쌌다. 내려놓을 수밖에. 그 아쉬움이 계속 남아 있었다.
만듦새도 훌륭했다. 허리는 밴딩 처리돼 있는데 굉장히 쫀쫀하게 느껴졌다. 지금보다 허리 사이즈가 커지든 작아지든 핏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을 듯했다. 적당한 두께와 답답하지 않은 소재까지 모든 요소가 흡족했다. 특히 실제로 입었을 때 허리부터 골반까지 이르는 부위를 감싸는 느낌이 좋았다. 무엇보다 스튜디오니콜슨 자체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있었다.
물론 그래도 비싸다. 하지만 ‘질러야 한다’는 신호가 너무 강력했다. 인생에 가끔 찾아오는 이러한 신호는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 특히 취향 개발에 힘쓰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겐 굴러들어온 기회다. 내 경우엔 그 신호를 받아들인 결과가 늘 취향 개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충분히 개발된 취향 내부에선 기호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받아든 기호가 모이고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룬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나의 ‘좋은 물건 고르는 법’이 좀 더 개선될 것 같다. ‘비싼 건 이유가 있다’를 넘어 그 이유를 더 구체화해 나가는 계기로 삼으면 될까? 이건 이래서 비싸고, 저건 저래서 비싸다는 것을 찾아보고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스스로 정의도 해보고 납득도 해보면 어떨까. 적어도 나 자신이 만족하면서 낭비처럼 보이지도 않는 건강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사실 물건의 품질이 얼마나 좋은지, 그에 합당한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매우 드물다. 과장 좀 보태면 현대 미술에 감동할 능력을 가진 사람만큼 희귀할 테다. 한편으로는 억울하다. 현대 미술이야 애초에 접할 기회조차 없었으니 아쉬운 마음도 안 든다. 물건은? 일평생을 사고 쓰고 버리며 지내왔는데 우리는 여전히 쇼핑에서 적잖은 실패를 경험하니까.
하지만 박찬용 에디터의 책 <좋은 물건 고르는 법>은 바로 이런 생각을 고쳐먹게 해준다. 사실 우리는 현대 미술을 접하지 않은 만큼 제대로 된 쇼핑을 해본 적이 없다고 일러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른바 현명한 소비 생활이란 스스로 소비와 물건에 대한 문답을 지속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건을 둘러싼 복잡한 질문 사이에서 답을 내야 하는 사람은, 아울러 물건 사이에서 이런 질문을 만들어 나름의 판단을 해야 하는 사람은, 여러분 자신이다. 그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산다면 평생 각종 마케팅용 신화와 마케팅 이벤트에 파묻힌 채, 자신이 파묻혀 있는 줄도 모르고 소비자본주의의 부품이 되어 살아갈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이미 그렇게 체제의 잠재 부품으로 살아가고 있을 테고.

- 박찬용, <좋은 물건 고르는 법>
이 책에는 저자가 세워온 자신만의 ‘좋은 물건 고르는 법’이 담겨 있다. 구체적인 브랜드와 가격대를 직접 언급하기도 한다. ‘오옷, 메모해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접어뒀다. 그것이야말로 저자가 지양하고자 하는 것이었을 테니까. 아마 이 책을 덮은 뒤 시작해야 하는 고민은 이런 게 아닐까. ‘이 사람은 이런 생각으로 이런 기준을 세우고 이런 소비를 하는구나. 자, 그렇다면 나는 어때야 할까?’
📚 박찬용 <좋은 물건 고르는 법> 밑줄 그은 문장을 보려면? 아래 박스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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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연
지들끼리 지지고 볶고: 사이먼 쿠퍼 <옥스퍼드 초엘리트>
<옥스퍼드 초엘리트>의 내용을 요약하면 ‘지들끼리 지지고 볶고 난리치더니 결국 사고쳤네’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표현이 좀 경박한가? 내 한계다. 죄송하다. 다행히 책은 그렇게 쓰이지 않았다. 명확한 문제의식과 고유의 관점, 탄탄한 취재, 잘 훈련된 저널리스트의 깔끔한 문장이라는 여러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훌륭한 논픽션이다. 부제를 같이 보자. 옥스퍼드 초엘리트 - 영국을 지배하는 이너서클의 습관, 약점, 그리고 악행. 클리셰 짙은 단어들의 집합에 심드렁하다가도 뭐가 이리 거창한가 싶어 따져보면 책 내용에 충실한 제목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자체로 멋진 제목은 카피라이팅의 영역이지만 독서 후에 와 닿는 제목은 한줄평의 영역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선호한다. 왠지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다시 한번 읽어보자. 옥스퍼드 초엘리트 - 영국을 지배하는 이너서클의 습관, 약점, 그리고 악행. 저자인 사이먼 쿠퍼는 ‘영국을 지배하는 이너서클’로 ‘옥스퍼드 출신(그 중에서도 일부 그룹)’을 지목하고 그들의 ‘습관, 약점, 그리고 악행’을 드러냄으로써 그것이 하나의 엘리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저자인 사이먼 쿠퍼 역시 옥스퍼드 출신이기에 가능했던 저술일 테다. 그나저나 ‘초’는 왜 붙을까? 엘리트가 아니라 초엘리트인 이유 말이다. 그 연유를 설명하기 위한 기나긴 논증이 이 책의 알파요, 오메가다. 조금만 읽어봐도 옥스퍼드 출신이면서 현재 영국의 정치인 혹은 언론인 등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은 시간 인터뷰한 것이 느껴진다. 좀 스포하면 저자는 이들 엘리트들이 엘리트로 추대되는 것이 능력이나 전문성 등과 별 상관없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참고로 이 책의 원제는 ‘Chums’다. ‘chum’은 ‘친구’라는 뜻인데 우리가 익히 아는 ‘friend’에 비해 비격식적이고 남성중심적 단어라고 한다. 나는 이쪽이 좀 더 함축적인 제목이고, 그래서 카피라이팅의 영역에 속한다고 본다. 어쨌건 ‘Chums’는 영국 사회 지도층이 이권 카르텔 같은 게 아니라 꽤 많은 걸 공유하며 끈적하게 엮여 있는 관계라는 사실을 은근하게 암시한다. ‘그사세’라고나 할까. 사립학교를 나와 옥스퍼드에 입학하고 옥스퍼드 유니언(동아리)에서 활동하다 졸업 후에 정치인 혹은 언론인이 되는 인생을 사는 이들에게 ‘브렉시트’는 당연한 결과다. 이것을 내 식대로 요약한 게 이 글의 맨 첫 부분에 쓴 문장이다. 그리고 이 책이 놀라운 점은 그것을 이해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게 쓰였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독서 경험인 만큼 직접 겪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 📚 사이먼 쿠퍼 <옥스퍼드 초엘리트> 밑줄 그은 문장을 보려면? 아래 박스를 클릭!
병연
인플루언서와 커뮤니티: 존 리비 <당신을 초대합니다>
혼자서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사람은 없습니다(이중인격이 아닌 이상). 물론 여러 사람이 모였다고 무조건 커뮤니티라고 말하지도 않죠. 그 사람들이 모인 이유, 목적, 방식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비로소 커뮤니티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다수의 사람’은 커뮤니티의 필요조건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커뮤니티는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커뮤니티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그들을 데려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렇게 데려온 이들을 계속 머물게 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그래서 우린 커뮤니티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존 리비의 『당신을 초대합니다』를 읽었습니다. 위 질문들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대답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커뮤니티 기본서로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인플루언서와 커뮤니티의 관계를 중점으로 리뷰했습니다. 존 리비는 영향력, 인간관계,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행동과학자입니다. 다양한 업계의 리더들을 모은 ‘인플루언서 디너’를 운영했죠. 『당신을 초대합니다』는 그런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책입니다. 사람들을 모으려면 어떤 부분을 건드려야 할지,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 커뮤니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알려줍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이 책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리 좋지만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띠지에서 강조하는 “글로벌 기업 CEO, 노벨상 수상자, 할리우드 스타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한 저자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저와 너무 먼 이야기거든요. ‘그들이 사는 세상’이 뭐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고요. 성공한 사람이 성공을 거머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전하는 성공담은 평범한 제게 매우 제한된 통찰만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아래 대목을 살펴보고 ‘속는 셈 치고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여 년 동안 나는 수백 번의 저녁식사에 수천 명의 사람들을 초대했으며, 참석자들에게 서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깊고 유의미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또 IT기업에는 개별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었고, 일반 기업에는 보다 건강한 기업문화를 조성해 주었으며, 스타트업에는 고객들과 의미 있고 지속적인 관계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세일즈 프로세스를 만들어 주었다. 비영리재단의 경우는 대의에 충실한 후원자 모임을 구성하여 지원했다. - 존 리비,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하 같은 책) 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진술입니다. 책을 통해 소개하는 것은 특정한 조건을 갖춘 누군가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적당히 응용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얘기죠. 단순히 자기 인맥 자랑하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정작 저에게는 별 도움도 안 될 흰소리만 늘어 놓을 것 같진 않다는 신뢰감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책에서 그는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할 만한 인플루언서들을 네 그룹으로 분류한 다음,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룹이 어딘지 철저히 따져볼 것을 주문합니다. 그들을 만나는 방법이나 유의미한 관계를 맺는 방법은 그 다음 단계의 고민이라는 것이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유명인이나 거물들과 어울리면 멋지고 근사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런 관계는 대부분 당신의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당신의 삶의 질을 개선시켜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한 관계를 개발하고 싶다면 마크 저커버그를 알아 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 이런 경우엔 학교 학과장이나 교육 지도자 같은 커뮤니티 인플루언서와 사귀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 즉, 오피니언 인플루언서나 커뮤니티 인플루언서보다 글로벌 인플루언서를 사귀는 것이 반드시 더 좋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무조건 다른 그룹보다 우위인 그룹은 없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인생과 커리어, 사업체를 위해 당신이 무엇을 원하느냐이다.
병연
커뮤니티 매니저 채용공고 분석해보니
직군으로서 커뮤니티 매니저는 앞으로 더 세세하게 분류될 것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비교적 최신의 개념이다. 시장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시작점은 불과 2010년대에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관심사 기반의 네트워킹에 대한 니즈와 자기계발 및 성장에 대한 니즈를 겨냥해 트레바리 같은 유료 모임 서비스가 나타났다. 온라인에서는 무신사와 스타일쉐어, 오늘의집 같은 서비스가 성공하면서 커뮤니티에 커머스 기능을 붙이는 모델이 자리를 잡았다. 커뮤니티 매니지먼트도 새롭게 등장한 일이었다. 레퍼런스가 없으니 기업은 제각기 상황에 따라 커뮤니티 매니저의 주요 업무와 필요 역량 등을 다르게 정의했다. 공유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의 커뮤니티 매니저, 커머스 기업인 오늘의집의 커뮤니티 매니저, 모임 플랫폼 기업인 문토의 커뮤니티 매니저, 콘텐츠 플랫폼 기업인 플로의 커뮤니티 매니저는 같은 이름으로 다른 일을 한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직군'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라고 모두 같은 디자이너가 아니듯 커뮤니티 매니저라고 모두 같은 커뮤니티 매니저가 아니다. 디자이너에 비해 짧은 역사로 인해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군이 세세하게 분류될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지금은 뭉뚱그려서 얘기되고 있지만 한국에선 곧 정리되지 않을까? 네이버와 카카오가 커뮤니티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걸었으니. 양적 성장이 끝난 네이버와 카카오는 질적 성장을 노리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양대 IT기업으로서 그들의 행보에는 과도할 정도로 큰 사회적 관심이 쏟아진다. 어쩔 수 없다. 두 기업의 서비스 이용자 집단은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과 일치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커뮤니티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걸었다는 사실은 더욱더 의미심장하다. 왜 그럴까? 먼저 ‘이용자 집단이 대한민국 국민과 일치’하는 상태에 대해 살펴보자. 언뜻 보면 궁극에 다다른 상태인 듯하다. 그러나 기업에게는 한편으로 굉장히 두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이용자 수를 늘리지 못한다는 것은 곧 성장이 정체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물론 배부른 소리다.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니까. 그정도 되면 리스크 관리만 잘해도 이용자 수가 빠질 일은 없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대체불가능성 때문에 강력한 락인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은 늘 신성장 동력을 찾는다. 그 유명한 붉은 여왕 가설이 나올 타이밍이다.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해” 양적 성장이 안 되니 성장 전략의 초점은 질적 성장으로 간다. 이용자 한 명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단적인 예가 카카오의 오픈채팅 활성화 전략이다. 지인과의 대화방에 그치지 않고 불특정 다수와의 대화방도 열 수 있다면? 이용자 한 명이 카카오톡에서 맺는 관계의 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네이버의 오픈톡도 맥락을 같이한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가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용자를 그냥 모으는 것이 아니라 잘 모으고 싶기 때문이다. 관심사와 같은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잘 분류된 이용자 집단은 그 자체로 훌륭한 자산이다. 광고나 쇼핑 등으로 연결하기도 용이한 것은 물론 플랫폼의 영향력을 더욱더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기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