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시절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던지기는 쉽지만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들이 있습니다. 그런 질문들은 보통 삶의 근본에 가 닿습니다. 자기 경험과 생각을 스스로 파고들지 않으면 쫓아갈 수 없는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 볼까요.

“학창시절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한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학창시절을 ‘현재의 나와 분리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놓인 시간의 덩어리’로 인지할 수 있을 것. 그래야만 당시의 경험과 그로부터 비롯된 복잡다단한 감정과 생각들은 인생에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에서 학창시절은 보통 고등학교 3학년 때 치르는 수능과 함께 종료됩니다. 제 경우엔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뒤에야 “학창시절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된 답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사이 저는 대학교를 다녔고 군 복무를 했고 취업 준비를 했고 신입사원으로 일을 하고 이직도 했습니다. 수많은 성공과 실패 또는 그 사이 어딘가에 해당하는 경험을 쌓으며 나이를 먹었죠. 자, 다음은 그 답의 내용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는 뭘 잘 몰라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했습니다. 당시의 저로서는 꽤 많은 걸 수능 이후로 유예해뒀죠. 그런데 말입니다. 희생이 꼭 보답받지는 않더라고요. 유예해둔 것들? 그것들이 알아서 제게 돌아오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 인생은 어느 시기를 제물로 바쳐 또 다른 어느 시기를 빛내는 방식으로 살아지지 않아요. 연속해서 꽝만 나오는 경우의 수도 분명 존재합니다.

물론 희망을 버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고개를 드세요, 용사여. 제가 살아보니 수능을 망쳐도 삶은 그럭저럭 이어집니다. 때론 아쉽지만 또 때로는 아주 훌륭하게 계속됩니다. 당연히 그 모든 게 조금씩 더 좋은 결과로 남았다면 저는 지금 조금 더 좋은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삶을 아쉬워하고 있을까요? 아니요. 제 생각에 저의 최선의 삶은 바로 지금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현재를 보냈으니까요. 그렇게 보낸 현재가 과거가 되고 그렇게 쌓인 과거를 발판 삼아 그린 미래가 바로 지금의 현재가 됐으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가세요.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미래에 성취를 이뤄내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살아가세요. 쏟아부을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세요. 훗날 그 시간을 돌아볼 때 ‘날 다시 그 자리에 데려다놔도 그 이상의 퍼포먼스는 보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말입니다. 그처럼 ‘모조리 불태웠다’라는 감각은 언제까지고 여러분의 자랑으로 남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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