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어떻게든 되겠지

선입견

병연

요즘 정병연은(24.05.16)

노마드션이라는 여행 유튜버의 영상들을 정주행 중입니다. 2021년 9월 20일부터 이 뉴스레터를 쓰는 2024년 5월 13일까지 총 152개 영상을 올렸네요. 구독자 수는 51만 명,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 실력이 특징입니다.
폭우가 쏟아진 어린이날 오전에 유튜브를 켰다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700년 된 절벽 다리 - 중국, 세계여행 [105]’라는 영상을 봤습니다. 아마 보통의 휴일이었으면 밀린 뉴스레터나 책을 뒤적거렸을 텐데 전 날의 과음으로 인해 숙취에 시달리다보니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노마드션이라니. 난생 처음 들어본 이름입니다. 여행 유튜버라고는 빠니보틀과 곽튜브 그리고 둘과 관련 있는 몇몇 유튜버가 전부인데요. 심지어 그 ‘몇몇 유튜버’들의 영상은 한 편도 보지 않았는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 낯선 유튜버의 영상을 봤나 싶습니다.
당시엔 홀리듯 영상을 봤는데요(술이 덜 깼을 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가 중국 곳곳을 여행하는 영상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끌림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저는 지금 중국어와 중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거든요. 게다가 이미 정주행을 끝낸 빠니보틀과 곽튜브도 아직 가지 않은 나라입니다.
추천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재밌습니다. 뭐가 재밌냐면…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여행 유튜버의 영상에서 느끼는 재미에 대해서는 예전에 써놓은 토막글로 대신 설명하겠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러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여행객과 택시비 흥정을 하면서 하루를 꾸려나가고, 누군가는 구닥다리 장난감을 최신 아이폰보다 흥미로운 물건인 양 영업한다. 또 누군가는 저 먼 나라의 외국인이 마련해 놓은 별장을 관리하며 살고, 누군가는 생각지도 못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판다. 심지어 맛있다(맛없을 때가 많다). 누군가는 영어를, 스페인어를, 러시아어를, 알 수 없는 그들의 언어를 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러 사람이 있다.
(…)
별 일 없다면 내가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여행을 가서 다른 언어를 쓰고, 택시비를 흥정하고, 그 나라의 주민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처음 보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볼 때면 그것만으로도 내 삶을 환기시키는 기분이 든다. 여행도 즐기지 않고 유튜브도 안 보는 내가 그들의 영상을 꼬박꼬박 재생시키는 이유는 단지 그뿐이다. 살짝 유행이 지난 표현이지만, ‘영감’이 된다. 그래서 즐겁다. 아직도 볼 영상은 많이 남았고 올라올 영상도 더 있을 테니까.
둘째,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리는 계기가 됩니다. 이것은 노마드션의 중국 여행 영상에 꼭 달리는 댓글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중국인 하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있는데요. 물론 그런 상황이 전무하진 않으나 적어도 노마드션의 영상에서는 ‘어딜 가나 겪을 수준’으로 나옵니다. 그 외 대부분의 영상은 우리가 이해 가능한 범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내어주는 순수한 호의로 채워져 있습니다.
딱히 선입견이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그것으로 판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믿었던 저 자신도 사실은 ‘재미있는 중국 여행 유튜브 영상’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통제’하는 곳이기 때문에 타 국가에 비해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여겼죠.
심지어 노마드션은 중국의 소수민족들을 찾아 다니는 게 주요 콘셉트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보다는 작은 도시 혹은 시골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런 것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습니다. 여러분은 상상하셨나요? 그렇다면 적어도 저보다는 훨씬 성숙한 분이십니다.
플랫폼은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높이는 방식으로 돈을 벌죠. 그렇기 때문에 알고리즘은 의도적으로 이용자가 질 낮은 콘텐츠의 늪에서 허우적대게 만든다고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와 같은 세렌디피티를 선물하기도 하네요. 알고리즘…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중독되는 것일까요?

지난 레터 이후에

지난 2주 간 쓴 글은 한 편입니다. '글쓰는 것' 말고 다른 것들에 좀 더 집중했던 기간이었습니다. 블로그를 어떻게 빌딩하면 좋을지 고민을 좀 했고요. 풀칠 리뉴얼 회의를 했습니다. 밥벌이 에세이레터를 표방하는 만큼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세팅했던 정체성이 3~4년이 지난 지금은 저희에게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진다는 데 큰 공감대를 이뤘어요.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다소간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방 저지와 디스리스펙: 맨스티어 디스전의 의미에 대해 썼습니다. 생각 정리를 위해 메모를 해서 스토리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공감을 받아 긴 글로 푸는 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힙합이 다른 장르에 비해 전체가 하나의 서사(?)로 굴러가는 성격이 있어서 알면 알수록 더 흥미로워지는 경향이 있어요. 힙합 씬이 세계관이고 아티스트들은 각자 개성을 지닌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쇼인 셈이죠. 저도 하드코어 팬은 아니라서 못 보는 지점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일단은 제가 사랑하는 장르니까, 이 장르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문장 수집은 꽤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데일리는 아니지만 2~3일에 한 번씩 몰아서 정리하고 있어요. 정리하다보니 롱블랙과 Ep9의 비중이 크네요.
지난 2주 사이에 완독한 책은 로빈 던바의 “프렌즈”, 김초엽의 “파견자들”, 김지원의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각각의 서평은 추후 업데이트 예정.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박찬용의 “좋은 물건 고르는 법”과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입니다. 음. 일론 머스크는 언제 다 읽을런지 모르겠군요.

답답장 드립니다

오징: 여름이 오기전엔 만나서 오프라인으로 응원을 주고 받자! 장병연 아카이브 파이팅 기대됩니다..
병연: 벌써 여름이 돼 버렸는 걸...6월 초까지는 늦봄으로 칩시다.
Subscribe to 'workoutsomehow'
Subscribe to my site to be the first to receive notifications and emails about the latest updates, including new posts.
Join Slashpage and subscribe to 'workoutsomehow'!
Subscri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