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내자 아스날. 화이팅 아르테타. 굿바이 벵거.

2023년 2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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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팬심이 돌아왔다.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이자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의 런던 지역 라이벌 아스날 얘기다. 이번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내 관심사는 기어코 홀란드마저 데려온 맨시티가 얼마나 무시무시해질까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시즌 반환점을 지난 현재 아스날은 그 맨시티보다 한 경기를 덜하고도 승점 5점을 앞서 무려 1위를 달리고 있다(맙소사). 기복 없는 경기력에 ‘어라?’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대하면 안 되는데... 이렇게 생각한다는 건 이미 기대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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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 시즌을 마지막으로 아르센 벵거 감독이 팀을 떠난 이후 아스날 경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아스날 팬을 자처하기 시작했던 때가 2007/2008 시즌이었으니 대충 10년 정도 덕질하고 5년 정도 휴덕기를 가진 셈이다. 벵거 없는 아스날은 무의미하니 함께 떠나련다... 같은 마음은 아니었고 그냥 경기가 재미 없었다. 못하는 팀의, 심지어 한국시간으로 밤이나 새벽에 하는 경기를 꼬박 챙겨보기엔 여유가 부족하던 시기였다. 아스날의 순위는 이미 꾸준한 하락세였으니 벵거의 퇴임은 좋은 핑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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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거는 고집 센 모범생 같은 감독이었다. 결국 자신이 내놓고 싶은 것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늘 반듯한 정장 차림으로 경기에 임했던 그는 별명조차 ‘교수님’이었다. "나의 꿈은 타이틀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다. 단 5분이라도 아름다운 축구를 지속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곧 아스날의 축구 철학이었고 그것이 가끔 경기장에서 실현될 때면 팬들의 가슴은 꿈으로 부풀어 올랐다. 2013/2014 시즌 아스날과 노리치의 경기에서 나온 잭 윌셔의 골을 본다면 무슨 말인지 곧바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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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꿈만 먹고 살 수 없다. 귀여운 월급 통장을 움켜쥐고 작은 방 한 칸에서 삶을 꾸리는 나조차 아는 사실이다. 하물며 지구상 가장 부유하고 화려한 스포츠 산업인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오죽할까. 리그 4위와 챔스 16강이 한계라며 타팀 팬들에게 '4이언스' 따위의 놀림을 받던 때가 차라리 호시절이었다. 우승 경쟁은커녕 챔스 진출권 경쟁에서도 밀려난 벵거와 아스날은 더 이상 놀림거리조차 되지 않았다. 무패우승에 빛나는 아스날 역사상 최고의 감독 아르센 벵거는 마지막 시즌을 빈손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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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스날의 지휘봉을 잡은 이는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다. 아르테타가 부임했을 때 아스날의 슬럼프는 여전한 상태였다. 실은 그 역시 지난 시즌 경질 위기였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아스날은 아르테타를 한 번 더 믿었다. 선수 시절 팀의 주장을 맡았던 이력이 있어서? 맨시티의 수석 코치일 때 충분한 역량을 보여줬다고 판단한 걸까? 젊은 감독의 잠재력에 베팅해볼 만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 같다. 음... 역시 나이도 스펙임을 새삼 느낀다. 어쨌든 고개를 들어 순위표를 보라. 아르테타는 그 믿음에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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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스날의 풀타임 경기를 라이브로 봤다. 벵거의 아름다운 축구를 구현하고자 열심히 운동장을 뛰어다녔던 선수들은 대부분 팀을 떠났다. 유일하게 아르테타가 남았다(돌아왔다). 다만 그는 이제 뛰지 않고 지휘를 한다. 왜냐하면 감독이니까. 벵거의 아스날이 한끗씩 아쉬웠던 부분을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깔끔하게 채워내고 있다. 아스날의 전반기 최다 승점 기록을 갈아치우며 벵거의 흔적을 한 뼘 더 지우기도 했다. 과연 우승까지 할 수 있을까? 하면 좋겠다. 힘내자 아스날. 화이팅 아르테타. 굿바이 벵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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