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면교사는 없다 [풀칠 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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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상사와 대거리를 벌인 날이면 니체가 했다는 멋진 말을 퇴근길 지하철(1호선) 안에서 떠올리곤 했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어쩌구 심연도 나를 저쩌구… 나는 부하 직원을 저렇게 대하지 않아야지.

알고 있다. 실은 상사가 옳았을 확률이 더 높다. 더 많은 경력을 가진 그의 판단력은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나보다는 예리했을 것이다. 직책을 고려하면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을 테니 우리 팀이 놓인 상황을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다. 이러한 추측은 충분히 논리적이다. 가끔 예외가 있긴 하지만…예외는 드물기 때문에 예외라고 부른다. 나는 내가 일반･보통･평범에서 벗어난 상황을 그렇게 자주 마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처럼 상사와 한 판 붙은 팀원 A가 있다. 그와 상사 뒷담을 하다보면 갑자기 혼자 설득이 되는 묘한 순간이 온다. 상사의 말에서 내가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었던 부분을 A가 말하고 있고, A가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었던 부분은 내가 말했던 바로 그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결론적으로 상사가 맞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동급인 동료를 통해 들으면 이해하고 동의하게 된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다. 그래서 상사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탓한다.

돌이켜보면 상사에게 가졌던 불만은 대개 내용보다 그걸 전달하는 방식 쪽으로 향했다(생각보다 까라면 까는 스타일이다). 방금 중얼거려봤는데 “알겠는데…대체 왜 그렇게 말하는 거?”라는 대사가 왠지 입에 익숙한 걸 보니 더욱더 확신이 든다. 이때 ‘전달하는 방식’은 단순히 싸가지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것도 포함되긴 하지만 다양한 요소가 있다.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설명했는지, 맥락을 충분히 공유했는지,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줬는지 등.

듣는 입장에서는 그런 게 왜 그렇게 잘 들렸는지, 말하는 상사는 이걸 모르는지, 대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되지 않으리 다짐했다. 타산지석이니라. 저것만 피하면 중간은 가겠지.

그러나 반면교사는 없다. 사실 우리는 익숙한 것의 반대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막상 상황이 닥치면 허둥지둥하게 되고 허둥지둥하다 보면 익숙한 대로 하게 된다. 상사의 위치에서 커뮤니케이션 할 때 그제서야 혼자 몰래 수치심을 느낀다. 겉으로 드러나는 내 모습이 꼭 예전의 상사를 보는 것 같아서. 그 사람도 몰랐던 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자신도 그렇게 말하는 스스로를 이해 못 했을지도 있겠구나. 이제야 깨달아요. 역시 직접 겪어봐야 안다.

자신이 혐오하던 모습을 다른 데도 아닌 스스로에게서 발견했을 때 마치 괴물이 된 것처럼 느끼기 마련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리더십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 듯하다. ‘초보 팀장’을 겨냥한 콘텐츠가 잘 팔리는 배경도 짐작이 간다. 반면교사가 아닌 정면교사를 찾고 싶은 거겠지. 그저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아서. 참 어렵다. 일을 잘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도.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괴물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면교사는 없다 [풀칠 180호]](https://fullchill.stibee.com/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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