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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계절은 소음 하나 없이 온통 하얀색이었다.
쏟아지는 별과 우주와 마음과 너, 그리고 우리.
덜그럭거리는 기계음과 느리게 퍼지는 심장의 박동이 우리 사이를 가득 채우고
어김 없이 시선이 마주쳤다.
안녕.
우리는 또 이
행성에서 살아가ㅡ.
우주와 안드로이드와 인간, 그리고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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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그림
00
데시
데카, 시나
  1. 그림
01
BELFINN
피니건 쇼, 비숍 벨포어
  1. 복합
02
히로시오
타카시 히로토모, 시오미
  1. 그림
03
한나라
단우주, K
04
사라레이
사라, 레이
  1. 그림
05
웨딩마치
마치, 슈리 아리엘라
06
네이렌
네이선, 세이렌
  1. 그림
07
시게시모
이야나가 시게후미, 시모 류우카
  1. 복합
08
UTURN
사토 유즈키, 아오사키 새턴
  1. 그림

05

페어명
웨딩마치
캐릭터 이름
마치, 슈리 아리엘라
분류
글 전문(마치)
마치는 우주선에 탑승하기 전 엔지니어가 보여줬던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금발의 머리카락에 녹색 옷을 입은 아이가 작디작은 자신의 행성에서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 그래, 그런 이야기였다. 그가 보여준 책은 삽화가 없었고 간략하게 요약된 줄글만 있었지만……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그 행성은 ‘이곳’과 똑 닮았다고. 물론 이곳엔 장미 한 송이와 바오밥나무가 없고, 종류를 알 수 없는 돌이나 먼지덩어리만 가득하지만.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느낌! 안드로이드가 가진 ‘느낌’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러니까…… 소개하자면, 마치는 오늘로 ……일 정도─지구에선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이 행성 M-EchO-1527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다.

담당 프로젝트는 「Echo」, 제조명은 「Page-T」, 모델명 「Ma-Chi」. 하는 업무라곤, 글쎄!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물질을 모두 채집해서 우주선에 싣는 것? 굉장히 지루하고 심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마 그가 성실하지 않은 안드로이드였다면 진작 주저앉아서 바오밥나무 모양의 모래성을 만들었을지도 모르지. 아, 이 경우엔 모래나무인가…… 라는 농담이나, 성실하지 않은 안드로이드가 존재하긴 하냐는 질문은 뒤로 밀어두도록 하자.

어쨌거나 중요한 건 결론이다. 그가 안드로이드가 아니었다면 진작 질려버렸으리라는 것. 하지만 마치는 괜찮았다. 왜 괜찮냐고 하냐고 묻는다면…… 음! 짧은 버전으로 이야기할까. Page-T 안드로이드는 모두 단순 보조, 서포트 위주로 작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정도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지…….

그래서 갑자기 왜 자기소개를 하고 있냐고.

그야, 첫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돌이나 먼지덩어리만 가득한 이 행성에 불시착한, …… 이 우주선 너머로!

이 모든 생각은 그저 안드로이드의 데이터 복기일 뿐이고, 실제로 음성으로 상대에게 전달한 건 아니니 그저 독백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아, 그런가? 이게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주마등이구나!! 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 안드로이드는 당장 목숨이 위험한 게 아니긴 하지만, 너무 까다롭게 굴진 말자.

“…… 실례합니다?”

마치는 채집통을 그대로 끌어안은 채, 주먹을 쥐어 가볍게 우주선의 문을 통, 통, 두드렸다. 얼마 전에 받은, 지구에서 온 통신을 떠올린다. 지원 인력을 보내준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성분 채집에 진전이 있으니 더욱 힘내달라는 상투적인 이야기 외에는. 그러니까 아마 이 문 너머에 있는 건 자신의 동료,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진 않을 거란 소리다……. 그렇다면 과연 누굴까? 평범한 우주 미아? 아, 책에서 녹색 옷의 아이가 사람을 만난 것도 이런, 비슷한 전개였던 것 같은데…….

잠깐. 그렇다면.

“…… 혹시 외계인인,”

덜컹.

“꺄아악!!!”

창문이 열렸다. 마치는 깜짝 놀라며 두어 걸음 물러났다. 등을 돌리고 도망갈 순 없었다. 푸쉭거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열린 새까만 창문 너머로…… 하얀 머리카락이 보여서. 정확히는 우주복 헬멧 안쪽에서 보이는 머리카락이. 인간인지 외계인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일단 인간형인 누군가가 나왔다! 그 ‘누군가’가 무언가 말하는 듯 뻐끔거리는 게 시야에 보였는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마치는 아, 하고 자신의 음성 인식 스위치를 올렸다. 그동안 자신 외의 다른, 그러니까 대화 능력을 갖춘 지성체와 대화할 일이 별로 없어서 업무 효율을 위해 꺼놓은 스위치였는데. 그러자 청각 센서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말뜻을 바로 이해하진 못했다. 어려운 표현은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와는 느낌이 달랐다. 그러니까, 어. ‘이럴 때 쓰는 게 번역 스위치, 가 맞던가?’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다른 스위치를 올렸다. 이건 정말 드물게 써본 기능이었는데.

“미안해요!! 아아, 갑자기 떨어질 줄 몰라서 우주복을 챙겨입느라고.”

“…….”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알려줄 수 있나요?”

상대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인사하자는 듯 손을 뻗으며 마치에게 다가왔다. 너머로 보이는 우주선의 모습은 제법 평범했다. 외계인이라기엔…… 지구에서 봤던 설비와 제법 비슷했다. 아니, 자신이 타고 온 우주선과도 꽤 유사했다. 디테일한 건 다르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 그럼 지구인인가? 외계인이 아니라? 확실히, 지구에서 개발한 번역 프로그램이 쓸만하게 먹히고 있다는 게 증거가 되긴 했다. 아니면, 요즘 외계인은 지구의 언어를 주 언어로 사용한다거나…….

아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 해, 행성 M-EchO-1527…….”

“그렇군요! 모르는 곳이네요! 그런데 표정이 좀 이상한데. 혹시 어디 불편하신가요?”

“…… 대화가…….”

“네!”

“대화가…… 되네.”

“네?”

——

진짜 바보 같은 소리를 했다…… 고 후회하는 것도 잠시. 자신을 ‘슈리 아리엘라’라고 소개한 사람은 오히려 ‘당연하죠!’ 하고 웃으며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자며 자신을 이끌었다. 우주선에서 나와 돌과 먼지만 가득한 곳에 자리를 잡아, 나란히 앉기까지 해서. 어쩌다 보니 이곳에 떨어지게 됐다며, 우주 미아가 되었다는 말과 다름없는 소리를 하면서도 그는 태연했다. 겁이 없는 건지, 안심하고 있는 건지. 행성 좌표를 알려줬고, 통신망도 멀쩡히 작동하는 것 같으니 답장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아주 최악은 아니긴 한데…….

마치는 괜히 눈동자를 돌리다, 슈리에게 질문했다. 평소에 음성 센서를 사용할 일이 워낙 없다 보니, 아까부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슈리는 개의치 않았다. 마치가 말을 더듬어도 기다려주고, 로딩이 오래 걸려도 기다려줬다. 다행스럽게도.

“파티라는 거, 그렇게 재밌어?”

“그럼요! 365일, 매일매일을 파티만 하며 보내고 싶다는 사람도 많은걸요.”

파티.

어쩌다 이런 흐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생각해 보니 책에도 파티라는 단어가 나왔던 것 같은데. …… 아마? 아마.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파티라는 건 마치에게 굉장히 생소하고 신기한 개념이었다. 그야, 당연히……. 안드로이드를 위해 파티를 열어주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걸. 음, …… 확신하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닐지도. 하지만 적어도 마치가 알던 자들은 그랬다. 그들은 프로젝트를 돕는 안드로이드가 필요했던 거지, 인간처럼 웃고 즐기는 안드로이드가 필요하진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파티를 열어줄 이유가 없었고, 그에 대한 지식을 알려줄 이유도 없었고, 안드로이드가 그걸 알아야 할 이유도 없었고…….

그러니 지금의 대화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사전적으로만 알고 있던 내용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가 이것저것 들어와서. 마치는 눈을 반짝이며 슈리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이야기한다. 원하는 옷을 차려입는 사람들도 많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신다. 음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차분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추구하기도 하지만, 화려한 장식을 가득 채워 반짝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은하수처럼. 채집은 안 하고 이렇게 이야기만 나누고 있어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채집 아냐?’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고 있잖아!

“…… 아리엘라 씨도? 매일 파티만 잔뜩 하고, 그래?”

“파티를 준비하는 시간도 포함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말에 마치가 눈을 끔벅인다. 안드로이드에게 장착된 안구 파츠에 불과한데, 왜 그렇게 슈리를 지그시 바라보게 되는지.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두근거렸다. 파티, 파티. 어쩐지 두근이라는 단어와 어감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해. 결국 그 또한 심장 파츠겠지만.

그럼 슈리는 지금도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걸까? 이 행성에 불시착한 것도 그 연장선인 걸까. 어떤 파티를 준비하고 있길래. 그런 질문을 잔뜩 떠올리다, 결국 정리하지 못한 얼굴을 한다. 그럼에도 기대는 선명하다. 그렇구나.

“그래서 아리엘라 씨는 반짝이는 거구나!”

본인이 파티, 그 자체인 사람이라서.


글 전문(슈리 아리엘라)
겨울, 차디찬 바람이 불고 뼈가 시린 날.

문득 우주로 떠나기로 했다. 이런 날일수록 저 하늘 끝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어쩌면 거기서 따스함을 느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인간들이 모여있는 지구라는 행성은 이렇게도 따스하구나. 한 줌의 인류애를 멀리서나마 지켜보고 싶었다.

그렇게 다짐하고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은 잘 될 리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궤도 이동, 말을 듣지 않는 조종대, 당연히 조종사가 아니기 때문에 조작할 수 없었다. 1인 캡슐 로켓이 이렇게 위험한 거였다니!

[자동 운전 모드 일시 중지. 임시 탈출 행성 검색… 적정 행성 발견. 이동 경로 변경]

모처럼 떠난 계획 없는 여행이 엉망이 된 것만 같았다. 다행히 조금만 충전하고 있으면 원격 제어로 시스템을 고쳐서 원래 목적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죽지 않은 게 어딘가 안심하고 있는 순간,

‘통, 통.’

누군가가 우주선의 문을 두드렸다. 혹시 내가 불시착한 행성이 인간을 적대하는 외계인이 사는 곳이면 어쩌지? 아니면 내가 건들면 안 될 곳을 왔다던가? 임시 탈출 행성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싸움도 못 하고, 기술도 없는 나는 그대로 죽게 되는 걸까? 일단 구석에 움츠려있었다. 우주선 밖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론을 내리자면 악의적인 목소리는 아닌 듯하였다. 아, 그러면 나가도 되나? 혹시 모르니 우주복을 챙겨입어야겠다.



그렇게 시작된 첫 만남.

자신을 마치라고 소개한 안드로이드는 자신이 살고 있는 행성에 대해서,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해서 설명해 주었다. 결론적으로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대충 알아들은 척 그렇구나, 열심히 대답해 주었다. 안드로이드라고 하더라도 이 아이는 감정 기능이 탑재된 것과도 같았고, 감정 기능이 있다는 건 인간과 다를 바 없지 않나? 적어도 슈리 아리엘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치’는 입력된 프로젝트 외에는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당연하지만 이곳에 보내지기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그 자체였다. 그런 아이에게 감정 기능을 넣은 건 너무하지 않나? 실제로 마치를 개발한 사람이 감정 기능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슈리 아리엘라에게는 마치의 감정이 느껴졌다. 일반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얼마나 여기서 외로웠던 걸까. 파티라는 단어 하나에도 이렇게 눈을 반짝이는 이 아이가 어떻게 인간과 다르겠는가.

“원래 휴가 때는 일을 안 하는 주의지만!”

다짐한 듯 주먹을 쥐고 일어섰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마치가 놀란 듯 슈리를 바라보았다. 슈리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마치를 바라보았다. 슈리는 마치에게 손을 내밀고는 자신의 우주선을 가리킨다. 마치는 그 손을 말똥말똥 쳐다만 본다. 괜찮다는 듯 슈리는 마치의 손을 잡고는 마치를 이끌곤 우주선으로 향한다.

“함께 해요, 파티!”

그렇게 시작된 마치와의 2인 파티.

두 명에서 파티한다는 건 간단한 일이다. 과자 파티, 파자마 파티 등등… 파티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 또한 파티의 일종이고 이 안드로이드는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하겠지만, 그걸로는 이 아이의 추억에 남지 못할 거란 생각이 되었다. 언젠가 이 아이가 지구로 돌아가서 데이터가 삭제되더라도 어렴풋하게 남을 무언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분명히 간단한 일이었는데… 우주선에서 이것저것 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휴가 때는 일을 안 한다는 주의’라는 맞는지 파티용품처럼 보이는 것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적당한 행성을 찾아 쉬다 올 거라 그런지 맛있는 음식도 많지 않았다. 옷은 몇 벌 들고 왔지만, 자기 옷만 챙겨왔기 때문에 파티복이라고 하기엔 파자마 파티도 못 할 정도였다. 직업병이 도졌는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같은 말을 내뱉으며 슈리는 한동안 까다롭게 굴기 시작했다.

얼마큼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는지 마치는 슈리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기만 했다. 드디어 적절한 것을 찾았는지 슈리는 신난 듯 마치의 옆에 앉아 자연스레 손에 쥐여주었다. 마치의 손에 딱 맞는 크기의 칼림바가 쥐어졌다. 물론 마치는 이걸 왜 나에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손가락으로 튕겨 음색을 내는 악기라서 초보자도 쉽게 연주할 수 있을 거예요. 파티에는 음악이 빠질 수 없거든요. 마치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해 보도록 해요. 아는 음악이 없다면 그냥 손이 닿는 대로, 음색이 울리는 대로 마치의 음악인 거예요.”

이렇게 연주하는 거라는 듯, 손가락으로 칼림바의 금속판을 튕겼다. 작은 소리가 울림이 되어 퍼져나갔다. 마치의 눈에서 반짝임이 스쳐 지나갔다. 정말로 반짝이는 존재는 당신인데. 입 밖으로 말하려는 순간 마치가 금속판을 튕기기 시작했다. 돌이나 먼짓덩어리만 가득한 이 행성에 음율이 울려 퍼진다. 마치 이 세상에 이 금속판이 울려 퍼지는 소리만 존재하는 듯. 곧 쑥스러운 표정을 한 이 안드로이드는 입술을 떼어 소리를 내었다.

“이렇게 연주하면 되는 거야?

“잘 연주하시는데요?”

손뼉을 치며 하나 더 준비했다는 듯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물론 마치는 핸드폰을 알고 있었다. 이 흔한 걸로 무슨 대단한 걸 보여주겠지 같은 기대감이 느껴지는 듯하였다. 실제로 말을 내뱉진 않았지만 어쩐지 죄책감이 들어 슈리는 사과의 말을 꺼냈다.

“미안해요. 사실은 정말 화려한 파티를 하려고 했는데 준비한 게 없네요. 대신 그 칼림바랑 이거!”

핸드폰 플래시 버튼 뒤에 노란색 스티커를 붙였다. 다시 플래시 버튼을 켠다.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원래의 슈리라면 이런 것보다 더 화려한 조명을 준비했겠지만, 그런 조명도 없고 연결장치는 더더욱 없었다.

“마치 눈동자를 보니까 이 빛보다 더 빛나는 거 같아서요. 그러니까 정말로 반짝이는 건 당신이라고 생각해요.”

눈이라도 내리면 좋을 텐데. 정말 이 행성은 분위기를 모른다. 준비된 게 없으니, 행성의 날씨 탓을 해본다. 종이를 잘라서 퍼트리면 눈처럼 보이겠지만, 나중에 치우는 것도 마치겠지? 괜히 마치를 흘끔 바라보았다. 플래시를 몇 번 흔들어 별처럼 만들어보았다.

마치는 준비물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칼림바로도 충분하다며 슈리를 위로해 줬다. 정말로 괜찮은 건지, 아니면 괜찮은 척하는 건지 이 안드로이드의 감정을 판단할 수 없었다. 안드로이드에게 감정이 어딨겠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겠다마는, 적어도 지금의 슈리에게는 마치의 감정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걸 어쩌란 말인가. 아쉬운 대로 사진이라도 찍을까 싶던 찰나, 때마침 유성우가 쏟아진다. 이런 행성에서도 유성우가 쏟아지는구나. 손끝으로 유성우를 가리킨다.

“있죠, 인간들은 파티 끝에는 소원을 빌기도 하거든요.”

마치의 손을 기도하듯 감싸 쥐었다.

“안드로이드가 신을 믿는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지만, 사실 저도 무교예요. 그래도 소원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잖아요? 우리 한 번 소원 빌어봐요! 아, 말하면 소원이 안 이뤄진다는 거니까 무슨 소원 빌었는지는 비밀이에요.”

기도는 눈을 감고 하는 거니까, 소원도 그렇지 않을까. 슈리는 마치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고는 눈을 감았다. 원래 상대를 위한 소원을 비는 게 더 좋다니 오늘은 당신을 위한 소원을 빌어보리라.

불시착한 행성에서 만난, 낯설지만, 별보다 더 빛나는 당신이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