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것들의 사라짐에 대하여
저무는 햇살이 창가에 머물 때마다 나는 시간의 흐름을 본다.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알처럼 한 알 한 알 떨어지는 순간들. 청포도의 푸른빛이 무르익어 보랏빛으로 변해가듯, 우리의 젊음도 그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여름은 마치 꿈처럼 지나갔다. 쏟아지던 소나기는 이제 기억 속에서만 반짝이는 물방울이 되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의 손바닥에서 빠져나가는 물처럼, 붙잡으려 할수록 더욱 빠르게 흘러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마치 처음 죽음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서늘한 가을 바람처럼 갑작스레 찾아와 우리의 마음을 떨게 한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 그 진실 앞에서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가 된다. 슬픔은 저녁 무렵의 그림자처럼 조용히 길어진다. 하지만 그 슬픔조차도 우리 삶의 일부임을 알게 된다. 마치 계절이 변하듯, 기쁨과 슬픔도 우리 안에서 순환하고 있었다.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기에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봄날의 눈부신 빛은 영원할 수 없기에 더욱 찬란했던 것을. 그리고 이제 겨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는 조금 더 겸손해진다. 마치 나무가 잎을 내려놓듯이, 나도 서서히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다.
- gogam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