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만난 특별한 밤
가을의 문턱에 선 8월의 느즈막한 어느 주말, 나는 용기를 내어 집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의 평창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서울과 안양의 평지에 익숙한 나에게 평창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가장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여정이었다. 출발과 동시에 맞닥뜨린 가파른 오르막은 나의 의지를 단번에 꺾어놓았다. 평창의 고도는 내 다리의 힘을 시험하듯 끝없이 이어졌고,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페달을 밟으며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 "과연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의문은 코스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화이트 크로우 양조장 양조장에 주차해 둔 차는 완주를 위한 작은 미끼였다. 그리고 이 미끼는 예상 외로 큰 힘이 되었다. 특히 1km가 넘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미끼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해 질 녘의 황홀한 노을을 카메라에 담으며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고, 때로는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며 언제쯤 이 고난의 행군이 끝날지 고민하기도 했다.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가라는 스마트워치의 경고를 멍하니 바라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위로한 것은 "양조장에서 마실 수 있을 맛있는 맥주"라는 희망이었다. 그 목표가 끝없는 오르막길에 작은 위안을 주었다. 평지에서만 라이딩 해온 나에게 이 30km의 강원도 코스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종주 후 평창은 그 고된 여정만큼이나 신선하고 맛있는 맥주 한 잔으로 나를 보상해주었다. 서울과 안양의 평지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양조장 사장님의 배려로 앞마당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음미하며, 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산곡풍을 온몸으로 느꼈다. 내일 아침엔 꼭 맥주를 테이크아웃 하리라 다짐하면서도, 이 상쾌한 초가을 바람은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자전거 여행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자연과의 교감이었으며, 새로운 경험에 대한 도전이었다. 평창의 고된 오르막길과 맛있는 맥주는 내 인생에 작은 교훈을 남겼다. 때로는 힘든 과정이 있어야 더 큰 만족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것은 작은 희망과 목표라는 것을. 9월 초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나는 이 특별한 하루를 마무리했다. 평창의 오르막길과 맥주의 맛, 그리고 이 가을 밤의 추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텐트 안에 누워 별이 총총 박힌 하늘을 바라보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나의 인생의 맥주는 무엇일까?" 자전거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안 나를 지탱해준 것은 여정의 끝에 기다리고 있을 시원한 맥주에 대한 기대였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긴 여정에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어떤 목표와 꿈이 나를 힘들고 가파른 인생의 고비들을 넘어서게 하는 걸까? 어쩌면 그것은 새로운 경험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순간일 수도 있다. 혹은 자아실현의 욕구나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은 열망일 수도 있다. 각자의 인생에는 각자만의 '맥주'가 있을 것이다. 이 여행은 단순히 자전거를 타고 맥주를 마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인생의 진정한 동기와 목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고된 오르막길 끝에 맛본 맥주의 상쾌함처럼, 우리 인생의 어려움 끝에는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각자가 풀어나가야 할 인생의 과제가 아닐까? 선선한 가을바람에 깊어가는 밤, 나는 내 인생의 '맥주'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평창에서의 경험이 그 여정의 첫 걸음이 되리라. 에필로그 둔내면에 있는 둔내 김밥에서 아침, 집밥 같은 분식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