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블로그
문득 옛날에 만들었었던 네이버 블로그에 오랜만에 들어가봤다. 2010년 5월 5일에 나만 보기로 작성한 첫 글이 있었다. 시작일을 기준으로 하면 15년만의 블로깅이다. 그 때는 왜 블로그를 시작했을까?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억지로 시켜서 쓰던 일기를 제외하면 한 번도 스스로 일기를 써본적이 없다. 산발적인 아이디어를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 개인적인 글쓰기에 전부였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온갖 레포트를 제출 마감일 자정을 넘어서야 시작하는 스트레스에 고통 받기도 했지만, 내가 썼던 글을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글쓰기에 나름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5년 새해를 맞으면서 오랬동안 머릿 속으로만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더 일상적으고 의도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동료인 H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공고해졌다. 생각도 많고 대화도 좋아해서 모든 것과 모든 생각에 항상 나름대로 의견이 있는 사람이지만, 나만이 가지고 있는 반복되고 일관적인 "관점"이 있는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H는 신중했지만 항상 명확한 관점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가졌던 생각들을 더 많이 기록하고 그것들을 연결하고 가다듬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관종이자 게으른 완벽주의자여서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무언가를 올리기위해서는 너무 많은 고민을 했지만, 막상 올리고 그것의 좋아요 수나 댓글 수를 신경쓰게 되는 내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는 완결성 있는 무엇을 만들어낼 동력이 생기지도 않았다. 그래서 블로그를 선택했다! 누구든지 볼 수있는 공간에 쓰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 좀 더 편하게 내 생각을 적을 수 있는 공간. 완결성 있는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은 있지만, 위트가 있고 멋져야 한다는 불안을 주지 않는 공간. 내 이름과 똑같은 도메인을 사서 연결까지 하고나니 준비가 끝났다.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이 목표이다. 기록이 쌓이고, 연결되고, 정리되어 나름대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겼다고 스스로 믿게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 지금은 구독자 나 1명이면 충분하다.
- 생각 정리
- jaeyong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