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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초콜릿 바다
친애하는 슐츠씨 서평(박정우 2024.10.26. 회기 대체)
지난한 건 삶만이 아니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 당연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일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 이 모든 것들에는 역경과 난관이라는 오솔길이 펼쳐져 있다. 자연스러운 중력을 거슬러 무언가를 고민하고 따져보는 데에는 부자연스러운 역학적 노력이 필요하다. <친애하는 슐츠씨>라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제목의 책을 펼친 데에도 그런 과정이 수반되었다.
미국 사회는 소비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후기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유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관성이 계속되면 인간의 존엄성, 생명, 도덕적 가치같은 것들은 형해화되고 만다.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인종 문제가 그것이고, 이를 정체성의 정치학으로 밀어붙여 증오 스피치를 하는 대통령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친애하는 슐츠씨와 데이비드 케이, 주디 휴먼 같은 인물들은 이런 미국 사회의 뉴노멀, 또는 아키타입에 경종을 올려준다. 오래된 미래를 바로 우리들에게서 찾으라는 메세지를 전달해주듯이.
미국 사회의 프리즘을 한국 사회로 전이할 수 있을까? 한국은 유행이 빠르고 소비가 빠르다. 명품 소비를 1인당 소득 기준으로 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어찌보면 기존의 가치관, 도덕 관념, 품위를 상실하고 '돈' 하나로 모든 가치를 일원화하는 기분마저 든다. 한국 사회에도 슐츠 씨들이 있을까? 친애할 만한 사람들이 널리 펼쳐져 있을까? 우리는 기존의 차별과 불공정함에 의문의 꼬투리를 댈 수 있는 용기를 가졌나? 돌아보고 침잠하고 묵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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