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Sign In

6회차 리뷰

정헌도
이 모임의 의의에 대해서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스몰 토크를 지향하는데 종종 사회문제로 이야기가 뜨거워질 때면 다들 생각에 빠지죠. 이 모임의 결과가 사회로 이어지는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 모든 이야기가 공허하지 않은가? 저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허나 제 생각엔 모임의 목적을 혼동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의 영향을 주고, 사회가 나아지도록 하는 건 우리 각자이지 이 모임이 아니라는 걸 다시 떠올려요. 누군가는 이 모임에서 자리 잡은 생각으로 더 나은 정책을 제안할 때 참고할 수 있고, 누군가는 이 모임에서 바뀐 가치관과 관점으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죠.
이 모임의 많은 주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귀결되는 의견은 사회에 자리 잡은 부정적인 프레임, 소통의 부재, 고립되는 개인 등이었어요. 대가족 사회에서 초 개인 사회로 이동하며, 이전에 가족들, 이웃들, 친척들과 연결되어있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각자의 자취방 속에 고립되어 가족들, 친척들, 옆집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어요. 나와 다른 나이, 다른 지역, 다른 직업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데 세상에선 그들을 ‘꼰대’, ‘MZ’, ‘한녀’, ‘한남’, ‘의룡인’, ‘판새’, ‘기레기’, ‘~충’ ‘2찍’ ,’1찍’ 등으로 부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특’이라면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규정해요. 각 개인들은 가족, 친척, 이웃들이 관점, 가치관을 바로잡아 주지 못하니 세상이 정한 규정에 쉽게 따라갑니다. 프레임을 걷어내고 소통하는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 각자의 친밀한 관계 안에서 함께 뒷담화를 하고 같은 프레임을 공유하며 위안을 얻고 ‘꼰대’ ‘~충’ ‘의새’ 등의 가상의 적을 만들어서 각자의 관계를 다지더군요.
윤서 말대로 여유와 사랑을 가지면 바뀔 수 있을까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정책으로 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고, 좀 더 활발한 무역과 경제 활동으로 더 풍족한 세상을 만들 수 있고, 더 편리하고 생산성 높은 ai, 프로그램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세상을 만들 수도 있죠. 근데 제 생각엔 여전히 우린 탑골 공원의 꼰대들이 편하지 않을 수 있고, 586세대가 부동산과 국민 연금을 욕심 낸다고 생각하고 싶을 것 같아요. 예의 MZ니, 알파 세대니, 요즘 십 대는 도덕도 예의도 없이 선생님들 때리지 않을까 싶을 수도 있고, 엘레베이터를 탈 때마다 뒤에서 폰을 보는 남자가 위험하지 않을까, 우연히 여성 공용 화장실 앞에서 마주친 여성 분이 신고하지 않을까 두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엔 여유와 사랑은 다른 것보다도 관계와 소통, 지지에서 온다고 생각하게 돼요. 정작 노인분들과, 장년이신 분들과, 10대인 친구들과, 주위에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1~2시간 대화도 안 해봤던 것 같아요. 그들이 노후로 어떤 고민을 가지는지, 그들의 가족과 직장의 문제는 어떤지, 그들의 숨막히는 학원과 바쁜 공부 스케줄, 벌써부터 패배감이 어는 인생에 대한 고민은 뭔지 서로 얘기해보지도 못했고 응원 한마디 자주 해주지 못했네요. 막상 평소엔 죽어라고 형량을 높이라 요구하던 이들도 막상 배심원으로 가서 가해자의 이야기를 1시간만 들어보고 이해하면 형량이 과하지않냐고 의견을 바꾸던데. 우리도 조금만 대화하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제가 학교에서 만난 교육학 박사님이 논문에서 본 이론에 따르면 유아 및 청소년기에 얼마나 많은 ‘좋은 어른’이 있는지에 따라 아이의 정서 안정에 차이가 있다네요. 그래서 한부모 가정, 맞벌이 가정, 보육원 아이들이 부모가 시간이 많은 가정보다 정서적으로 불안할 확률이 높대요. 물론 대가족 시대보다는 핵가족 시대가 정서적으로 불안할 확률이 높구요. 그래서 대가족 시대에선 부모, 친척, 이웃들이 시야와 가치관을 서로 바로잡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100%는 없지만 지금보단 의견을 구할 친밀한 어른,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대화할 또래와 더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하구요. 그리고 그러한 가족 커뮤니티가 추구하는 가치를 다들 쫓았겠죠. 좋은 가정, 듬직하고 성실한 어른. 근데 이젠 가치를 제시해줄 가족 커뮤니티도, 내 가치관이 맞는지 바로잡아줄 어른, 또래도 부족해졌다고 봤어요. 그 자리를 커뮤니티, 언론, SNS가 제시하는 사회적 평균, 서로 조언해줄 시간이 없는 바쁜 친구들이 대신한 것 같아요.
첫번째 문단의 얘기로 마무리하자면, 전 이 모임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인 거대한 영향이 아니라, 저와 우리 다섯한테 큰 영향을 주죠. 가족 커뮤니티와 좋은 어른들이 줬던 역할을 서로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프레임을 세상을 보진 않았는지 계속 반박과 의문을 받으며 각자 재검토하고, 세상이 제시하는 평균이 아니라 어떤 걸 욕망하는지 마주하게 하고, 세상이 제시하는 가치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세운 가치를 좇으면서도 누가 응원하고 지지해줄까 불안할 때 서로 응원해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 후엔 거대한 사회적 담론 이후 실천에 대한 건 각자가 할 일이죠. 스스로 반성하고 비판하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고, 관점을 바로잡아주고, 사회에 기여하는 등의 것들이요. 이 모임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작당모의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스몰토크 모임이면 좋을 것 같아요.
손성훈
박지윤
이예준
배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