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부터 팀원을 지켜주지 못했다
Thatsall
실무형 팀장들이 일 잘하는 팀원을 잃는 과정
(2021년 작성한 글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소위 '팀장'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 온전히 팀 관리만 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작은 조직일수록 경력과 무관하게 실무를 하게 된다.
아무리 업계의 경험이 많고, 뛰어난 기획력을 갖춘 시니어일지라도 그 경험과 기획을 실행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도 있는 마당에, 굴곡이 크고 성장이 빠른 스타트업이면 새로운 일을 계속적으로 벌려야 한다. (또 계속 일을 벌이고 싶기도 하다) 작은 조직에서 팀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실행력인 듯하다.
나 혼자 팀. 1인 1팀 체제일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내가 기획하고, 내가 실행하면 되니까.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본인 밑으로 담당자를 채용하게 되는 순간, [기획+실행]에서 [기획+실행+관리]로 역할이 늘어난다.
넓어진 업무 영역에 실무형 팀장이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과
실무를 중요시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이 만나
일 잘하는 담당자가 회사를 떠나게 되었던 경험을 정리해본다.
1.
2인분씩 하던 사람들
회사가 아직 작을 때, 모두가 1인 1팀이었고 그중 대부분이 2인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직문화는 자연스럽게 '허슬'로 자리 잡아갔고, 힘들었지만 회사가 잘 커가니까 버텼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2인분을 하던 사람들은 본인 밑에 2~4년 차 실무자들을 두기 시작했다. 그들은 본인의 일을 실무자에게 나눠주었고, 이제부터 그 팀원과 함께 팀을 잘 꾸려나갈 생각에 희망으로 가득 찼다.
작은 조직일수록 관리자보다는 실무자에 초점이 맞춰진다. 실무형 팀장들이 실무에서 손을 놓게 되는 순간, 아무리 팀장 타이틀을 지니고 있더라도 업무 커뮤니케이션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군다나 스타트업의 경우 일의 진행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회사는 점점 이제 막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그 팀원에게 진행상황을 묻고, 지시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팀원이 일을 잘하고, 열의에 가득 차 있을수록 더 심해진다.
2.
열정넘치는 팀장과 적응중인 팀원
팀원은 이제 적응해야 할 판에, 엄청난 양의 업무들을 받게 되었다. 팀장이 원래 하고 있던 업무를 나눠준 것뿐만 아니라, 팀장(또는 회사)이 그간 바빠서 못하고 있었던 업무들을 서서히 추진하려 했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고, 대표와의 대면도 잦아졌다.
반면 팀장은 새로운 일을 추진할 수 있어서 신이 났고, 업무량을 덜어내어 집중력이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본인이 데려온 팀원이 일을 잘하고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본인이 2인분을 해냈던 것처럼, 저 팀원도 충분히 '허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괜찮아 보였다.
이런 괴리가 심해지고, 팀원이 감내해야 할 업무적, 심리적 부담감이 커져감에 따라 팀원은 퇴사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사례가 타 팀에서 일어났고, 몇 개월 뒤 내 팀에서 일어났다. 직접 겪어보니 이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것 같다.
대다수의 스타트업 실무형 팀장들은 어리다. 경력 10년 미만인 경우가 많고, 조직관리라는 것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팀을 꾸리게 됨에 따라 [관리] 역할을 맡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획/실행]에 머물러있는 경우다.
3.
나만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내 팀원이 나와 같은 체력과 정신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과신,
팀원이 업무 커뮤니케이션 전선에 나서는 것이 수평적 문화에서 나오는 '기회'라는 착각,
팀원은 생각보다 팀장을 믿고 있으며 의지할 대상으로 여기는 사실
이런 요인들을 간과했던 것이 아끼는 팀원을 잃게 되는 원인이라 생각된다.
매몰차게도, 일 잘하는 담당자가 퇴사하게 되면 그 귀책은 팀장에게 돌아온다.
'팀장님 ××님 정말 잘 뽑으셨어요'라던 회사의 칭찬은
'팀장이 케어를 안 해주니까 ××님 나간 거 아냐..'라는 수군거림으로 변한다.
조직 내에서 본인의 신뢰를 잃게 된 것뿐만 아니라, 겨우 덜어내었던 일의 양을 돌려받게 된다. 여러모로 본인에게, 회사에게, 퇴사자에게 좋을 게 없다.

큰 회사 다니던 때, 온전히 관리만 하던 리더들이 문득 떠오른다. 내가 야근하며 열심히 만든 자료를가지고 올라가서 보고만 하는 것이 그 당시에는 굉장히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 내가 속해있던 조직과 지금의 조직은 사람도, 상황도 많이 다르지만) 대표에게, 상무에게 깨지고 돌아와서 크게 나에게 뭐라 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내 팀장님들이 아련해진다.
/thatsal-l
Subscribe
Other posts in '글'See all
여유가 생겨야 뭘 해보던가 하지
좋은 책을 읽어도 아무것도 못하는 이유 (2022년 작성한 글입니다.)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다룬 "규칙 없음"이 한창 유행이던 때 완전한 자율과 냉정한 평가에 기반하여 인력의 밀도를 높인다는, 어찌 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를 읽다가 어느 순간 짜증이 확 생겨서 책을 덮어버렸다. "누가 이런 거 몰라서 안 해???"라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노동시장,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야기라서. 그 좋은 이야기들이 모두 잔소리며,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할 부담이며, 터무니없는 이상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땐 참 일이 많았고... 당장 할 일들이 너무 많았고... 그 수많은 할 일들마저도 내 뜻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사례라는 게 그런 것 같다. 너무나도 맞는 말들. 너무나도 이상적인 말들. 그런데 그것들을 우리 회사에서 현재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안타까운 것은, 책은 나 혼자 읽었고 그러한 인사이트 또한 회사에서 나 혼자만 얻었다는 사실이다. (설령 다른 누군가가 같은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굳이 드러내기 쉽지 않다.) 구성원들 모두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현재 상황에 맞춰서 개선안을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 이 상황만 되더라도 조직 내의 어떠한 부분이던 개선이 빠르게 될 것 같다. 이거 이거 해야 합니다~라는 설득의 과정은 그래도 생략이 되니까. 이미 팀이 꾸려졌으니까. 그럼 구성원들 모두가 동일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를 고민해보니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공개된 소통과 경영진의 경영 의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회고하고, 근거와 결정을 공유하는 것. 내가 굉장히 즐겁게 근무했던 스타트업들이 아주 잘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퇴사를 통보하고, 일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야 여러 좋은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문득 의문이 생긴다. "내가 일은 진짜 많이 하긴 했는데,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퀄리티 있게 일을 했나?" 아쉬움이 든다. 나는 왜, 우리는 왜 이러한 건전한 발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나. 우리는 왜 폐쇄적인 상황 속에서 시키는 일만 했는가. 퇴사일을 기다리며 거의 반쯤 놀다시피 하고 있는 요즘, 한창 날씨도 좋아서 놀기에 좋지만 그런 경영에 관련한 서적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게 너무 즐겁다. 역시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 잘하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법일 텐데... 다음 회사에서는 스스로 이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Thatsall
회계감사가 회계 말고도 알려주는 것
이 조그만 회사에서 회계감사를 대체 왜 하는 걸까 (2022년 작성한 글입니다.) 회계사도 아닌 주제에 회계감사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려합니다. 회계사가 아니라서 뭔가 멋있게 정의하듯 말하기는 어렵지만, 감사를 대응하는 사람으로써 그냥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회계감사의 의의는 '재무제표가 회사의 경영상태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봐주기'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담당자가 계산을 잘못하거나 회계기준을 이상하게 알고있는 것들을 잡아내는 것이 일반적으로 떠오르겠지만, 감사대응의 실상은 업무의 전반적인 흐름을 점검하게 되는 부분이 큽니다. 재무제표에 있는 숫자라는게 결국 전사의 워크플로우를 타고, 타고, 타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출액만큼 돈이 들어오는지, 물류센터의 재고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원가와 판관비는 어떻게 구분했는지, 보유한 자산들은 정말 자산으로써 가치가 있는지, 고객의 환불이 너무 잦지는 않은지, 어드민상의 포인트가 빵꾸나지는 않는지 등등 회사의 여러 곳을 찔러보게 되게 되고, 그러면서 잊고 지나쳤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스타트업은 속도가 빠릅니다. 숫자로 보이는 매출액이나 직원의 수는 당연하고, 영유하고 있는 사업도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변화합니다.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생존과 성장이기 때문에, 관리차원의 어떠한 이슈가 있을지는 추후 생각해야 할 이슈로 다뤄집니다. "관리차원의 이슈가 후순위로 밀린다"라는 얘기는 나쁘게 말하면 "관리도 안되는 일을 계속 벌이고만 있다"가 될 수도 있을듯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법적으로 이슈가 되기 전까지 어찌저찌 회사가 굴러간다는 현실입니다. 감사의견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더더욱, 감사인이 클로징멘트를 뭐라고 쓰던 체계를 잡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재무제표가 경영의 도구로 쓰이기보다는 투자유치의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회계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관리직은 체계를 잡는게 일인데, 내가 볼땐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래서 "재무제표가 개판이라서 요래저래 해야합니다"라고 회사에 말하면 듣는 입장에서 이해가 잘 될까요. (되면 좋겠다) 계정명세서를 쭉 훑어보면서 이번 감사에서 무엇이 제일 힘든 부분이었는지 회고를 해봅시다. 상품/제품/용역 매출과 원가의 분류가 헷갈리고 이걸 감사인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었다면 BM이 복잡하다는 말이 되겠고, 경영진과 담당사업부가 보고 의사결정 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관리지표나 체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 회계처리하는데에도, 관리손익 뽑는데에도 큰 도움이 되겠네요. 재고가 심하게 꼬여있었다면, 과연 고객에게는 배송이 제대로 되고있었을까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류센터를 바꾸거나 물류 담당자를 충원한다면 배송 만족도도 올라가고, 재고 마감도 수월해지겠네요. 어차피 비상장회사이고, IFRS도 아니라면 재무제표를 정교하게 만드는게 정말로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숫자와 관련한 부분을 다 떼어놓고 생각한다면, 회계감사는 외부의 전문가가 회사의 전반적인 워크플로우를 점검해주는 좋은 이벤트로 여겨질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만 그 과정을 오롯히 회계팀이 감내하기 때문에 문제가 공유되지 않고, 개선속도가 늦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리 비상장이고, 법정감사가 아니더라도 감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경영진들의 관심이 있다면 보다 더 밀도있는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Thatsall
사무실은 왜 더럽나
UI/UX 관점에서의 총무/오피스 매니징 (2022년 작성한 글입니다.) 사무실 문 앞에 쌓여있는 택배박스가 출입문의 절반가량 넘어올 만큼 쌓인 적이 있었다. 직원들은 박스를 치우지 않고, 좁아진 입구로 통행했다. 겨울이라 두꺼워진 옷 때문에 몸 부피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박스에 옷이 조금 닿는 것을 감내했다. '도대체 누가, 언제쯤 저 박스를 치울까' 궁금해지기도 해서 지켜보다가... 그냥 내가 치웠다. 놀랍게도 박스들은 내 키만큼이나 쌓였지만 너무나도 가벼웠어서, 주머니에 손 넣은 채 몸으로 슬쩍 밀면 되는 정도였다. 즉, 아무도 시도조차 안 한 것이다. 비슷한 일은 사무실 냉장고에서도 일어난다. 냉장고를 사용하는 인원은 전체 사무실 직원 중 절반이 채 안된다. 소수의 인원이 냉장고 이용률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수의 냉장고 이용자들은 점점 냉장고를 쓰레기통으로 만들어간다. 누구보다도 냉장고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지만, 냉장고를 더 잘 사용하기 위한 관리에는 관심이 없다. '본인이 사용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다'라는 점에서 이 두 가지는 공통적이다. '인간은 왜 지구를 더럽히는가?!'와 같은 심오한 이슈와 연결 지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약간 다른 게, 한 개인이 지구 전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냉장고와 사무실 입구는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니까. 사람들이 '원래 지저분하고 게으른 사람'이 아닐 것이라 가정하고, 그들은 왜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지 고민해봤다. R&R을 어지럽혀서는 안 돼 사무실을 정리하고, 공용 비품을 관리하는 것은 오피스 매니저(총무)의 역할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혹여나 내가 마음대로 물건을 옮기는 것이 오피스 매니저의 업무를 침해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오피스 매니저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을 수도 있고, 어찌 됐든 조직 내에 '정리정돈'을 전담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부로 그 업무를 굳이 나서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너는 너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는 것이 회사니까. '치우는 사람' 낙인 이론 공동생활을 하다 보면 자주 겪게 되는 문제인데, 결국 치우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그게 내가 되기 싫을 뿐이다. 냉장고의 지분율을 한 명이 50% 이상 차지하고 있더라도, 어쨌든 공용이니까 괜히 나서서 관리를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다. 공용 비품을 선의로써 관리하기 시작하면, 모두가 행복해지겠지만, 계속 내가 관리하게 될 것이고, 모두가 그것에 익숙해질 테니까. 사무실에 살지만, 사무실이 집은 아니야 1주일 168시간 중 40시간을, 경우에 따라서는 52시간 혹은 그 이상을 사무실에서 지내고 있으면서도 '이곳은 내 공간이 아니야'라고 인식할 수도 있겠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지내는 장소임에도 회사는 나의 것이 아니고, 마음이 불편한 장소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굉장히 많은 시간 귀속이 되는 장소임에도,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이 사무실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게끔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택배박스가 사무실에 쌓이지 않고, 냉장고에 곰팡이가 피지 않고, 여름에 초파리가 날리지 않을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봤다. (경영지원팀이 오피스 매니징 업무를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하수 : 내가 한다. 그 더러운 꼴을 가장 못 참는 사람이 직접 나서는 방법이다. 보통 이 역할은 경영지원팀에게 할당된다. (경영지원팀 내에 오피스 매니저가 없는 상황이더라도!) 비용이 적게 들고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인생이 슬퍼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공유 오피스에서 일반 임대 사무실로 옮겨간지 얼마 안 됐을 때, 회계감사 대응하던 와중에 여자화장실 변기 고치러 갔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중수 : 돈을 쓴다. 청소용역에 돈을 더 주고 청소 범위를 넓히던지, 공유 오피스로 이사를 가던지 하는 방법이다. 하수 -> 중수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그간 본인이 절감했던 비용(=오피스 매니징의 부가가치)이 얼마인지 깨닫게 된다. 얼핏 보면 굉장히 간단한 방법처럼 보이나, 작은 회사일수록 고정비 증감에 민감하고, 이것을 경영진에게 설득하는 과정 또한 제법 힘이 든다. 고수 : 행동 유도 앞서 사람들이 왜 능동적으로 사무실을 관리하지 않는지, 왜 귀찮아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원인 분석을 해봤다. 그 원인을 토대로 몇 가지 장치를 이용해 사람들의 능동성을 이끌어내게끔 유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썩어가는 냉장고를 불시에 다 비워버리고, '냄새나는 음식, 먹다 남은 음식은 버려도 됩니다.'와 같은 문구를 붙여놓는 것은 사람들에게 '아 이 냉장고를 내 마음대로 관리해도 괜찮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택배 박스를 쌓아놓는 공간에 바닥에 검정테이프로 일정 영역을 표시하기만 해도 '박스를 여기 안에 쌓아야 하는구나!'라는 무언의 규칙을 만들 수 있다. 경영지원/경영관리 부서는 회사의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규칙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규칙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떠한 제도를 만드는 것은 UI/UX와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냉장고를 쓰던, 온도 체크 출입 명부를 쓰던, 차량 운행일지를 쓰던 똑같이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이 이 업무를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이고 그 과정에서 조금 심도 있게 파고들어 가면 디자인이나 행동경제학(넛지 같은) 개념들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독단적인 판단과 전통적인 방법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모두가 불편해지기만 할 뿐이다. 잘 설계된 규칙은 회사 생활을 즐겁게 만든다.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고, 모두가 협력하는 느낌을 주게 한다. 사소할지언정 좋은 규칙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결국 그게 HR에서 입이 닳도록 말하는 조직문화가 될 것이고, 좋은 규칙이 자리 잡은 회사는 그 자체로 훌륭한 직원 경험이 된다. 회사의 잔소리꾼이 되기보다는 스마트한 설계자가 되어보자. (물론 너무 힘들고 귀찮겠지만...)
Thats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