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rying Capacity 된다, 안된다
Thatsall
토스 이승건 대표와 한 블로거가 보여준 성장론에 대한 논쟁
(2023년 작성한 글입니다.)
"이 개념을 알면 PO의 실패는 줄어듭니다."
22년 여름쯤, 토스에서 유튜브 채널에 PO Session이라는 시리즈로 영상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이승건 대표가 직접 출연하여 Growth hacking 관련한 몇몇 개념들을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러 영상들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사람들의 얘깃거리를 만든 것은 첫 번째 영상인 CC에 관한 것입니다.
(지금은 시들해졌다 해도) 이 영상이 재밌는 이유는 영상 자체의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블로거가 해당 개념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올렸었고, 그 글에 대해 토스 측에서 후속 답변을 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성장론에 대해 건전한 토론을 지켜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고, 그 과정을 짚어보며 나름의 감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영상에서 나온 Carrying Capacity란, 사용자의 자연적인 유입과 이탈에 의해 정의되는 서비스의 미래가치 (최종적으로 도달하게 될 활성유저의 수)를 의미합니다. 서비스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본질적인 효용성 밖에 없으며, 그 효용성에 따라 MAU는 자연적으로 특정 지점에 수렴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들(마케팅, 외부 이슈 등)은 서비스 본질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기에, 많은 마케터, 전략, 제품 관련한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특히 마케팅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말이 꽤나 크게 다가왔습니다.
해당 영상은 많은 이슈를 만들었고, 특히 한 블로거의 CC에 대한 비판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블로거가 첫 번째로 지적한 점은, 고객의 유입과 이탈 외에 '시장의 크기'가 CC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CC를 계산했을 때 75만 명이 나왔는데, 사업이 속한 시장의 크기가 10만 명이라면 과연 75만 명짜리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냐는 지적입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단기적으로 CC가 계속 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빠른 변화에 따라 유입속도와 이탈속도 모두 변화하는 것이며, 서비스의 출시 / 개선 / 네트워크 효과 등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모두 포함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세 번째 지적은, Paid Marketing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CAC(고객획득비용)보다 LTV(고객가치)가 커진 상황에서는 마케팅으로 유저를 획득하는 것이 충분한 플러스 효과를 가져온다는 말입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Paid Marketing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점 또한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이제기에 대한 이이제기를 토스 측에서 준비합니다.
첫 번째 시장의 크기에 대한 반박은,
'시장의 크기'는 이미 CC에 반영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애초에 고객이 10만 명 밖에 없는 시장에서는 CC가 75만 명으로 측정될 수 없을 것이란 내용입니다.
두 번째 CC가 변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유입과 이탈은 변하지 않고, 이를 측정할 때는 단기적인 효과를 모두 걷어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Organic growth와 Churn의 정의를 명확히 한다면 CC는 시시각각 변할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세 번째 Paid Marketing에 대해서는,
CAC < LTV 인 상황이더라도 광고를 하면 할수록 평균적인 고객 획득비용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 장기적인 성장 전략으로는 가져갈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서 쓸모없는 개념인가
이 핑퐁을 보면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생각하다 보니, 마치 대학생 시절 경제학 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요한 가설에 기반하여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풀어낸 경제학 공식처럼, 서비스의 본질적 크기를 간단한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 유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경제학 공식을 접하게 되면 그 간단명료함에 감탄하게 되지만, 실제 적용하려면 한두 가지 변수로는 풀어낼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CC도 마찬가지일 것인 게, Organic growth와 이탈률을 구해내는 것부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회학도들이 쓸모없는 지식을 배운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 이론도 알고 있다 보면 회사생활하는데 쏠쏠하게 사용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CC 개념이 지니는 의미를 여기서 찾습니다. 'CC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
서비스의 본질적 효용성을 염두에 두고, 활성/이탈 등의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 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도메인지식을 쌓다 보면, 추상적으로 느껴왔던 서비스 성장에 관한 현상을 공식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thats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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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생겨야 뭘 해보던가 하지
좋은 책을 읽어도 아무것도 못하는 이유 (2022년 작성한 글입니다.)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다룬 "규칙 없음"이 한창 유행이던 때 완전한 자율과 냉정한 평가에 기반하여 인력의 밀도를 높인다는, 어찌 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를 읽다가 어느 순간 짜증이 확 생겨서 책을 덮어버렸다. "누가 이런 거 몰라서 안 해???"라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노동시장,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야기라서. 그 좋은 이야기들이 모두 잔소리며,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할 부담이며, 터무니없는 이상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땐 참 일이 많았고... 당장 할 일들이 너무 많았고... 그 수많은 할 일들마저도 내 뜻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사례라는 게 그런 것 같다. 너무나도 맞는 말들. 너무나도 이상적인 말들. 그런데 그것들을 우리 회사에서 현재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안타까운 것은, 책은 나 혼자 읽었고 그러한 인사이트 또한 회사에서 나 혼자만 얻었다는 사실이다. (설령 다른 누군가가 같은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굳이 드러내기 쉽지 않다.) 구성원들 모두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현재 상황에 맞춰서 개선안을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 이 상황만 되더라도 조직 내의 어떠한 부분이던 개선이 빠르게 될 것 같다. 이거 이거 해야 합니다~라는 설득의 과정은 그래도 생략이 되니까. 이미 팀이 꾸려졌으니까. 그럼 구성원들 모두가 동일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를 고민해보니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공개된 소통과 경영진의 경영 의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회고하고, 근거와 결정을 공유하는 것. 내가 굉장히 즐겁게 근무했던 스타트업들이 아주 잘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퇴사를 통보하고, 일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야 여러 좋은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문득 의문이 생긴다. "내가 일은 진짜 많이 하긴 했는데,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퀄리티 있게 일을 했나?" 아쉬움이 든다. 나는 왜, 우리는 왜 이러한 건전한 발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나. 우리는 왜 폐쇄적인 상황 속에서 시키는 일만 했는가. 퇴사일을 기다리며 거의 반쯤 놀다시피 하고 있는 요즘, 한창 날씨도 좋아서 놀기에 좋지만 그런 경영에 관련한 서적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게 너무 즐겁다. 역시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 잘하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법일 텐데... 다음 회사에서는 스스로 이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Thatsall
회계감사가 회계 말고도 알려주는 것
이 조그만 회사에서 회계감사를 대체 왜 하는 걸까 (2022년 작성한 글입니다.) 회계사도 아닌 주제에 회계감사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려합니다. 회계사가 아니라서 뭔가 멋있게 정의하듯 말하기는 어렵지만, 감사를 대응하는 사람으로써 그냥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회계감사의 의의는 '재무제표가 회사의 경영상태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봐주기'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담당자가 계산을 잘못하거나 회계기준을 이상하게 알고있는 것들을 잡아내는 것이 일반적으로 떠오르겠지만, 감사대응의 실상은 업무의 전반적인 흐름을 점검하게 되는 부분이 큽니다. 재무제표에 있는 숫자라는게 결국 전사의 워크플로우를 타고, 타고, 타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출액만큼 돈이 들어오는지, 물류센터의 재고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원가와 판관비는 어떻게 구분했는지, 보유한 자산들은 정말 자산으로써 가치가 있는지, 고객의 환불이 너무 잦지는 않은지, 어드민상의 포인트가 빵꾸나지는 않는지 등등 회사의 여러 곳을 찔러보게 되게 되고, 그러면서 잊고 지나쳤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스타트업은 속도가 빠릅니다. 숫자로 보이는 매출액이나 직원의 수는 당연하고, 영유하고 있는 사업도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변화합니다.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생존과 성장이기 때문에, 관리차원의 어떠한 이슈가 있을지는 추후 생각해야 할 이슈로 다뤄집니다. "관리차원의 이슈가 후순위로 밀린다"라는 얘기는 나쁘게 말하면 "관리도 안되는 일을 계속 벌이고만 있다"가 될 수도 있을듯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법적으로 이슈가 되기 전까지 어찌저찌 회사가 굴러간다는 현실입니다. 감사의견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더더욱, 감사인이 클로징멘트를 뭐라고 쓰던 체계를 잡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재무제표가 경영의 도구로 쓰이기보다는 투자유치의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회계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관리직은 체계를 잡는게 일인데, 내가 볼땐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래서 "재무제표가 개판이라서 요래저래 해야합니다"라고 회사에 말하면 듣는 입장에서 이해가 잘 될까요. (되면 좋겠다) 계정명세서를 쭉 훑어보면서 이번 감사에서 무엇이 제일 힘든 부분이었는지 회고를 해봅시다. 상품/제품/용역 매출과 원가의 분류가 헷갈리고 이걸 감사인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었다면 BM이 복잡하다는 말이 되겠고, 경영진과 담당사업부가 보고 의사결정 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관리지표나 체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 회계처리하는데에도, 관리손익 뽑는데에도 큰 도움이 되겠네요. 재고가 심하게 꼬여있었다면, 과연 고객에게는 배송이 제대로 되고있었을까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류센터를 바꾸거나 물류 담당자를 충원한다면 배송 만족도도 올라가고, 재고 마감도 수월해지겠네요. 어차피 비상장회사이고, IFRS도 아니라면 재무제표를 정교하게 만드는게 정말로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숫자와 관련한 부분을 다 떼어놓고 생각한다면, 회계감사는 외부의 전문가가 회사의 전반적인 워크플로우를 점검해주는 좋은 이벤트로 여겨질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만 그 과정을 오롯히 회계팀이 감내하기 때문에 문제가 공유되지 않고, 개선속도가 늦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리 비상장이고, 법정감사가 아니더라도 감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경영진들의 관심이 있다면 보다 더 밀도있는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Thatsall
사무실은 왜 더럽나
UI/UX 관점에서의 총무/오피스 매니징 (2022년 작성한 글입니다.) 사무실 문 앞에 쌓여있는 택배박스가 출입문의 절반가량 넘어올 만큼 쌓인 적이 있었다. 직원들은 박스를 치우지 않고, 좁아진 입구로 통행했다. 겨울이라 두꺼워진 옷 때문에 몸 부피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박스에 옷이 조금 닿는 것을 감내했다. '도대체 누가, 언제쯤 저 박스를 치울까' 궁금해지기도 해서 지켜보다가... 그냥 내가 치웠다. 놀랍게도 박스들은 내 키만큼이나 쌓였지만 너무나도 가벼웠어서, 주머니에 손 넣은 채 몸으로 슬쩍 밀면 되는 정도였다. 즉, 아무도 시도조차 안 한 것이다. 비슷한 일은 사무실 냉장고에서도 일어난다. 냉장고를 사용하는 인원은 전체 사무실 직원 중 절반이 채 안된다. 소수의 인원이 냉장고 이용률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수의 냉장고 이용자들은 점점 냉장고를 쓰레기통으로 만들어간다. 누구보다도 냉장고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지만, 냉장고를 더 잘 사용하기 위한 관리에는 관심이 없다. '본인이 사용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다'라는 점에서 이 두 가지는 공통적이다. '인간은 왜 지구를 더럽히는가?!'와 같은 심오한 이슈와 연결 지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약간 다른 게, 한 개인이 지구 전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냉장고와 사무실 입구는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니까. 사람들이 '원래 지저분하고 게으른 사람'이 아닐 것이라 가정하고, 그들은 왜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지 고민해봤다. R&R을 어지럽혀서는 안 돼 사무실을 정리하고, 공용 비품을 관리하는 것은 오피스 매니저(총무)의 역할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혹여나 내가 마음대로 물건을 옮기는 것이 오피스 매니저의 업무를 침해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오피스 매니저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을 수도 있고, 어찌 됐든 조직 내에 '정리정돈'을 전담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부로 그 업무를 굳이 나서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너는 너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는 것이 회사니까. '치우는 사람' 낙인 이론 공동생활을 하다 보면 자주 겪게 되는 문제인데, 결국 치우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그게 내가 되기 싫을 뿐이다. 냉장고의 지분율을 한 명이 50% 이상 차지하고 있더라도, 어쨌든 공용이니까 괜히 나서서 관리를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다. 공용 비품을 선의로써 관리하기 시작하면, 모두가 행복해지겠지만, 계속 내가 관리하게 될 것이고, 모두가 그것에 익숙해질 테니까. 사무실에 살지만, 사무실이 집은 아니야 1주일 168시간 중 40시간을, 경우에 따라서는 52시간 혹은 그 이상을 사무실에서 지내고 있으면서도 '이곳은 내 공간이 아니야'라고 인식할 수도 있겠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지내는 장소임에도 회사는 나의 것이 아니고, 마음이 불편한 장소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굉장히 많은 시간 귀속이 되는 장소임에도,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이 사무실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게끔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택배박스가 사무실에 쌓이지 않고, 냉장고에 곰팡이가 피지 않고, 여름에 초파리가 날리지 않을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봤다. (경영지원팀이 오피스 매니징 업무를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하수 : 내가 한다. 그 더러운 꼴을 가장 못 참는 사람이 직접 나서는 방법이다. 보통 이 역할은 경영지원팀에게 할당된다. (경영지원팀 내에 오피스 매니저가 없는 상황이더라도!) 비용이 적게 들고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인생이 슬퍼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공유 오피스에서 일반 임대 사무실로 옮겨간지 얼마 안 됐을 때, 회계감사 대응하던 와중에 여자화장실 변기 고치러 갔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중수 : 돈을 쓴다. 청소용역에 돈을 더 주고 청소 범위를 넓히던지, 공유 오피스로 이사를 가던지 하는 방법이다. 하수 -> 중수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그간 본인이 절감했던 비용(=오피스 매니징의 부가가치)이 얼마인지 깨닫게 된다. 얼핏 보면 굉장히 간단한 방법처럼 보이나, 작은 회사일수록 고정비 증감에 민감하고, 이것을 경영진에게 설득하는 과정 또한 제법 힘이 든다. 고수 : 행동 유도 앞서 사람들이 왜 능동적으로 사무실을 관리하지 않는지, 왜 귀찮아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원인 분석을 해봤다. 그 원인을 토대로 몇 가지 장치를 이용해 사람들의 능동성을 이끌어내게끔 유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썩어가는 냉장고를 불시에 다 비워버리고, '냄새나는 음식, 먹다 남은 음식은 버려도 됩니다.'와 같은 문구를 붙여놓는 것은 사람들에게 '아 이 냉장고를 내 마음대로 관리해도 괜찮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택배 박스를 쌓아놓는 공간에 바닥에 검정테이프로 일정 영역을 표시하기만 해도 '박스를 여기 안에 쌓아야 하는구나!'라는 무언의 규칙을 만들 수 있다. 경영지원/경영관리 부서는 회사의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규칙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규칙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떠한 제도를 만드는 것은 UI/UX와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냉장고를 쓰던, 온도 체크 출입 명부를 쓰던, 차량 운행일지를 쓰던 똑같이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이 이 업무를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이고 그 과정에서 조금 심도 있게 파고들어 가면 디자인이나 행동경제학(넛지 같은) 개념들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독단적인 판단과 전통적인 방법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모두가 불편해지기만 할 뿐이다. 잘 설계된 규칙은 회사 생활을 즐겁게 만든다.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고, 모두가 협력하는 느낌을 주게 한다. 사소할지언정 좋은 규칙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결국 그게 HR에서 입이 닳도록 말하는 조직문화가 될 것이고, 좋은 규칙이 자리 잡은 회사는 그 자체로 훌륭한 직원 경험이 된다. 회사의 잔소리꾼이 되기보다는 스마트한 설계자가 되어보자. (물론 너무 힘들고 귀찮겠지만...)
Thats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