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쓰는 일기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쓰려고 합니다.
시간이 너무 빨라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먼 미래처럼 느껴졌던 11월 마라톤이 끝나고, 새 회사에서도 어느덧 4주차가 되었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왜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좋아지는가?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점점 체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계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날이 남은 인생에서 얼마나 될 것인가 생각해보면 초라한 기분이 든다. 그러니 더더욱 금새 지나갈 이 계절을 누려야지. 밖으로 나가서 공기를 들이마시고 햇볕을 쬐고 단풍잎을 살펴봐야지. 그리고 사진을 찍은 뒤 카카오톡 피드를 업데이트하고...(그것만은 안돼) 웨비나 촬영장 답사. 쾌적하고 좋은 곳이었지만 이곳이 촬영장으로 쓰이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슈퍼문 뜨는 날이라고 해서 이 날은 귀가를 서둘렀다. 선희랑 동네에서 외식하고 달 구경하면서 오랜만에 밤 산책했다. 달이 밝아서인지 밤인데도 거리가 환하게 느껴졌다. 원래 내가 상상한 슈퍼문은 이런 모습이긴 했지만... 풀마라톤 완주 후 3일 쉬고 다시 아침 달리기 시작. 이제 근육통은 다 사라졌는데 스포츠 테이프 붙인 자리에 알러지가 생겨서 너무 간지럽다. 뜻밖의 부작용ㅠ 요즘 옷장을 COS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당근하는 선희... 토요일은 12시에 상파울루 가서 헤어 컷... 이젠 거의 외관으로는 플라워샵으로 보이네. 이날 토크 주제는 마라톤 완주와 새 직장 이야기. 거의 10년 넘게 다니다 보니 gpt나 진짜 가까운 친구들보다 더 나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는 상파울루 형님,, 언제부턴가 머리 자르러 온다기 보다 형님이랑 이야기 하러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저녁엔 운좋게 예약 성공한 루왁에 왔다.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치킨버거(그런데 초점 나갔네) 칠그린이 있길래 한잔 마셔봤습니다... 후추맛 나는 재미있는 소주. 올때마다 느끼지만 늘 겸손하신 루왁 사장님… 많이 배웁니다. CTA에 굳이 '당장'이라고 할 필요까지도 없었을텐데 멋있는 행사 만들어두고 정작 광고는 조금 격이 떨어지는 느낌이네,,
  • 류성락
마라톤 완주 후기
뛰고 나서 42.195km를 뛰었다. 궁금했다.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 뛰고 나면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걸릴까? 뛰었지만 궁금함이 해결된 느낌은 아니다. 그냥 많이 힘들다는 느낌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벅차서 눈물을 쏟거나 바닥에 쓰러지던데 그정도로 간절하진 않았나보다. 뛰기 하루 전날 선희한테 말했다. 마라톤 완주하고 나면 나는 마라톤 완주한 내가 되는 거라고. 근데 그냥 나와 마라톤 완주한 나는 뭐가 다르지? 레이스 당일 전날 일찍 잠들어서 새벽 4시 전에 일어났다. 알람을 4시에 맞춰두었는데 알람 소리 나기 전에 눈이 떠졌다. 어제 챙겨둔 짐을 한번 더 확인하고 미리 잘라둔 근육 테이프로 무릎과 허벅지, 종아리에 꼼꼼하게 테이핑을 붙였다. 선희가 탁센을 챙겨두었다. 뛰기 전에 한 알, 뛰다 무릎에 느낌이 오면 한 알 먹을거다. 무릎이 좀 아파도 참고 뛸 생각했다. 상암까지 꽤 먼 길이다. 경찰병원역에서 출발하는 3호선 첫 차는 5시 17분에 온다. 첫 차 타고 약수로 가서 3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오늘 대회 나가는 러너들이 몇명 보였다. 3만 5천명이 모여서 서울을 가로지른다는 게 말이 그렇지 진짜 엄청난 이벤트다. 뭔가 수상해보이는 패션... 그래도 아침엔 좀 춥다. 약수에서 6호선 환승하니 그냥 러시아워의 2호선이나 마찬가지였다. 월드컵경기장역은 거의 뭐 북새통이었다. 역에서 나오니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화장실 들렀다가 옷 갈아입었다. 싱글렛 위에 우의 입었다. 우의는 입고 있다가 웜업 되면 벗어서 주로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는다. 짐 맡기고 경기장 주변을 천천히 뛰었다. 심박이 평소보다 좀 빨리 오르는 느낌이라 불안했지만 그런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 출발 직전 모르는 아저씨 사진 찍어드렸는데 그분이 보답으로 나도 찍어주셨다. 풀코스 기록이 없어서 F그룹에 배정되었다. A그룹부터 G그룹 순서로 달린다. 출발 전에 버핏서울팀에서 나와 준비운동 했는데 몸이 금방 더워져서 우의 벗었다. 우의는 출발 전에 인도쪽에 벗어서 버리라고 계속 방송이 나왔다. 달리다 중간에 버리면 뒤에 따라오던 주자가 걸리거나 미끄러질 수 있어서다. 뒷 그룹이라 지겹게 오래 기다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금방 출발했다. 이 사진이 완주하기 전에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레이스 완주가 목표라고 했지만 내심 3시간 50분 정도에 들어올 생각했다. 아예 완주 못할 수도 있지만 완주하면 sub 4는 할 것 같았다. 인스타에 너도 나도 sub 4, sub 3 기록을 인증하는 세상이라 나라고 못할 거 없다 싶었다. 3시간 50분에 들어오려면 km당 5분 30초 안쪽 페이스로 뛰어야 한다. 초반 5km 까지는 5분 40~50초 페이스로 뛰어보면서 몸 상태에 따라 페이스를 올리거나 목표를 수정하기로 한다. 어차피 초반에는 병목 때문에 마음껏 뛰지도 못한다. 상암에서 합정으로, 공덕까지 한강 다리를 두번 건너면서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페이스가 자꾸 빨라져서 일부러 조절하면서 뛰었다. 응원하는 사람들도 다들 기분 좋아보였다. 공덕을 지나 종각, 광화문을 지날 때는 이런 날씨에 서울을 가로질러 뛸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광화문에서 신설동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는 예전에 선희랑 신혼 생활 할 때 생각도 하고(그때 신설동에 살다 은평구로 이사갔었다) 올해 초 YMCA 하프마라톤에서 광화문에서 신설동 가는 코스가 멀게만 느껴졌던 생각도 났다. 그때 생각하며 더 천천히 길게 생각하면서 뛰자고 마음 먹었다. 하프 거리 정도를 지나자 이대로면 풀코스 괜찮겠다 싶었다. 물론 교만한 생각이었다. 30km 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심지어 GPT도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30km 까지도 괜찮았다. 물론 조금씩 힘든 느낌은 있었지만 견딜만한 수준이었다. 잠실대교를 지나 롯데타워가 보이기 시작하자 이제 집에 다 왔다는 생각도 들고 레이스가 끝나간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잠실대교 지나 우회전해서 학여울역으로 가는 길부터가 진짜들의 시간이었다. 이때부터 응원 소리에 호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내 배번호에 써 있는 이름 불러주는 분들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학여울역으로 가는 길이 살짝 오르막인데다, 유턴해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멀리 아득하게만 보여 급격하게 지치기 시작했다. 길가에서 샤인머스캣 포도알 나눠주시는 분, 레몬 조각 나눠주시는 분들이 있어 받아 먹었다.(감사합니다) 7km 마다 에너지젤을 먹을 계획이었으나 35km 되기 전 33km에서 먹고, 30km에서 보너스로 받은 에너지젤은 38km에서 먹고 마지막 힘을 짜내기로 했다.
  • 류성락
지난 한 주
일요일. 이제 러닝할 때 긴팔 입는 계절이 왔다. 시계 보기 불편해서 옷에 구멍 뚫었다. 일 좀 하다가 한잔 마시면서 책 보고 싶어서 Grog 왔다. 맥주를 진짜 정성들여 서빙해준다. 잔 칠링도 해주고 거품도... 요즘 내 태도. (단점 : 일이 계속 불어난다) 팀에서 웨비나 준비하는 거 구경하러. 유튜브 머니그래피 찍는 스튜디오가 여기였다. 퇴근... 택시 타고 집에 간다. 이런 광고 좋은데,, 이정도면 아이시스는 꽤 진심이잖아요? 출근,, 낮에 카톡 답장 없으면 조업 중인줄 아십쇼,, 유퀴즈에 나달 등장,, 두둥 역시 기아 작품이죠,, 촬영 장소는 식물관이네.
  • 류성락
생일 주간
생일 주간이라 이어지는 가족 식사... 버섯오리백숙 씥... 진짜 최근들어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봉천동에 이런 곳이 있다니,, 선희 할머니댁에서 촛불도 불고요,, 예전에는 생일 축하 받거나 케익 촛불 부는 거 굉장히 곤욕스러웠는데 결혼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축하 받는 것 = 감사한 일, 생일 때 괜시리 우울하다느니 꼴값 떨지말고 누군가 축하해줄 때 감사히 받자! 우리 장모님의 비밀스러운 부탁... (접수하였습니다,, 선희에겐 비밀로,,) 생일 어워드 놓칠 수 없죠, 생일 당일에 연장 근무 했지만 집에 가보니,, 저 말차 몽쉘 케이크는 너무 멋진 아이디어였다. 비록 선희가 직접 만든 음식은 이 중 한 가지 뿐이긴 하지만 최고의 아내로 임명합니다,, JTBC 마라톤 배번호와 싱글렛 도착. 진짜 풀코스 뛰는거 맞죠,, 전날 뻐근하게 팀 회식 하고,, (스초생 케익도 깜짝 선물 받았다ㅠ 감사) 아침에 출근하는데 이런 비보를 듣게 되었다. 아지무스 할배들 공연 앞으로 볼 수 있을까? 이거 진짜로 보는 줄 알았다고요,, 알렉스 선생님 쾌차하세요 혹시 이거(내 블로그) 보는 개발자 있음? 앱인토스 도대체 왜 안함? 이거 보면 해라,, 대충 누군지 알거 같으니깐 아 그리고 회식하고 집에 와보니 진짜 말도 안되는 경기가 대구에서 벌어졌더라고. 원태놈 표정 심란한거 봐라,, 이 03년생 꼴통새퀴들,, 사랑한다 진짜로
  • 류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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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지나간 한 주
토스 첫 출근! 아직 한 주 지났지만 넘 정신 없고 직접 와서 보니 여러모로 신기한 팀이다. 아직 온보딩 세션도 남아 있고 사람들 이름 얼굴도 익혀야 하고 구체적인 태스크도 방향 잡아야 하고 할 일 많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토스 이야기는 차차 남겨 보겠음... 두둥 회사 첫 출근... 첫째날 최대 난관은 맥북에어랑 듀얼모니터 연결하기였다. (다행히 해결) 디아즈 역전홈런으로... 우리는 대전으로 갑니다ㅠ 사자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막바지 전시 준비에 초집중하고 있는 선희... 제발 힘을 내~ 비 그치고 나면 갑자기 겨울인데 이거 맞아요? 아침 달리기는 계속 꾸준히... AI 사진관 미니앱으로 만든 내 사진... 응 나야... 회사에 '그 스무디 기계'가...
  • 류성락
기나긴 연휴의 끝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터 또 다른 시작이네. 사실 너무 오래 쉬었다. 전 회사 막바지쯤부터 긴 연휴까지 계속 늘어져 있었다 보니 오히려 이젠 다시 일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 마저 든다. 제주도 다녀 오자마자 KTX 타고 대구로. 기차 안에서 은중과 상연 보면서... 대구 도착... 오자마자 대추 따기 체험... 그냥 귀농할까... 오랜만에 원가족 만났는데 갑자기 집안 어르신 돌아가셔서 부모님은 상가집으로... 거의 가족들하고는 한 3시간 정도 같이 보낸듯... 낮에 동균이 잠깐 만나고 선희가 대구 오면 해보고 싶다고 했던 캐리커처 그렸다. 선희 분명히 가기 전에는 엄청 설레었는데 막상 그림 받고 나더니 캐리커처 사장님한테 저주 퍼부었다(...) 캐리커처 그리러 온 김에 김광석 거리와 방천시장 구경. 멋진 가게들이 많았다. 다음에 시간 내서 구경하러 와보고 싶었다. 추석 당일이자 선희 생일. 집에 아무도 없어서 오전에 외할머니집 가서 할머니랑 외삼촌 가족들 잠깐 뵙고... 서울 가는 기차 타러 다시 동대구역으로. 집에 오는길에 선희 몸이 급 안좋아져서 약국 들렀다가 다음날까지 쉬었다. 추석 연휴라 문 연 병원도 없었다.
  • 류성락
오늘 뛰며 느낀 것
아침에 비 내리길래 뛸까 말까 고민하다 짧게 뛰기로 했다. 집에서 나와 방이역까지 뛰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3.3k 정도다. 이런 생각을 했다. 매일 뛰는 습관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나니 생활에 활력이 생긴다든지 체감되는 효용은 줄어든다. 그렇다고 안 뛴 날은 뭔가 빠트린 것처럼 찜찜하다. 몸도 무겁게 느껴진다. 긍정적인 체감은 줄지만 역체감은 확실히 있다. 최근 몇일 달리기를 빼먹으면서(날씨, 컨디션 이슈) 다시 한번 뛸 때 10k 씩 뛰었더니 다시 달리기가 부담되기 시작한다. 한번 뛰는 거 기왕이면 길게 뛰어야 한다는 생각, 길게 뛰지 않으면 뛰러 나가는 것 자체가 아깝다는 생각 하지만 단 1k를 뛰더라도 안 뛰는 것보다 뛰는 게 확실히 낫다. 오늘 3.3k를 가볍게 심박 138로 뛰었지만 역시 뛰고 나니 기분 좋다. 쓸데없는 생각에 지배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 류성락
요즘 내 달리기
7월 마지막주부터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매일 달리고 있다. 대신 거리를 줄였다. 보통은 3k, 컨디션 좋으면 5k, 주말에는 몸 상태나 기분에 따라 10k 이상 뛰는 루틴이다. 속도나 거리를 채우는 것보다는 기분 전환과 명상, 컨디션 조절을 위해 뛰는 것으로 마인드셋을 바꿨다. 8월과 9월의 기록이다. 10월의 시작은 제주도에서 새벽에 일어나 뛰었을 때의 기록. 너무 이른 새벽이라 길이 깜깜해서 달리기 어려웠지만 꿋꿋이 거리를 채웠다. 여행지에서 달리는 건 늘 기분 좋다. 하지만 자연의 새벽은 정말 깜깜하다는 걸 배웠다. 전날 제주도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이날은 화창했다. 연동에 있는 숙소에서 제주종합경기장까지 가려다 가는 길에 있던 제주중앙중학교 트랙에서 뛰었다. 간만에 트랙이라 일정한 속도와 자세를 신경쓰며 뛰었다. 숙소까지 돌아오는 거리가 약 1k 정도여서 천천히 리커버리런 하며 돌아왔다. 아름다운 퀄리티의 제주중앙중학교 트랙. 서울로 돌아오니 주문해둔 EVO SL이 도착해있었다. 안정화 계열인 뉴발란스 860 v14가 마일리지 550k를 채워 거의 수명을 다하기도 했고 재미있는 훈련화를 신어보고 싶어서 주문했다. 안정화는 확실히 안정적이고 단단하긴 한데 마일리지가 쌓일 수록 젖은 시멘트 같은 느낌이 있어 재미가 없다. 컬러웨이가 다양했는데 고민끝에 녹색+실버 조합으로 선택했다. 디자인 자체가 재미있어 특이한 색조합으로 가보고 싶었다. EVO SL 신고 첫 러닝은 올림픽 공원에서. 빨리 뛸 생각은 없었는데 새 신발의 반발력이 좋다보니 점점 가속이 붙었다. 굳이 제어하면서 뛰기보다 신나게 뛰어보자 싶어 계속 더 밀고 나갔다.
  • 류성락
제주도
추석 연휴 전 딱 일주일 정도 자유로운 시간이 생겼는데 마냥 흘려 보내기 아쉬워 짧은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선희랑 나 둘 다 10월 생일이기도 하고(올해 선희 생일은 추석 당일과 정확히 겹치게 되었다) 새 회사 출근도 앞두고 있으니 떠나기 위한 명분은 충분한 셈이었다. 이곳 저곳을 많이 돌아다니기 보다 숙소와 그 주변을 중심으로 머무를 요량으로 동선을 꾸렸다. 여행 D-3, 유튜브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에서 배가본드 설명회 콘텐츠 보다가 중학교 1~2학년 때 봤던 기억 대부분이 유실되거나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배가본드 정주행 하기 위해 <그래픽 바이 대신> 갔다. 가오픈 당시보다 운영 시스템이 좀 바뀐 것도 있었는데, 거대한 스피커에서 큰 볼륨으로 재즈 음악 틀어주던 분위기가 사라져서 아쉬웠다. 하지만 만화 보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이 만화를 아예 이해하지 못했구나. 그림의 퀄리티와 이야기의 깊이에 빠져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만 나왔다. 여행 d-2, 11월 풀코스 대비를 위해 장거리를 달려보려고 했으나 무릎 느낌이 이상해서 청담에서 버스타고 집에 왔다. 선희가 이것저것 부탁한 것들이 있어 나름 분주하게 보냈다. 차 수리, 세탁기/건조기 재설치, 인터넷 통신사 변경 등 귀찮은 태스크들을 처리했다. 아정당은 처음 이용해봤는데 대응 신속하고 설명 친절한데 이걸 꼭 20분씩 전화 통화로 해야 하나 싶었다. 아마 조건 정확히 이해 못하고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경우가 너무 많거나 법적인 문제로 풀기 어려운 뭔가가 있는 거겠지? 여행 d-1, 신용산에서 석준이랑 희진이 만나서 미나리 오리 샤브, 불고기 먹었다. 희진이는 에이전시 대표가 되었고 석준이는 대기업 10년차다. 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근처 온 김에 아모레 퍼시픽 사옥 구경하고 무라카미 타카시 전시도 봤다. 정말 멋진 사옥이다. 이 날 오승환 은퇴경기가 열렸다.
  • 류성락
9월의 마지막 나날들
박소령님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 다 읽었다.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예전 회사 초기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 퍼블리를 창업하고 매각하기까지 10년 동안 중요한 10가지 사건들을 각각의 챕터로 정리한 책이다. 하나의 챕터는 당시와 현재, 두 개의 시점으로 나누어 기술했다. 당시의 상황과 생각은 슬랙에 공유하듯 넘버링되어 속도감 있게 읽히도록 했고, 지금 시점에서 당시 상황을 돌아보는 글은 차분한 줄글로 적혀 있다. 퍼블리는 유명한 콘텐츠 스타트업이었지만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은 더 귀하다. 창업자의 시점에서 투자 유치, 성장, 레이오프 같은 주제들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다루었고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으면서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는 창업가들에게 '이런 방법도 있다'는 길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는 동안 박소령님의 고통이 읽는 나에게 전이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사실적인 스타트업 이야기다. 책에 인용된 다양한 콘텐츠들 중 스타트업이나 창업가 정신에 대한 관심사 덕인지 이미 읽어본 책들이 많아 더 몰입해 잘 읽힌 느낌도 있었다. 그래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도 많았다. 예를 들면 <가난한 찰리의 연감> 같은 책은 거의 매 챕터에서 인용되는데 어떤 책인지 궁금해졌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거나, 창업을 고민하고 있거나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 실패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9월 현재까지 2025년 올해의 책. 선희랑 프로퍼 커피바 왔다. 날씨가 좋아서 야외 테이블에 앉았는데 오히려 실내보다 더 좋았다. 실내는 좋은데 사람들 대화소리가 너무 웅웅 울려서 loop 착용 필수다. 좋은 날씨가 느껴지는 사진. 집에 잠깐 있다가 올림픽 공원에 빈지노 보러갔다. 우리 땐 빈지노 나오면 여자애들 다 쓰러졌었는데 크러쉬가 더 인기 많더라. 우리 친구 빈지노 뭔가 우리 세대 20대의 아이콘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 루빈이 아빠 되어버림... 그래도 음악 잘해서 멋있다. 노비츠키 앨범에 있는 노래 많이 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 간만에 선희랑 셀카 찰칵 느지막히 일어나 탄천 달리고 모여 있는 물고기 떼 구경하고... (자세히 보면 보임) 집에서 선희랑 치킨도 해먹었다. 교촌치킨 게섯거라...
  • 류성락
행복만 존재하는 공간
일요일 오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일부러 해지기 몇시간 전에 올림픽 공원에 가서 헬리녹스 의자와 피카츄 돗자리를 펴놓고 말차 마시면서 책 읽었다. 날씨와 사람들이 풍기는 바이브가 너무 좋았다. 오직 행복만이 존재하는 공간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봤다. 말이 되나 싶지만 말이 안 될 것도 없어 보였다.
  • 류성락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느낀 것
저녁 먹고 선희랑 산책이나 할까 하고 나왔다가 따릉이 타고 올림픽 공원에 갔다. 목표는 올림픽공원 CU 직영점에만 있는 과일 스무디 마시기였다. 올림픽공원에 도착하니 공연이 끝났는지 인파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상기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누구 공연인지 물어볼까 하다가 너무 아저씨 같아 보일까봐 참았다. 다들 한손에 들고 있는 굿즈 가방에 써 있는 걸 보니 아이유 콘서트였다. 덕분에 CU 직영점에도 사람이 많았다. 스무디 기계는 한 대인데, 냉동 과일이 들어있는 컵을 구매해 계산한 후 기계에 넣고 갈아 마시는 시스템이라 스무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원래 나는 베리믹스 좋아하는데 하나밖에 없어서 선희한테 양보했다. 망고 스무디도 맛있긴 한데 뭐... 나쁘지 않다. 아이유 대단하다. 우리도 팬클럽 가입할까? 아이유 공연장 맞은 편에 클라이밍 월 공사 중이었다. 알고보니 IFSC 월드컵을 이번엔 올림픽공원에서 하는 모양. 주말에 구경하러 와봐야지. 한국영화를 살리기 위해서... 는 아니고 그냥 롯데월드몰에서 감자튀김 먹으면서 영화보고 싶어서 영화 보러 갔다. <얼굴> 봤는데 중훈이가 박정민 연기에 이입 안 된다고 하는 이야기 들은 뒤부터 나도 박정민 연기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친구를 잘 둬야 한다. 영화는 그냥... 정말 그저 그랬다. (라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다) 사실 내가 극도로 싫어한다고 할 만한 행위 자체가 많이 없는데... 하나를 꼽자면 인스타 맛집에 줄서기다. 선희가 런던베이글뮤지엄 궁금해해서 정말 큰맘먹고 웨이팅했다. 생각보다 오래 안 걸렸다.
  • 류성락
2025년 9월까지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불현듯, 별안간, 바야흐로 아무튼. 미디움이 너무 쓸쓸한 공간처럼 느껴져서 슬래시페이지로 이사하기로 했다. 여기로 오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 류성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