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장미의 심연까지, 나카야마 가호
책 제목을 쓰다가 무심코 <흰 심연의 장미까지>라고 썼다. 생각해보니 썩 내용과 다른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쨌든 심연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 줄거리는 간단해요. 성격 나쁜 길고양이 같은 글 쓰는 여자와 그 여자의 책을 고른 여자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사랑이야기라는 데 이견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진짜 제멋대로인 여자. 성격 나쁜 길고양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가 쓴 책을 골라버린 여자. 둘이 사랑에 빠진 게 우연은 아니다. 책을 쓴 여자가 먼저 대쉬했거든. 비가 오는데 우산을 빌려주면서 연락을 달라고 했거든. 붉은 립스틱으로 자신이 쓴 책에 전화번호 열자리와 이름을 쓴 그 여자. 그 여자가 처음으로 쓴 책은 이런 내용이다. 열다섯 된 쌍둥이 남매의 열렬한 사랑을 반대하는 금지하는 부모를 죽여버리는 이야기. 이런 책을 쓴 여자라면 틀림없이 제멋대로일거야 마음대로 생각해버리고 싶었다. 터부시되는 이야기를 순문학으로 내놓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사람들이잖아. 둘은 사랑에 빠진다. 책을 쓴 여자 루이가 더 사랑에 빠졌는지, 책을 산 여자 쿠치가 더 사랑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사랑은 책 제목 그대로 심연같아서 발이 푹 빠져버린 순간 돌이킬 수 없으니까. 책을 읽는 내내 사랑은 깊어지고 더 깊어져서 악을 쓰고 울음을 터뜨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루이와 쿠치의 사랑은.. 망가진 기차 같았어. 퍼질러 앉아버리더라도 어느날은 폭주기관차가 되어 내내 사랑을 칙칙폭폭 말하는 그런 기차 말이야. 지옥까지도 같이 가자 라는 말이 이 책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지옥은 언제나 천국 속에 존재한다던 저자 나카야마 가호 작가의 신념처럼. 네가 있다면 나는 그 곳이 어디라도 따라갈거야. 라는 말을 스스로 실천해버리는 주인공이 있는 이 책에서는 어떤 말도 이상하지가 않았다.. 눈물이 났다. 대책없고 무모한 사랑이 눈물이 났다. 이 사랑이 너무나도 위험해 보이지만, 루이와 쿠치는 사랑을 해서, 사랑을 했기 때문에, 사랑을 지속하고 싶어서 그저 사랑을 했을 뿐이다.. 서툰 부분이 존재하는 책이다. 하지만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는 정도고, 이 사랑 이야기에 전혀 흠을 내지는 못한다. 아 쿠치가 이름모를 곳으로 간 그 곳에서 만난 루이의 모습이란. 나는 그 때의 쿠치 마음을 상상도 할 수 없다. 쿠치는 오히려 기뻤을까? 온전히 행복을 즐기는 루이의 모습을 봐서.. 쿠치는 기뻤을까 아니면 엉엉 울어버리고 싶었을까. 여러분들의 의견도 궁금해요.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상상의 여지를 남겨준 것이 작가가 남겨준 오롯한 배려라고 느껴진다. 이 엉망진창 사랑 이야기를 오래오래 입 안에서 굴리고 싶다. 영화 아가씨의 달콤한 사탕이 자꾸만 생각난다. 날카롭고.. 달콤한 그 사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