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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s

좀 더 감상을 남기고 싶었던 책들
흰 장미의 심연까지, 나카야마 가호
책 제목을 쓰다가 무심코 <흰 심연의 장미까지>라고 썼다. 생각해보니 썩 내용과 다른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쨌든 심연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 줄거리는 간단해요. 성격 나쁜 길고양이 같은 글 쓰는 여자와 그 여자의 책을 고른 여자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사랑이야기라는 데 이견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진짜 제멋대로인 여자. 성격 나쁜 길고양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가 쓴 책을 골라버린 여자. 둘이 사랑에 빠진 게 우연은 아니다. 책을 쓴 여자가 먼저 대쉬했거든. 비가 오는데 우산을 빌려주면서 연락을 달라고 했거든. 붉은 립스틱으로 자신이 쓴 책에 전화번호 열자리와 이름을 쓴 그 여자. ​ 그 여자가 처음으로 쓴 책은 이런 내용이다. 열다섯 된 쌍둥이 남매의 열렬한 사랑을 반대하는 금지하는 부모를 죽여버리는 이야기. 이런 책을 쓴 여자라면 틀림없이 제멋대로일거야 마음대로 생각해버리고 싶었다. 터부시되는 이야기를 순문학으로 내놓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사람들이잖아. ​ 둘은 사랑에 빠진다. 책을 쓴 여자 루이가 더 사랑에 빠졌는지, 책을 산 여자 쿠치가 더 사랑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사랑은 책 제목 그대로 심연같아서 발이 푹 빠져버린 순간 돌이킬 수 없으니까. 책을 읽는 내내 사랑은 깊어지고 더 깊어져서 악을 쓰고 울음을 터뜨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루이와 쿠치의 사랑은.. 망가진 기차 같았어. 퍼질러 앉아버리더라도 어느날은 폭주기관차가 되어 내내 사랑을 칙칙폭폭 말하는 그런 기차 말이야. ​ 지옥까지도 같이 가자 라는 말이 이 책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지옥은 언제나 천국 속에 존재한다던 저자 나카야마 가호 작가의 신념처럼. 네가 있다면 나는 그 곳이 어디라도 따라갈거야. 라는 말을 스스로 실천해버리는 주인공이 있는 이 책에서는 어떤 말도 이상하지가 않았다.. 눈물이 났다. 대책없고 무모한 사랑이 눈물이 났다. 이 사랑이 너무나도 위험해 보이지만, 루이와 쿠치는 사랑을 해서, 사랑을 했기 때문에, 사랑을 지속하고 싶어서 그저 사랑을 했을 뿐이다.. ​ 서툰 부분이 존재하는 책이다. 하지만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는 정도고, 이 사랑 이야기에 전혀 흠을 내지는 못한다. 아 쿠치가 이름모를 곳으로 간 그 곳에서 만난 루이의 모습이란. 나는 그 때의 쿠치 마음을 상상도 할 수 없다. 쿠치는 오히려 기뻤을까? 온전히 행복을 즐기는 루이의 모습을 봐서.. 쿠치는 기뻤을까 아니면 엉엉 울어버리고 싶었을까. 여러분들의 의견도 궁금해요. ​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상상의 여지를 남겨준 것이 작가가 남겨준 오롯한 배려라고 느껴진다. 이 엉망진창 사랑 이야기를 오래오래 입 안에서 굴리고 싶다. 영화 아가씨의 달콤한 사탕이 자꾸만 생각난다. 날카롭고.. 달콤한 그 사탕이.
  • ryn
흐르는 편지, 김숨
흐르는 편지 앞에 눈물이 속절없이 흐른다. <한 명> 보다 더 구체적인 묘사가 펼쳐진다. 꼭 읽어야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괴롭다면, 책의 내용이 너무 괴롭다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요. 아이를 가졌다. 무수히 찾아 온 일본 군인들 가운데 아이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다. 그저 아이를 가졌다는 것만 알았다. 아이가 병신으로 태어나길 바라는지, 죽은 채 태어나길 바라는지, 알 수가 없다. 기다린다, 닭띠로 태어날 아이를 그저 기다린다. 형언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누구나 생존을 바란다. 생존은 삶의 미덕이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상황에서 생존을 바라는 게 어떻게 헛된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결국 살아남는다는 건 당위성을 부여받은 사실이다. 아이를 낳았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알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이 책을 읽은 우리는 모두 청자와 독자가 되었다. 이제는 이 이야기를 모르는, 모르고 싶어하는 자들에게 화자가 될 때이다.
  • ryn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고명재
시인이 쓰는 산문은 이렇게나 시적이구나,, 싶어. 고요함이, 단정함이 문장이 되어 쌓이고. 눈송이처럼 소복소복 내려앉아 무無가 되는 그런 이야기들. 시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이렇게 새하얗고 방긋대는 이야기구나 싶어. 얘들아 이 책에서 향기가 난다. 푸른 창호지 향기가, 아니면 은은한 연꽃의 향기가, 눈송이 향기가 난다. 책이, 문장이 향기를 풍겨... 나는 이 책에 중독되지도 않았고, 매료당하지도 않았지만, 이 책에 온 몸을 맡기게 되었어. ​ 흰 눈이 쌓일 때 눈물이 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조끼는 왜 그런 형태인지 알고 싶다면, 소를 생각하면 왜 눈물이 왈칵 나는지 알고 싶다면, 어느 비구니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 이 책을 읽어보세요,, 고명재 시인의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 올해 첫 만점. 시인이 쓴 산문집에서도 시가 읽히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흰 종이, 흰 눈송이, 흰 무명, 흰 목련,, 온갖 희고 여린 것들 생각이 났다. 단정하고 고요한 것들 생각도 났다. 희붓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단어를 엮고 문장이 되고 사랑으로 찾아오는 것들 이야기였다. 진짜 너무 좋았다,, 끊임없이 태깅하고 문장을 하염없이 들여다봤다. 고명재 시인이 말하는 사랑이 이런거구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100가지 이야기였다,, 가감없이 딱 100가지의 이야기로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는 모든 이야기를 시처럼 말한다. 시가 아닌 이야기도 시로 읽혔다. 이런 사랑 이야기라면 끝없이 사랑을 말하고 싶다. 구순口脣을 더듬으며 투명한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
  • ryn
광인, 이혁진
<사랑의 이해>로 이혁진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광인>은 그를 마주한 두번째 작품이다. 제목을 처음 보고 생각했다. '아 사랑은 누구나 사람을 광인으로 만들곤 하지.' 하지만 읽을수록 '이건 그냥 광인의 이야기잖아요,,' 도대체 <광인>을 쓰기 이전 이혁진 작가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무슨 일을 겪지 않고서는 이런 책을 썼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결론 먼저 말할까요 ?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아주 강력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죠. 다양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명징하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이예요. 줄거리를 말할까 말까 고민이 되는데, 책의 뒷표지에 나오는 줄거리 선에서만 이야기를 간단히 언급할게요. ​ 음악하는 남자 준연, 주식을 하고 돈을 만지는 해원, 위스키를 만드는 여자 하진. 처음엔 준연과 해원이 사랑하는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처음부터 준연에 대한 묘사가 심상치 않았다구요. 준연의 인연으로 플루트 교습소에서 만난 하진과 해원은 사랑에 빠진다. 물론 준연도 해원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인연의 신은 하진과 해원을 이어주기로 결정한다. 하진과 해원은 사랑에 빠진다. 둘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해원에게 준연과 하진의 관계가 의심이 가고, 결국 해원은 어떠한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내가 말할 수 있는 이 책의 줄거리. ​ 근데 얘들아 (이 책을 읽은 불특정다수) 내가 해원이 이해가 간다면, 해원의 사랑이 이해가 간다면 내가 미친 사람일까 ? 사실 이 소설은 해원의 시점이라서, 해원의 입장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해원에게 설득을 당한건지. 아니면 내가 진짜 해원처럼 광인이라서 이 사랑이 이해가 가는 건지. 솔직히 중간까지는 해원에게 하진과 준연이 너무하다고 생각했어. 준연이 하진이 사랑한다는 걸 아는 입장에서, 그리고 심지어 하진은 해원에게 준연에 대해 이런 말을 했잖아. 헤어질 수 없어서 만날 수가 없다고. 아니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어 ? 하진에게 준연이 너무 소중해서 만날 수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잖아. 근데 준연과 하진이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고, 하진이 준연을 염려하고, 걱정하고, 보살필때마다 해원의 눈이 돌지 않았겠냐고. 이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해원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걸까 ? 근데 난 00범인 이 남자한테 사랑에 빠졌는지 해원을 이해하고 싶어져서 큰일이다 진짜... ​ 근데 또 마지막이 되어 하진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는 해원을 보면서 아 진짜 사랑은 하진처럼 하는 거지 싶어서 또 나를 때리고 싶었다. 이런 씨발. 완전한 사랑은 없는 건데 해원은 완전하고도 완벽한 사랑을 위해서 사랑을 완성시키려고 했던 걸 보면서. 아 해원의 고백을 보고 하진은 무슨 생각을 할까 ? 차라리 모르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저는 그 뒷 이야기를 알고도 견딜 수가 없었을거니까. 근데 하진이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진실은 그런 것이라고, 영영 따라잡히지 않는 것, 그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하진은 단단하고, 곧은 아름드리 나무같은 사람이라 이 진실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준연을 위해 살 인생을 다시 잘 준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게,, 너를 읽어온 내가, 너를 믿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야 하진. ​ 해원이 마지막을 준비하며 그렇게 말한다. 이제 자기는 자기가 좋다고, 자신의 인생이 그렇게 싫기만 하지는 않았고 자신이 저지른 실패들이, 잘못과 죄들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서 후회도 진심으로 할 수 있었다고. 나도 그래서 해원이 좋았나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해원에게 그렇게 이입되었나 봐. 노래를 끝내며 책은 끝난다. 사랑이 기꺼이 헤어짐을,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음악도 기꺼이 침묵으로 끝을 낸다. 침묵이 오는 건 오로지 음악이 끝나고 난 뒤. 그게 끝이라는 의미. 책은 끝났다. 하지만 이 사랑은 끝났을까 ? ​ 준연에 대한 이야기가 적다. 준연 미안해. 하지만 너에 대한 내 사랑은 여기까지 인가봐. 나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너도 알고 있을 것 같아. 하진이 너에게 0을 질렀냐고 물었을 때 너도 깨달았을까 ? 그래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 ?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어머니를 생각하던 너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너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해원이 너에게 무릎 꿇었을 때 나는 솔직히 네가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 끝나고 보니 이건 이기적인 나의 생각, 어리석은 독자의 생각. 다시 한번 미안 준연. 나는 너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어. 다른 독자분이 그 일을 해 주셨으면 한다. 잔인하게 생각하지 말어.. ​ 책에 대한 이야기를 우다다 적어내려갔다. 지금 이 감정이 흘러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두서없이 적은 글이다. 나중에 갈무리는 하지 않으려 한다. 이 감정은 누구보다 솔직하니까. 마지막은 사랑에 솔직했던 해원처럼 나도 지금 이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 너희를 모두 사랑해 해원 하진 준연.. 그리고 또 다른 햇살같은 준연까지. 어떤 책보다 사랑에 솔직하고, 끝까지 사랑을 말하는 책이었다. 두 번 생각하기는 싫어. 세 번 생각 안 할거야. 한 번만 생각하고, 한 번만 읽을게. 그게 내 사랑이야.
  • ryn
리틀 라이프, 한야 야나기하라
<리틀 라이프>. 읽은 사람은 모두 눈물을 펑펑 흘린더랬다. 그런 후기에 가볍게 시작했다. 후회하냐고 ? 그렇다 후회한다. 이 책을 모르던 때로 가고싶지는 않지만, 아는 지금 마음이 너무 무거워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내 아기 천사 주드 너를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야. 너를 모르던 때의 삶보다 안 이후의 삶이 나에게 더 필요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기 주드가 천사인 것과는 별개로 주드에게 간 온갖 형벌, 체벌, 학대, 폭력 같은 것들이 너무나도 끔찍해서 때때로는 책을 읽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흐리게 페이지를 보며 빠르게 넘긴 적도 있다. 그 모든 것이 주드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그 폭력들은 절대로 당연해지면 안되는 것들이었다. 한야 야나기하라 작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썼을까 ? 주드에게 가해지는 이 모든 것들이 작가로써, 창작자로써 당연히 행해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 이건 작가로써 주인공에게 내리는 형벌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불행 포르노 라는 단어를 주드에게, 주드의 인생에게 쓰고싶지 않았지만 경멸적으로 이 작품에 행해진 폭력을 바라본다. 그런 의미에서 불행 포르노 라는 말보다 더 어울리는 단어를 찾을 수는 없을거라 생각한다... 작품의 표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찡그리면서 고통을 참아내는 것 같은 남자의 얼굴. 주드보다는 주드를 흉내내는 제이비 같기도 해서 욕지거리를 참을 수 없었다. 나는 표지를 보며 제이비를 생각한다. 그가 행했던 끔찍한 짓을. 나는 월럼이다. 월럼이 되기로 한다. 주드를 보호하고, 주드의 자기 혐오를 감내하고, 그를 위로하며 사랑하기로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주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사랑받는 주인공이다. 몇번의 고비를 넘겨내고 자신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삶을 살아가기로 했던 주인공. ​ 리디에 올라온 수많은 BL 소설을 생각한다. 그 소설들과 이 소설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한다. 네 친구가 있고, 월럼이 있고, 주드가 있고, 둘이 사랑을 하고, 고난이 있고, 다시 둘이 사랑을 하고, 월럼이 죽고, 주드가 죽는다. 무엇이 다른가 그 소설들과 이 소설이. 생각을 하고 또 해봐도 다른 지점을 찾지 못했다. 떠오른 생각들에 대해 모두 반박을 할 수 있었고, 반박에 대한 반박, 다시 그 반박의 반박... 끝없는 뫼비우스 띠 같았다. ​ 주드의 인생에 대해 사사건건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그의 불행과 고통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과 같고, 주드는 그 일을 제일 힘들어 했기 때문이다. 너를 상처주고 싶지 않아 주드. 주드의 인생에서 행복이 없었냐고 ? 주드는 주드 나름대로 행복했다. 친구들이 있었고, 사랑하는 해럴드와 줄리아가 있었고, 월럼이 있었고, 일. 너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던 일이 있었지. 주드의 변호사 일에 대해 말해야 겠다. 그게 얼마나 그를 섹시하게 만들어 주었고, 어떻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지만 언젠가 말한 등식의 공리처럼 그가 변호사를 하게 되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주드는 어떤 날엔 모든 걸 잊기 위해 일을 했지만, 어떤 날은 모든 걸 되찾기 위해 일을 했다. 그게 좋았다. 주드의 변호사 일이 연약한 그의 피부를 감싸는 단단한 등갑처럼 보여서. ​ 또 무엇에 대해 말해야 할까 ? 아직도 마음에 응어리가 진 듯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내지는 못했다. 월럼에 대해서 말해야 할까, 또는 앤디, 해럴드와 줄리아. 주드와 관련된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말하면 조금 마음이 나아질까. 주드에 대해 말할까 어쩔까 나는 아직도 갈팡질팡이다. 책을 완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의 내 마음은 꽉 움켜진 부들이 되었고, 터진 부들마냥 새어나가는 게 느껴졌다.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삶을 살아나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 ? 이건 삶을 살아나가는 것에 대한 책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고통 속에서도 인내하면서 소중한 삶을 살아나가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래 나는 분노한다. 그런 자기 좋은 합리화를 하며 이 책을 읽어나갈 수는 없노라 분노한다. 그러기엔 누군가가 너무나도 끔찍한 고통과 형벌을 맞이하며 살아나가지 않았냐고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다. ​ 이 책이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독자를 방관자로 만드는 책은 좋은 책이 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별점 또한 주지 않았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추천하지도 않을거다. 하지만 읽는다는 사람을 말리려 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가 주드와 만날 운명이었다면 신께서 그렇게 안배하셨겠지.. 이 책을 읽으며 신을 바라봤다. 명징한 눈맞춤은 아니었다. 조금은 물기 많은 눈맞춤이었겠지. 내 아기 천사 주드, 때로는 진부한 말일지라도 이 말을 아껴두었어.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 ryn
순교자, 김은국
다 읽어내려갈 때 쯤, 명작인데 소리가 절로 나왔다. 김은국 작가의 <순교자>는 명작이다. 대신 살짝은 아쉬운 부분이 있어 만점을 주지 않았다. 아쉬운 점 하나, 한국문학을 표방하고 있으나 생각은 너무 서구적이다. 한국인들의 정서와 얼마나 맞닿을 수 있을지 조금 의심스럽다. 아쉬운 점 둘, 비밀이 너무 많다. (사실은 장점일 수도) 온통 비밀이다. 비밀을 추리하는 맛이 있기는 하나, 군사비밀들처럼 얽혀있어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 셋,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싶긴 하지만 이야기의 진실이 조금 김 샌다. 큰 이야기를 말할 수는 없겠으나 이게.. 진실이라고 ? 이게 그렇게까지 감추고 싶던 진실이라고 ? 싶은 마음이 조금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과 당시 사람들의 희망, 상념 등을 생각하자면 충격적이리라 생각되긴 한다. 64년에 발표된 소설인만큼 24년에 읽는 지금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 이 이야기는 교회와 신, 희망을 이야기하며 '순교'라는 것을 크게 그리고 있는데 (기리고 있다.. 라고 쓰려다가 이 부분에 대해 확신할 수가 없어 그리고 있다라고 쓴다.) 결국은 인간을 사랑하는 일. 혹은 인간을 동정하는 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많은 전쟁 문학들이 그렇듯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말하다가도 절망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상을 잘 나타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게 종교, 이 책의 경우에는 기독교와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를 키포인트로 꼽고자 한다. ​ P. 254 - P. 255 페이지에서 주인공 이 대위와 신 목사가 나누는 이야기가 이 책의 해답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 목사는 항상 신을 믿어왔지만 전쟁의 참혹함에서 신은 과연 인간을 버렸는가, 신께서 인간을 안배하시기는 하는가 에 대한 질문에 끝까지 답을 하지 못한다. 결국 그가 찾은 것은 고통받는 인간 뿐이었다. 그를 이끈 것은 신이 아니라 교인들을 위해서.. 신을 믿는 교인들을 위해 그는 신을 믿는 사람이 된 것이다. 희망이라는 환상을 줌으로써 고통받는 인간을 구제하려 하는 일은 얼마나 신을 믿는 사람으로써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결국 그는 신을 찾지 못했는데 ! 그의 절망은 곧 그의 십자가였다. ​ 주인공 이 대위는 다른 신들을 논하는 장 대령에게 기독교 특유의 것에 대해 말한다. "누군가 한 사람이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그들의 구원을 위해 죽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이 믿는 신의 아들이었고요." 이 페이지를 빌어 신에 대해 논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신은 언제나 존재하고자 하는 게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을 믿는 인간들의 그들의 신에게 배반당하는 순간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
  • ryn
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이 책은 미스터리 군상극이다. "그대 사쿠에베는 내 아버지의 원수. 여기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자."로 부터 시작되는 복수. 복수 후 2년 목격자 5인이 진술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스터리라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띠지에 "언제 알아차리든 이 소설의 반전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적혀 있어서 아.. 미스터리 반전 소설이구나.. 하고 깨달았지 뭔가요. 반전이 나온다..! 아 이게 반전...! 이러면서 봐서 막상 반전이 나왔을 때는 김이 조금 샌 느낌이었네요. 그리고 헉 !!! 미친 반전 !! 이런 느낌은 아니었답니다. 아 그렇지, 이게 반전이군. 이런 느낌이었어요. ​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한 건, '연극'이라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계급, 정해진 역할에 반해 '극장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에 기쿠노스케 라는 무사가 나타나 고비키초의 복수를 행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목격자들은 모두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기쿠노스케가 터전을 잡은 곳도 극장. 이 이야기에서 연극이라는 장치와 극장이라는 무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소재로 나타난다. '연극'을 통해 여러가지 상처를 치유하던 목격자들이 복수를 도와주는 이야기에는 위로를 선사해준다. 에도시대를 살아가지 않더라도 그 안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훌륭하게 현대의 독자 앞으로 끌어온 저자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에도시대 이야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비슷한 느낌을 지닌 <흑뢰성>을 읽을 때에는 영 다른 이야기들에 지치기도 했는데 전혀 그런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대에서도 행해지는 '연극'이라는 매개체가 우리를 한 마음으로 이끌었다는 생각이 든다. ​ 책 표지가 너무 아름다운 책이니까요, 꼭 한 번 응시해보시길.
  • ryn
프라이스 킹!!!, 김홍
<엉엉>에 이어 김홍 작가님을 접한 두번째 책이다. '복수도, 고통도, 대통령 당선도 모두 팝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이끌려 구매했다. <엉엉>과 마찬가지로 백종원이 등장하는 이 세계관에서는 최고의 장사꾼, 최악의 사기꾼 '프라이스 킹' 배치 크라우더가 등장한다. 그는 '킹 프라이스 마트'를 개업했는데 주인공 구천구는 무당 억조천생의 세번째 아들로 킹 프라이스 마트의 유일한 직원이다. 이 마트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라면을 구하는 일. 제일 쉬운 일은 길잃은 복수를 구하는 일이다. 마트에 존재하는 거라곤 코끼리만한 금고. 게다가 억조천생 여사와 알 수 없는 위원회에서는 '베드로의 어구'를 찾기 위해 구천구를 탈탈 털어버리는 데... ​ 구천구의 성장소설이자 블랙코미디 풍자 소설, 그리고 자아를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려내는 소설이기도 하다. 구천구가 구³이 되었고, 종래엔 코끼리가 되어 자아를 찾아나가는 성장소설. 이라는 게 내 주장이다. 웃기지 않는 부분이 없고, 심각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의미가 없는 부분 또한 없다. 구³의 두 형, 구이구와 구칠구를 잡아 먹었을 때도, 어머니 억조창생 여사를 잡아 먹었을 때도. 결국 금고가 열려 베드로를 만나고 어구를 받았을 때도, 코끼리가 되었을 때도. 모든 것에 의미가 담겨져 있어 보였다. 물론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그치만 어렴풋이 텔레파시를 보내고 받는 듯한 그런 찌릿함이 분명히 온다. <프라이스 킹 !!!>은 그런 소설이었다. 결국 동네를 떠나는 코끼리 아저씨와 코끼리. 더 멋진 여정이 펼쳐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황당하신가요 ? 저도 무척이나 황당했답니다. 하지만 이 날 것의 이야기는 제가 설명한대로 펼쳐지니까요,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한답니다. 황당함 속에서도 문학의 장점을 잘 이끌어나가고, 재치있게 다듬은 책이었어요. 별 반개를 뺀 이유는, 이런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독자를 향한 메세지는 명확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들로 그 메세지가 좀 흐려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반 개를 뺐어요. 그래도 꼭 읽어보실거죠 ?
  • r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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