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로 이혁진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광인>은 그를 마주한 두번째 작품이다. 제목을 처음 보고 생각했다. '아 사랑은 누구나 사람을 광인으로 만들곤 하지.' 하지만 읽을수록 '이건 그냥 광인의 이야기잖아요,,' 도대체 <광인>을 쓰기 이전 이혁진 작가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무슨 일을 겪지 않고서는 이런 책을 썼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결론 먼저 말할까요 ?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아주 강력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죠. 다양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명징하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이예요. 줄거리를 말할까 말까 고민이 되는데, 책의 뒷표지에 나오는 줄거리 선에서만 이야기를 간단히 언급할게요.
음악하는 남자 준연, 주식을 하고 돈을 만지는 해원, 위스키를 만드는 여자 하진. 처음엔 준연과 해원이 사랑하는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처음부터 준연에 대한 묘사가 심상치 않았다구요. 준연의 인연으로 플루트 교습소에서 만난 하진과 해원은 사랑에 빠진다. 물론 준연도 해원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인연의 신은 하진과 해원을 이어주기로 결정한다. 하진과 해원은 사랑에 빠진다. 둘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해원에게 준연과 하진의 관계가 의심이 가고, 결국 해원은 어떠한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내가 말할 수 있는 이 책의 줄거리.
근데 얘들아 (이 책을 읽은 불특정다수) 내가 해원이 이해가 간다면, 해원의 사랑이 이해가 간다면 내가 미친 사람일까 ? 사실 이 소설은 해원의 시점이라서, 해원의 입장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해원에게 설득을 당한건지. 아니면 내가 진짜 해원처럼 광인이라서 이 사랑이 이해가 가는 건지. 솔직히 중간까지는 해원에게 하진과 준연이 너무하다고 생각했어. 준연이 하진이 사랑한다는 걸 아는 입장에서, 그리고 심지어 하진은 해원에게 준연에 대해 이런 말을 했잖아. 헤어질 수 없어서 만날 수가 없다고. 아니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어 ? 하진에게 준연이 너무 소중해서 만날 수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잖아. 근데 준연과 하진이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고, 하진이 준연을 염려하고, 걱정하고, 보살필때마다 해원의 눈이 돌지 않았겠냐고. 이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해원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걸까 ? 근데 난 00범인 이 남자한테 사랑에 빠졌는지 해원을 이해하고 싶어져서 큰일이다 진짜...
근데 또 마지막이 되어 하진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는 해원을 보면서 아 진짜 사랑은 하진처럼 하는 거지 싶어서 또 나를 때리고 싶었다. 이런 씨발. 완전한 사랑은 없는 건데 해원은 완전하고도 완벽한 사랑을 위해서 사랑을 완성시키려고 했던 걸 보면서. 아 해원의 고백을 보고 하진은 무슨 생각을 할까 ? 차라리 모르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저는 그 뒷 이야기를 알고도 견딜 수가 없었을거니까. 근데 하진이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진실은 그런 것이라고, 영영 따라잡히지 않는 것, 그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하진은 단단하고, 곧은 아름드리 나무같은 사람이라 이 진실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준연을 위해 살 인생을 다시 잘 준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게,, 너를 읽어온 내가, 너를 믿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야 하진.
해원이 마지막을 준비하며 그렇게 말한다. 이제 자기는 자기가 좋다고, 자신의 인생이 그렇게 싫기만 하지는 않았고 자신이 저지른 실패들이, 잘못과 죄들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서 후회도 진심으로 할 수 있었다고. 나도 그래서 해원이 좋았나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해원에게 그렇게 이입되었나 봐. 노래를 끝내며 책은 끝난다. 사랑이 기꺼이 헤어짐을,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음악도 기꺼이 침묵으로 끝을 낸다. 침묵이 오는 건 오로지 음악이 끝나고 난 뒤. 그게 끝이라는 의미. 책은 끝났다. 하지만 이 사랑은 끝났을까 ?
준연에 대한 이야기가 적다. 준연 미안해. 하지만 너에 대한 내 사랑은 여기까지 인가봐. 나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너도 알고 있을 것 같아. 하진이 너에게 0을 질렀냐고 물었을 때 너도 깨달았을까 ? 그래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 ?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어머니를 생각하던 너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너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해원이 너에게 무릎 꿇었을 때 나는 솔직히 네가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 끝나고 보니 이건 이기적인 나의 생각, 어리석은 독자의 생각. 다시 한번 미안 준연. 나는 너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어. 다른 독자분이 그 일을 해 주셨으면 한다. 잔인하게 생각하지 말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우다다 적어내려갔다. 지금 이 감정이 흘러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두서없이 적은 글이다. 나중에 갈무리는 하지 않으려 한다. 이 감정은 누구보다 솔직하니까. 마지막은 사랑에 솔직했던 해원처럼 나도 지금 이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 너희를 모두 사랑해 해원 하진 준연.. 그리고 또 다른 햇살같은 준연까지. 어떤 책보다 사랑에 솔직하고, 끝까지 사랑을 말하는 책이었다. 두 번 생각하기는 싫어. 세 번 생각 안 할거야. 한 번만 생각하고, 한 번만 읽을게. 그게 내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