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일기

가이드의 매일의 단상과 명상의 기록

003 25.8.4.(윤 6.11) 을사일

Category
Empty
Category
Empty
Created by
  • 가이드
Created at
Status
Empty
Assignee
Empty
그끄저께 일을 했다. 어제 새벽에 아기를 돌보는 꿈을 꾸고 이 일이 얼마간 신경쓰이게 진행될거라 예감했다.
작년에 경미한 낙차사고 후 스트레스 받으면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중단하고 회피했던 일이었다. 이 일이 나에게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몇개월을 중단했었다. 그러다가 지지난 주말에 했던 기도가 영향을 많이 주었는지 어디선가 용기가 나왔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일을 했고, 일을 조금 더 벌인 결과는 썩 좋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일이 제대로 안되었을 때 처럼 스트레스가 밀려와서 우려했던 상황이 펼쳐졌다. 아 시기상조였을까? 정리해버릴까?
스트레스는 허리를 우선 공격했다. 이 경우 나는 다양한 회피 및 자기위안 도구(술이나 담배 등)을 떠올리지만 그냥 커피 한 잔 더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몸으로 받아냈다.
요즘 기도를 하면 왕왕 귀가 먹먹해지는데 역시나 일을 하며 계속 귀가 먹먹했다. 이대로는 마음이 쏠려서 오늘 명상을 하는것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상황을 GPT에 설명하고 상담문구를 뽑았다. 이 상황에 상당한 컴플렉스가 포함되었던 지라 어제처럼 마음에 와닿는 상담문구가 뽑히지 않더라. 조금씩 마음에 와닿게 수정한 후 정성껏 한 자 한 자 천천히 필사를 했다.
글씨에 번뇌가 담뿍담뿍 들어갔다. 필사를 끝내고 어제 상담문구와 오늘 상담문구를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었다. 오늘보다는 어제 꿈해몽으로 만든 상담 문구가 퍽 마음에 와닿는다.
다 쓰고 명상자세로 눈을 감았더니 쉽게 집중이 되지 않는다. 주체와 본체에게 통사정을 하고 있는데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 허리가 경직된 바람에 누운 자세였는데 오늘은 누워 눈을 감아도 각성이 너무 높아 잠이 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제 어머니 다리를 주물러드리고 집오는 길에 입안 혀끝과 입술안쪽에 박하사탕을 문 것 마냥 전기적인 신경자극증상이 잠깐 있었는데 그 감각이 오늘도 일어났다. 이걸 쓰는 지금까지도 저릿저릿 화하다.
십분정도 지났을 때 이 기분을 누군가에게 말로 토설을 하고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같은 일을 하는 지인들이 떠올랐다.
사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자세히 말을 해도 절대 절대 이해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 당장 벌인 일이 바로 이렇게 잘 되고 있는 행운이 가득한 상황에서 우는 소리라니.
그래서 눈물이 왈칵 터졌다. 좀 외로운게 좋은 거다. 나는 외로워야 안 외롭다. 내 마음에게 셀프 위로를 받았다. 내 마음은 척하면 척하고 다 아니까 말이다. 눈물로 마음을 씻어내렸다. 울면 마음이 밝아지고, 통증은 좋고 기쁜일이다. 나에게 기회가 남아있는 증거이다.
조금 울고 나서 아예 눈을 뜨고 손을 앞으로 뻗어 손 사이에 잔상같이 일렁거리는 빛을 보기로 했다.
오히려 눈을 뜨고 그걸 보고 있으니 희한하게 마음이 가라앉고 현재에 집중이 된다.
나는 아주 어릴 때 부터 만화경시각 이라고 불리는 시각피질의 신경 증상이 있는데 크게 쓸데가 있지도 않고 불편한 것도 아니다. 이것이 건강 문제가 되면 섬광암점이라는 증세로 번지긴 하는데 그렇게 된 적은 살면서 아직 세번쯤, 잠깐씩 밖에 없다.
이렇게 각성도 불안도가 높고 흥분 긴장 증상이 있을땐 더 선명하거나 크고 빠르게 움직인다. 오늘도 큼직한 만다라 모양의 만화경시각이 떠 있다. 명암이 진한건 아니고 크게 퍼져서 자글자글 연한 색깔이다.
그리고!
팔을 뻗어 손을 보고 있으니 손과 손의 잔상 부분엔 무늬가 없다. 손 주변부에만 배경화면처럼 둥글게 만다라 모양이 떠 있다. 원래 진한 사물이나 자세히 보고있는 것에는 이 무늬가 침범을 잘 안하고 깨끗하고 밝은 배경에서만 잘 보이는 거라서.
태양의 코로나가 터지듯 손가락 마디께에서 빛이 퐁퐁 터졌다. 더불어 양 손가락끝에서 노랗고 뿌연 빛으로 연결이 되어있는 것(같은) 시각적 착각을 자세히 보면서 즐겼다.
음악은 인라이트닝이었고 십분 정도 즐겁게 이 손가락 사이의 빛을 보았다. 영상으로 찍어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핬지만 찍어도 안나오는 것이라 아쉬웠다. 누군가의 오라장을 선명하게 팍팍 봐내면 좋겠다. 이렇게 잔상처럼, 착각처럼 아주 희미하게만 보인다.
쫓기고, 조급하고, 잘하고 싶고, 통제 안되는 것을 통제 못해서 떼를 부리느라 가슴 답답 허리 삐끗 같은 증상들이 있었는데 많이 괜찮아졌다.
통증을 느낀다는 것은 엄청 기쁜 것이라는 지지난 주 기도의 메세지를 잘 되새겨보려고 한다. 그럼 오늘의 상태가 또 다시 반추되고 해석될 것이다.
그날의 기도의 체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홀리스틱 힐링 강의라는 구체작인 사건으로 나타나고 백일기도 챌린지로 까지 연결된 것 처럼.
속이 살짝 거북하다. 오늘은 종일 거북한 느낌에 대해 끈기있게 묵상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