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Sign In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시인이 새로 시작하는 한 청년에게 보낸 편지 열 편
글을 쓸 때나 삶을 살아갈 때 가져야할 자세, 방식, 방향에 대한 조언
이건 하고 저건 하지 말아라. 라고 강요하는 게 아닌,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부드럽게 얘기하고 있어서 읽기 편했다. 문장이 굉장히 풍성하고 눈 앞에 그려지는 느낌이라 좋았다.
16회차 필사
일자
2023.09.15 (금)
이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
31~32p
이제 『닐스 뤼네』의 세계가 당신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정말 장엄하고 심오한 작품이지요.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에 담긴 삶의 모든 향내부터 무르익은 열매의 깊고 풍성한 맛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이해되지 않았거나, 손으로 붙잡지 못했거나, 경험하지 못했거나, 기억의 떨리는 여운으로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경험이란 없으며,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마치 운명처럼 펼쳐집니다. 이 운명은 경이롭고 커다란 직물이며, 그 안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손길에 이끌린 실 수백 오라기가 나란히 서거나 엮이기도 합니다. 당신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큰 행복을 경험하고, 새로운 꿈을 꾸듯 수많은 놀라움의 향연 속을 거닐었겠지요. 자신 있게 말하건대 나중에 다시 읽어도 똑같은 경이로움을 느낄 것입니다. 이 책은 비범한 힘을 절대 잃지 않으며, 처음 읽었을 때 빠져든 동화 같은 모습 또한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이 책을 읽는 이는 책을 더욱 즐길 것입니다. 더욱 감사하며 더 제대로 더 단순하게 관조할 것입니다. 삶에 대한 믿음이 깊어지고, 삶이 더욱 행복하고 위대해질 것입니다.
17회차 필사
일자
2023.09.18 (월)
이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
45~46p
당신은 젊고 출발선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가슴속에 있는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인내로 대하십시오. 그 문제들 자체를 페쇄된 방이나 알지 못하는 언어로 쓰인 책처럼 사랑으로 대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당신이 얻지 못한 답을 찾아내려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당신은 아직 그것을 경험하지 못했으니까요. 모든 것은 경험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살아보십시오. 언젠가 자신도 모르는 새 해답 안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낼 것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내면에 특별히 행복하고 순수한 삶을 만들고 다듬을 기회를 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쪽을 향해 자신을 이끄십시오. 그러는 와중에 무언가를 마주하면 깊은 믿음으로 받아들이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의지에서 나온다면, 당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필요에서 나온다면 혐오하지 말고 받아들이십시오.
108p
당신의 내면에서 인내를 찾으십시오. 우직하게 당신을 믿으십시오. 어려운 것을 더욱더 신뢰하고 타인들 사이에서 당신의 고독에 기대십시오. 그 외에는 삶이 흘러가는 대로 두십시오. 나를 믿으세요. 어떤 경우에도 삶은 옳습니다.
18회차 필사
일자
2023.09.20 (수)
이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
108~109p
당신을 한데 모으고 들어올리는 모든 감정은 순수합니다. 당신의 한 면만 붙들고 일그러뜨리는 감정은 순수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떠올리는 모든 건 좋은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최고의 순간에 할 수 있었던 일보다 더 많은 것을 이끌어내는 모든 것은 옳습니다. 당신의 혈액을 흐르는 고조는 환각이나 혼탁함이 아니라 바닥을 내려다볼 정도로 맑은 기쁨일 때 긍정적인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의심도 제대로 훈련한다면 좋은 성질을 지닐 것입니다. 박식해져야 하고 비판적이어야 합니다. 당신의 의심이 당신의 무언가를 파멸하려 한다면, 도대체 왜 그것을 추하다고 여기는지 묻고 그에 대한 논증을 요구하며 의혹을 시험하십시오. 그러면 아무 말도 못한 채 당황할 테지요. 어쩌며 반항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약해지지 말고 논쟁을 이어가십시오. 그리고 한순간도 눈을 떼지 말고 철두철미하게 행동하십시오. 처음에는 파괴자 같던 의심이 당신을 위한 가장 훌륭한 일꾼으로 변할 것입니다. 또한 당신의 삶을 짓는 모든 일꾼 중에서 가장 현명한 일꾼이 될 것입니다.
31~32p 문장이 너무 풍성해!
이제 『닐스 뤼네』의 세계가 당신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정말 장엄하고 심오한 작품이지요.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에 담긴 삶의 모든 향내부터 무르익은 열매의 깊고 풍성한 맛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이해되지 않았거나, 손으로 붙잡지 못했거나, 경험하지 못했거나, 기억의 떨리는 여운으로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경험이란 없으며,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마치 운명처럼 펼쳐집니다. 이 운명은 경이롭고 커다란 직물이며, 그 안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손길에 이끌린 실 수백 오라기가 나란히 서거나 엮이기도 합니다. 당신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큰 행복을 경험하고, 새로운 꿈을 꾸듯 수많은 놀라움의 향연 속을 거닐었겠지요. 자신 있게 말하건대 나중에 다시 읽어도 똑같은 경이로움을 느낄 것입니다. 이 책은 비범한 힘을 절대 잃지 않으며, 처음 읽었을 때 빠져든 동화 같은 모습 또한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이 책을 읽는 이는 책을 더욱 즐길 것입니다. 더욱 감사하며 더 제대로 더 단순하게 관조할 것입니다. 삶에 대한 믿음이 깊어지고, 삶이 더욱 행복하고 위대해질 것입니다.
45~46p
당신은 젊고 출발선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가슴속에 있는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인내로 대하십시오. 그 문제들 자체를 페쇄된 방이나 알지 못하는 언어로 쓰인 책처럼 사랑으로 대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당신이 얻지 못한 답을 찾아내려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당신은 아직 그것을 경험하지 못했으니까요. 모든 것은 경험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살아보십시오. 언젠가 자신도 모르는 새 해답 안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낼 것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내면에 특별히 행복하고 순수한 삶을 만들고 다듬을 기회를 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쪽을 향해 자신을 이끄십시오. 그러는 와중에 무언가를 마주하면 깊은 믿음으로 받아들이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의지에서 나온다면, 당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필요에서 나온다면 혐오하지 말고 받아들이십시오.
66~68p
당신이 내면에 지닌 세계를 생각하십시오. 그 생각에 당신이 원하는 이름을 붙이십시오.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든지 미래에 대한 갈망이라고 말이지요. 당신은 그 안에서 생겨나는 것에 주목하고 주변에 있는 무엇보다도 우선시해야 합니다.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당신의 모든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내면에 사랑을 쏟는 일에만 집중하고, 타인에게 당신을 변명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그래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직업이 힘들고 당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일이라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푸념하리라 짐작했습니다. 당신에게 도움이 될 위로는 할 수 없지만 조언을 하자면, 모든 직업이 그렇지 않은가 생각해보십시오. 모든 직업이 개인을 향한 요구와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지, 무미건조한 의무 때문에 볼멘소리를 하는 자들의 혐오로 절어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당신이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다른 이들보다 무거운 관습이나 편견, 과오를 짊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별히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직업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 자체가 광범위해서 진정한 삶을 안겨주는 위대한 존재들과 관련된 직업은 없습니다. 오로지 고독한 개인만이 마치 사물처럼 심오한 규칙 아래 놓여 있지요.
78~79p
고독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하는 것 때문에 혼란스러워하지 마세요. 그러한 소망을 조용히 심사숙고하여 도구로 사용한다면, 당신의 고독이 넓은 대지 위로 펼쳐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관습의 도움으로) 모든 일을 쉽게 해결하려고 합니다. 쉬운 해결법 중에서도 가장 쉬운 방법만 찾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려운 쪽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어려운 쪽을 향하고 자연의 모든 것은 자라면서 나름의 방식대로 자신을 지킵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고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리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을 지키려고 합니다. 우리는 식견이 좁지만 어려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이런 확실함이 우리 곁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고독하다는 건 좋은 일이지요. 고독이란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렵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
사랑도 대단한 일입니다. 사랑 또한 어렵기 때문이지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일 중 가장 어려운 과제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해야 할 가장 마지막, 궁극의 시험이자 고난이고 노동입니다. (엥?)
108~109p
당신의 내면에서 인내를 찾으십시오. 우직하게 당신을 믿으십시오. 어려운 것을 더욱더 신뢰하고 타인들 사이에서 당신의 고독에 기대십시오. 그 외에는 삶이 흘러가는 대로 두십시오. 나를 믿으세요. 어떤 경우에도 삶은 옳습니다.
그렇다면 감정은 어떨까요. 당신을 한데 모으고 들어올리는 모든 감정은 순수합니다. 당신의 한 면만 붙들고 일그러뜨리는 감정은 순수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떠올리는 모든 건 좋은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최고의 순간에 할 수 있었던 일보다 더 많은 것을 이끌어내는 모든 것은 옳습니다. 당신의 혈액을 흐르는 고조는 환각이나 혼탁함이 아니라 바닥을 내려다볼 정도로 맑은 기쁨일 때 긍정적인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의심도 제대로 훈련한다면 좋은 성질을 지닐 것입니다. 박식해져야 하고 비판적이어야 합니다. 당신의 의심이 당신의 무언가를 파멸하려 한다면, 도대체 왜 그것을 추하다고 여기는지 묻고 그에 대한 논증을 요구하며 의혹을 시험하십시오. 그러면 아무 말도 못한 채 당황할 테지요. 어쩌며 반항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약해지지 말고 논쟁을 이어가십시오. 그리고 한순간도 눈을 떼지 말고 철두철미하게 행동하십시오. 처음에는 파괴자 같던 의심이 당신을 위한 가장 훌륭한 일꾼으로 변할 것입니다. 또한 당신의 삶을 짓는 모든 일꾼 중에서 가장 현명한 일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