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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일자
2024.05.31(금)
이름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필사 X
그래서 나는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통제 소재를 내 안으로 가져올 것.’ 저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내가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내가 그 일을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하기 싫은 일을 할 때조차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거다’, ‘내가 빨리 해 주고 넘어가 버리는 거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내가 그 일의 주체가 되고 주인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참 많다. 회사에 갈 때 즐겁고 재미있으면 입장료를 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입장료를 내는 대신 월급을 받는다. 그 대가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가족들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 회사에 다니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면 일의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일에 질질 끌려다니는 피해자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내가 해 주는 거다’라고 마음먹고 하기 싫은 일을 빨리 해치우면 나머지 시간에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원하는 여행을 갈 수 있고, 원하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있는데 내가 그에게 맞춰 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누구나 스스로를 비굴하고 초라하게 느낀다. 그런데 그럴 때도 ‘그 사람이 원해서 웃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상황을 원만하게 넘기기 위해서 웃어 주자’라고 마음먹어 보라. 어떤 상황에서든 주체를 나 자신으로 가져오라는 말이다. 그래서 회식 자리에서 말도 안 되는 상사의 농담에 죽어도 웃어 주는 짓은 못 하겠다는 환자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필사 O
“까짓것 웃어 주면 어때요. 중요한 건 지금 당신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결코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거예요. 상사 때문에 화를 내고, 상사를 볼 때마다 불편해하고, 그에 맞춰 주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데 당신의 에너지를 다 써 버리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나요? 그게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삶은 아닐 것 같은데요.”
그 어떤 억울한 일을 당했더라도 그것을 해결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그러므로 남 탓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의 역사가 아닌 내 역사를 써 나갈 수 있고, 남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살 수 있다.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 꼴 보기 싫은 사람과 오래도록 같이 하고 싶은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수많은 일들을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조율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의 삶이 아닐까.
일자
2024.06.03(월)
이름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필사 O
무기력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외부 상황이 바뀌기만을 바란다. 상황이 확 변해서 무언가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상황을 바꿔 주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시간은 흘러간다. 무기력의 구덩이에 빠져 ‘어차피 미래가 안 보이는데 뭐’, ‘해 봤자 안 될 게 뻔해’라며 자포자기하든, 다시금 무엇을 시도하든 인생은 흘러간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똑같이 시간이 가는 것 같지만 어떤 마음가짐이냐에 따라 10년 뒤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
필사 X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 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최악의 상황에 놓인다 해도 우리에게는 절대 빼앗길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우리 자신의 선택권이다. 즉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무기력하게 누워서 천장만 보고 살 건지, 일단 밖에 나가 할 일을 찾아볼 건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막상 밖에 나가 보면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생각보다 많다. 설령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해도 아이가 넘어져 있으면 아이를 일으켜 세울 수 있고, 길을 헤매는 사람이 있으면 길을 가르쳐 줄 수도 있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쓰레기나 담배 꽁초를 줍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발견하다 보면 다른 건 몰라도 무기력의 늪에서는 빠져나오게 된다.
일자
2024.06.05(수)
이름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필사 X
원래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나는 여행 가면 늘 ‘찍사’를 맡았다. 그런데 우연히 찍은 물방울 사진을 크게 확대해 인화해 봤는데, 물방울 안에 온 세상이 비춰져 담겨 있음을 발견했다.
‘이렇게 작은 물방울 안에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상이 있구나.’
그때부터 나는 물방울 사진 찍기에 취미를 붙였다. 온갖 물방울들이 내 눈에 포착되었다. 아스팔트 사이에 고인 빗물부터 꽃잎에 맺힌 이슬까지, 찍어도 찍어도 소재가 고갈되지 않으니 참 신이 났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또 한 번 깨달았다. 세상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만큼 보여 준다는 걸, 그러니까 재미있게 살고자 마음먹은 사람에게 이 세상은 재미투성이라는 걸.
필사 O
무엇이든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실은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해 봤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거라는 걱정,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무엇이든 시도해 보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그 결과 그들은 어떤 일에도 쉽사리 호기심을 갖지 못한다.
그렇게 걱정하는 동안 우리는 그날 누릴 수 있는 진짜 재미를 놓쳐 버리고 만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퍼센트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일들에 관한 것이며, 22퍼센트는 아주 사소한 걱정들이고, 4퍼센트는 우리가 전혀 손쓸 수 없는 일들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나머지 4퍼센트만이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96퍼센트의 걱정과 불평불만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오늘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고 만다. 인도의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는 《장자, 도를 말하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삶은 경험이지 이론이 아니다. 삶에는 해석이 필요없다. 삶은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중략) 매 순간 삶이 그대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그대는 머리로 궁리하고 있다. 그대는 삶에게 말한다. ‘기다려라. 내가 문을 열어 주겠다. 그러나 먼저 결정 내릴 시간을 달라.’ 삶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평생토록 삶이 그냥 왔다가 간다. 그대는 살아 있지도 않고 죽어 있지도 않은 채 다만 고달프게 질질 끌려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