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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일자
2023.10.27 (금)
이름
김키미,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필사X
<솔직한 피드백을 받기 위한 자세>
이야기의 제왕. 원작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생존해 있는 전설의 작가. 셀 수 없는 작품 수만큼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도 많은 작가. 그럼에도 자신의 이름 자체가 모든 수식어를 대변하는 대문호. 스티븐 킹.
킹은 어느 날 떠오른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그러나 세 쪽을 쓰고 펨을 멈췄다. 써밨자 소용없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완성에 이르려면 방대한 분량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는 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결과가 불투명한 게임에 시간을 투자할 만큼의 여유가 그에게는 없었다. 결국 세 쪽짜리 소설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이 소설에는 무언가가 있어요."
쓰레기가 되어 사라질 뻔한 소설을 세상에 꺼낸 건 그의 아내 태비사였다. 원고를 손에 꼭 쥐고 태비사는 간절하게 말했다. 어서 뒷이야기를 읽고 싶다고, 킹을 재촉했다. 망설임 끝에 킹은 생계를 건 도박을 펼쳤다.
그리고 그것은 스티븐 킹의 데뷔작이 되었다. 염력을 가진 소녀 이야기 '캐리'다.
필사O
하지만 모든 조력자가 옷매무새를 점검해 주는 건 아니다. '내가 무엇을 하든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과 '지퍼가 열렸다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은 같은 사람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이는 정신적 조력자와 이성적 조력자의 차이.
정신적 조력자는 주로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어떤 옷을 입든 멋지지 않을 리가 없다고 말해준다. 옷일랑 신경 쓰지 말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펼치고 오라고 응원해 준다. 진심 어린 믿음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이성적 조력자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내가 가장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옷을 같이 골라준다. 무테보다 뿔테 안경이 낫다고 조언해 준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사람들이 특히 공감할 만한 대목, 좀 덜어내도 될 대목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어느 쪽이든, 조력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나 자신. 세 쪽짜리 소설이라도, 썼으니까 쓰레기통에 처박힐 수 있었던 것이다.
일자
2023.10.30 (월)
이름
김키미,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필사X
<내 안의 브랜드 정체성 깨우기>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산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이를 두고 '멀티 페르소나'라고 정의했다. 다층적으로 형성되는 자아를 '복수의 가면'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한 것. 오늘날 현대인은 여러 개의 정체성을 핸들링하며 빠르게 모드를 전환하고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접속하며 살아간다.
가면 쓴 현대인에게 사회생활은 무대 위의 공연과 같다.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로서의 자아'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한다. 무대 아래에서는 '본래의 자아'가 공연을 지휘한다. 두 자아는 '하나의 나'이므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원치 않는 공연을 하게 될 때 '무대 위의 나'를 부정한다. 가짜라고 믿는다. 진정한 나는 여기에 있고, 저 위에서 나인 양 행세하는 이는 진짜가 아니라고 믿는다.
퍼스널 브랜딩 관점에서의 나다움은 주어진 배역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나다움'과 '나' 사이의 균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나'를 너무 의식하면 부자연스러워진다. 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야 비로소 나다움을 탐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말하자면 자기 객관화다.
필사O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객관화는 '나만 알고 싶은 나'와 '보여주고 싶은 나'의 구분. 타인에게 굳이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은 무대 위에 올리지 않아도 좋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가진 여러 페르소나 중에서 타인에게 '누구'를 꺼내어 보여줄지 얼마든지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그게 누구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진정한 나'여야 한다.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때도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들을 때도 '좋은 사람'이 거짓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브랜드는 고정관념이다"라는 말이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다는 건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고정관념을 심는 작업과도 같다는 의미. 개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보여주고 싶은 나'의 이미지가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퍼스널 브랜딩 관점에서 나다움은 '고정관념으로 굳어져도 괜찮을 정도의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시점에서는 다소 요원해 보이는 워너비, 즉 '되고 싶은 나'여도 상관없다. 내가 어떤 무대에 올라 어떤 공연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배역을 선택하는 수준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배역부터 정해놓고 멋지게 공연할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거니까. 희망사항은 얼마든지 구체적이어도 좋다.
내 안에서 어떤 페르소나를 꺼내면 좋을까?
일자
2023.11.1 (수)
이름
김키미,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필사X
<미쉐린 가이드의 소명>
1스타 :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2스타 : 요리가 훌륭하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3스타 :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미쉐린 가이드의 Not to do>
첫째, 평가원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다.
둘째, 절대 한 번에 결론 내리지 않는다.
셋째, 스타 기준에 음식 외 요소를 반영하지 않는다.
1936년에 완성된 스타 기준을 미쉐린은 엄격하게 사수한다. 미식의 상징이자 권위이고 명성이 된 기준을 지켜내는 일이 자신들의 소명인 것처럼 행동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성취하려 하기보다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똘똘 뭉친 브랜드랄까.
말하자면 그들의 원칙은 Not to do. 무엇을 해야 할지 To do를 결정하는건 중요치 않아 보인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정해두고, 그것을 집요하리만치 철저하게 보수적으로 지키고야 마는 것이다.
필사O
하고 싶은 걸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하느라 또 다른 걸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 나도 그렇다.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은 계속해서 불어난다. 24시간으로는 모자라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은 연 단위 프로젝트다.
가령, 2020년은 '책만 쓰면 되는 해'라고 정하는 거다. 1년에 단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취지. 그 외에는 하든 말든,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자유다.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것이다. 그런데 이게 엄청난 절제력을 만들 줄이야.
꼭 해내야 할 단 한 가지를 정하자, 무엇을 해야 할지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가 선명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집필만큼은 끝내지 못한 오조오억 개 중 하나가 되지 않게 하려고 나머지를 돌같이 보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책을 쓰기 위해 일 벌이지 않는 해'가 되었달까. 단 하나의 To do를 위해 Not to do를 이행하는 것이다.
그래도 타고난 기질을 버리진 못해 종종 일을 벌이곤 하지만, 그럴 때도 기준이 생겼다.
'책 쓰기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포기한다. 너무너무 재밌어 보여도, 다신 안 올 기회 같아도, 포기한다. 인생은 길고 재밌는 기회는 앞으로도 계속 생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