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게 된 계기는 별거 없습니다. 중학생 시절 아버지랑 어디 다녀오는 길이였습니다. 그때 당시 아버지가 클래식이랑 올드팝을 좋아하셨습니다. 항상 그 낡은 갤럭시노트2에는 아빠가 다운받아 놓은 5년째 바뀌지도 않은 재생목록이 있었고 항상 차를 탈때마다 똑같은 리스트로 재생되어 저도 순서를 다 외워서 같이 흥얼거리곤 했습니다. 그때는 너무 지루한 노래들이였습니다. 한창 소녀시대들이 흥할때였거든요. 한번은 한강 위 대교를 넘어가는데 재즈팝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악기들과 한강 너머로 해가 지는 노을이 너무 따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잔잔한 트럼펫과 색소폰, 피아노와 여성보컬, 한강물에 비친 황금빛 황혼과 봉고차 안의 따스한 공기, 아버지 본인의 옛날이야기까지 그 시절로 돌아갈 생각이 있냐고 한다면 저는 군대를 2번가서 고생하더라도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것입니다.
아버지차는 봉고차입니다. 여전히 봉고차를 타고 계십니다. 그 파란색 봉고차가 사실 부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비싼차는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집처럼 평범한 승용차가 부러웠나봅니다. 조금씩 커 가면서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면서 일찍 철이 들었나 봅니다. 새벽같이 나가서 공장에서 살다 오신 아버지, 따라다니면서 얼마나 이 힘든일을 혼자 어떻게 감당하신건지 그때만 생각하면 항상 울컥합니다. 그 힘든 시기를 지나 이렇게 제가 있는것이겠죠.
아버지의 장남은 번듯한 4년제를 졸업하고 응급의료인이되어 가정의 건강과 더 나아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릴때 우리 형제들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또 초기에 빠르게 캐치 못했다면 아버지는 지금 제 곁에 없으시겠죠. 제가 재즈에 빠질일도 없었을 것이고요. 그래서 재즈가 좋은가 봅니다. 여기서 아버지의 냄새가 납니다.
다 커서도 그 낡은 봉고차로 아들들을 어디 간다 그러면 꼭 데려다 주는 아버지의 마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저는 파란색 봉고차가 좋습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곡들과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넣었습니다.
추신.
쓰다보니 길어졌습니다. 사실 그냥 재즈 좋아하게 된 계기를 아버지와 차안의 분위기만 묘사하는 방식으로 짧게 쓰려고 했는데 너무 분위기가 가라앉네요. 아버지의 현재 근황을 추가합니다. 현재 아버지께서는 뜬금없이 러시아, 인도음악에 빠졌습니다,,,
[Playlist]
1.
*Ella Fitzgerald, Louis Armstron - Autumn in New York*
2.
Bob Manning - The very thought of you
3.
Sarah Vaughan - Come Rain or Come Shine
4.
Bill Evans - Never Let Me Go
5.
Chet Baker - Blue Room
6.
Stan Getz - Everything Happens To Me
7.
Justice Der - Summer
8.
The Nat "King" Cole Trio - I'm Thru With Love
9.
Nat "King" Cole - For All We Know
10.
Lisa Lugar - Everything Happens To Me
11.
Jim Hall Trio - Deep In a Dream
12.
Roy Hargrove Quintet - Everything I Have Is Yours
13.
The Nat "King" Cole Trio - The very Thought of You
14.
Justice Der - Fall in Love
15.
Chet Baker - Time After Time
16.
Justice Der - Crack Rock
17.
Sarah Vaughan - In a Sentimental Mood
18.
Bill Charlap - Make Me Rainbows
19.
Ry Starky - Autumn Leaves
20.
Jon Batiste - Bigger Than Us
5
3
4
몽
몽몽
재즈를 잘 알지 못하는데, 추천해주신 음악 들으면서 재즈음악을 함 접해봐야겠어요! 소중한 플리 공유 감사합니당. 나중에 러시아 음악, 인도음악도 추천해주세요!! 궁금해요!!
열
앗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실 요즘은 잘 듣는 사람들이 없어서 슬픈 재즈에요 ㅠㅠ 기회가 된다면 러시아랑 인도음악도 들고올게욬ㅋㅋㅋㅋㅋ 제기준 요상해서 ,,,
1
PADO_official
[파도타기 완성] 플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열 님! 플리 제작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주신 플리는 플리 모음집 OR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