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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예 제작기

DM 스크린 제작기(上)

작성일
May 17, 2025

1. 시작은 사소한 계기였다.

때는 바야흐로 5월 5일 어린이날...홍대 깔깔고블린에서 첫 자작시나리오의 테스트 플레이를 해봤다. 그리고 DM으로 플레이하면서 문득 '이것'이 없어서 아쉬움을 느꼈다. 그 '이것'이란 바로 DM 스크린.
게임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을 나누는 이것의 부재는 왜인지 내게 아쉬움을 남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깔깔고블린에서 빌릴 수도 있었지만 그 날은 왜인지 그것이 생각이 안났다. 그리고 세션을 진행하고 며칠 뒤, 문득 생각이 났던 것이다.
'디엠 스크린, 갖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트럼프의 관세공격, 아직도 미쳐버린 달러환율과 내 미국 아마존 계정이 잠긴 것이다. 풀려면 고객 센터로 내가 영어로 직접 풀어달라고 전화를 해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발더스게이트3를 통해 디앤디를 접한지 얼마 안된 나는 절망했다. 나는 영어가 안된다. 나는 오타쿠의 라틴어인 일본어만 가능하다. 즉, 영어로 계정잠금 풀어달라고 프리토킹하기?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걸 한국 인쇄소에 맡겨서 나만의 커스텀 스크린으로 제작해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품이 너무 많이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잠깐, 그냥 내가 가죽으로 만들면 되지 않나?'
기성품들을 보고, 집에 있는 재료들을 보고 생각이 난 것이다. 이거, 가죽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뜬금없이 왜 가죽인가. 사실 이유는 별거 없다. 백수시절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체험삼아 배운 가죽공예가 재밌어서 나의 가장 값비싼 취미중 하나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DIY의 달인들인 양덕들의 유튜브 영상들을 검색해보기로 했다. 가죽으로 만든 디엠스크린을 쳐보니 인조가죽으로 된 기성품은 물론이고 직접 제작한 사람들도 있다. 물론 수는 많지 않았다. 2개 정도? 생각외로 적어서 좀 놀랐다가 다른 DIY 영상들을 보니 깨달았다. 양덕놈들, 본인들의 커스텀 디엠스크린을 나무로 만들었다. 심지어 거기에 디지털 패널까지 단다.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무튼 가죽으로 디엠 스크린을 만들 수 있는건 2건의 검색결과로 검증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라고 못만들 것이 어디있나?
그래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2. 야드파운드법은 해로운 단위계다.

만들기로 결정 했으면 먼저 만들 제품의 도안을 짜야한다. 도안을 짜기 위해서는 전체 제품의 크기를 알아야하고.
이것을 위해서 나는 참고 자료를 찾기 위해 다시금 미국 아마존을 방문했다. DM 스크린이라고 치니 나오는 무수히 많은 제품 중, 인조 가죽으로 만든 다음 디엠 스크린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4패널이고, 마스터가 보는 면은 용지를 넣어 원하는 대로 안쪽 면을 커스텀 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제품 상세 설명에 적힌 길이들을 mm로 변환해 열심히 구상과 계산을 해본 결과 1차적인 도안을 완성했다.
그리고 도안에 맞춰 사고나서 안쓴 가죽을 하나 잘라 실물 제작 겸 확인해봤는데...뭔가 이상하다.
총장이 너무 짧은 것이었다. 왜인가 했더니 내가 접는 부분 여백을 3~5mm정도로 생각을 하고 계산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 소품 만들때야 3~5mm는 널널한 너비이지만 이렇게 큰 제품에서 3~5mm는 적은 여백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열심히 만든 도안은 폐기, 자른 가죽은 그나마 커서 나중에 자투리 가죽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다시금 2차 도안을 만들었고, 또 다시 프린트카페로 가서 도안을 출력해온 다음 두꺼운 도화지에 붙여 조립했다.
또다시 사다놓고 안쓴 가죽을 꺼내서 가장 큰면을 재단해보았다. 다행이도 이번에는 접는 부분 여백을 널널히 주어서 내가 구상한대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제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확인해야했는데, 여기서 가죽 보강재중 하나인 본텍스를 붙이면 이 가죽이 설 수 있는 지가 중요했다. 왜냐하면 내가 테스트로 쓴 가죽은 피할을 얇게 쳐서 흐물흐물한 말랑 가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본텍스를 재단해 붙여주고, 세우니...
"섰다!"
학원에서 배울때 본텍스가 가장 딱딱하고 강인한 보강재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금 실감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테스트를 해보고 머릿속에서 이후의 과정들을 시뮬레이션 해본 뒤, 실물을 만들기 위해 주말에 신설동 가죽시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3. 장롱면허는 자차를 꿈꾼다.

기다리던 토요일. 이틀 연속 비가 이상하게 내리더니 주말 아침이 되니까 화창해서 일찍 깨버렸다. 별생각 없이 나만의 디엠 스크린을 만들 것을 생각하며 싱글벙글 침대에서 유튜브를 보며 다른 기성 종이 디엠 스크린 리뷰 영상들을 봤는데...
'어라, 내가 구상한 거, 좀 크지 않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책상에 도안을 한번 세워보고 앉으니 너무 높았다. A4 세로보다 약간 큰 크기의 패널 4개를 세우니 가림막으로써는 훌륭한데 디엠 스크린으로써는 너무 높은 도안이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부랴부랴 다시금 기성 종이 스크린들의 크기를 찾아서 도안을 새로 짜고, 오는 길에 프린트 하기로 하고 동거인 친구와 함께 구르마를 끌고 일찍 신설동으로 향했다.
신설동 가죽시장은 주로 평일에만 영업하고 토요일은 영업하는 곳이 한정적인데, 이유는 주 5일제 근무가 편하니까...도 있겠지만 신설동 옆에는 동묘가 있고, 근처에는 또 풍물시장이 있다. 본디 가죽시장이 있던 거리를 온갖 골동품 노점상들이 점령하기 때문에 영업이 어려운 점도 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자주가는 단골집의 블로그 카탈로그를 체크해서 살 가죽들을 미리 확인하고, 현금을 뽑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 가죽을 사고 온건 좋았는데 가게 직원으로부터 한가지 비보를 듣고 말았다.
"오늘 셋째주 토요일이라서 피할집 다 쉴걸요?"
즉, 가죽두께 조절을 위한 피할을 구매 후 바로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나를 안타깝게 여긴 직원분이 전화를 걸어주었지만 다들 쉬어서 안받았고...결국 친구와 함께 피할 안된 가죽을 끙끙거리며 버스를 타고 집까지 옮겨왔다.
결국 본격적인 제작은 다음주 토요일 이후가 되기로 했다. 그래도 해야할 일은 남았으니 바로 새로뽑은 도안을 조립하고 붙여야 하는 작업이었다.
이전보다 좀 더 작아진 도안이지만 첫 도안보다는 훨씬 기성 디엠스크린의 가까운 것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주까지 마냥 기다리기도 그러니, 안쪽 스크린 면을 어떤 내용으로 채울지 구상도 해야만한다. 이에 대한 제작기는 다음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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