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릭 드림] 그저 스크릭을 희롱하는 이야기
스크릭과 함께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성실한 슈네이기에 그녀는 자신이 서커스단에 들어가면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 같았다. 서커스 단원으로서 그럴듯한 재능은 없었기에 자신의 능력을 활용한 공연 연출을 소소하게 돕거나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안이한 생각은 의상 담당자가 슈네에게서 어떠한 가능성을 발견해버린 뒤로 완벽하게 박살이 났다. 후줄근하고 펑퍼짐한 후드와 청바지 안에 숨겨져 있던 몸과 제대로 관리 안해 길게 늘어뜨린 앞머리 뒤의 눈동자를 본 의상 담당자는 뮤즈가 강신했다며 엄청난 속도로 의상을 만들더니 곧 폭풍이라도 몰아치는 듯이 슈네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완성된 의상을 착용하고 꾸며진 슈네가 스크릭과 단원들 앞에 섰을 때, 다들 짜기라도 했는지 똑같이 말한 것이다. "무대 서자." 물론 슈네는 싫다며 울부짖으며 유일한 구명줄인 스크릭을 바라보았으나...그는 마음에 드는 상대와 함께하는 무대 쪽에 더 마음이 기울었나 보다. 진지하게 슈네를 설득하던 그는 딱 한번뿐이라는 거짓말로 자신을 무대에 세워버렸고, 정신을 차리니 슈네는 스크릭의 서커스단의 얼음 공주님이니 눈의 요정 같은 별명이 붙은 스타 단원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런 슈네가 서커스 단에 입단한지 어느덧 3개월이 넘어가는 시기였다. 공연을 마치고 다음 공연 지역을 물색하러 다니는 이동 기간, 이 이동기간은 서커스단이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기간이자 몇 안되는 휴일이기도 했다. 슈네는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 지금까지 공연때문에 미뤄둔 게임 중 하나인 [오래된 황금 반지의 왕]을 켰고, 몇시간만에 도달한 강력한 최종보스 격파 트라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트라이 횟수보다는 시간을 세는게 더 빠를 때 즈음, 슈네는 보스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신중하게 패턴을 보며 타이밍을 노렸다. 난무하는 광선, 부조리한 공격범위와 연속기 속도, 그 모든 것을 구르기 회피로 피하며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던 그 순간, "안녕하십니까, 눈의 요정님. 슬슬 당신의 시간을 제가 빌려도 되는지요? 최고의 꿈으로 홀려드리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