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 헤르만 라우셔가 아직 살아 있었을 때 그는 베른의 옛 거리를 배회하곤 했어요. 바람이 거세게 불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11월의 어느 날이었죠. 고독한 시인은 친숙해진 궂은 날씨를 맘껏 누리며 정처 없이 객지를 돌아다녔어요. 견고한 성처럼 거대한 저택들, 불쑥 튀어나온 주막 입구, 음울한 상가가 늘어선 어둑어둑한 옛 거리가 병든 시인의 기분에 비통함을 얹어주었죠. 여기에 거친 하루가 더해져 어느 때보다 영혼이 예민해진 고향 잃은 가련한 시인은 덧없이 부서지고 실패한 인생을 떠올리며 괴로워했어요. 그가 나중에 내게 말하기를, 어둡고 좁은 상가를 우울한 기분으로 바라볼 때 수백 가지 상상이 떠올랐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