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근처로 이사를 오고 난 후, 한달여의 공백기를 끝내고 다시 발레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얼마전 발레를 같이 하는 친구가 우리 동네에 놀러왔어서 원정 발레 겸, 체험 수업 겸 해서 들으려고 찾아 둔 학원이 있었다. 그땐 원장님과의 소통 오류로 결국 수업을 듣지 못하고 헛걸음을 했었지만 그래도 거기만큼 시설이 좋아보이는 학원이 없었기에 등록을 하기로 한 것이다. 심지어는 내 자취방과 걸어서 8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이 학원의 레벨은 입문, 초급, 초중급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전 학원에서 1.5 level 수업을 듣던 나였기에 담대하게도 초중급반을 선택하였다. 첫 방문과 간단한 상담 그리고 첫 수업을 하루에 시작해야했기에 나는 수업시간보다 20분 가량 일찍 학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은 열려있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고 "저기요...?" 라고 불러봐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결국 나는 원장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는데, 벨소리가 울리자 저 너머에 있던 방에서 레깅스를 끌어올리며 나타나는 원장님을 마주쳤다! 원장님은 민망해하시며 등록을 도와주시고 수업이 시작되자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셨다.. 모든 무용 학원 원장님들은 같은 눈빛을 어디선가 배워 오시는건지, 저마다 성격들은 다를지 몰라도 그 눈빛과 더 완벽한 동작을 가르치기 위한 열정은 빼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첫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왈가닥(?)카리스마의 원장님과 정감 있으신 클래스메이트 분들의 주도로 폭풍같은 70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50분 정도의 수업을 하던 나에게는 정말 힘들었지만, 새로운 티칭 방식을 쫒아 가느라 한 달 간 굳어버린 감각들이 재빠르게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힘주어 짜낸 걸레처럼 쪼옥 힘이 빠져버린 나는 수업을 마치고 염치 불구하고 클래스메이트 분들께 "원장님이라 빡센거죠..? 그렇죠..?" 하고 물었다. 다행히도 다음 수업부터는 휴가를 가셨던 강사님이 오신다고 하는데, 그분은 덜 힘들다는 대답을 듣는 순간 약간의 안도감 느껴졌던 것은 숨길 수가 없다. 벌써 내일이 두번째 수업인데, 기대된다! 뭐 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