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에서 느낌과 욕구의 탐색 여정
코칭을 하다 보면 가장 헷갈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느낌’과 ‘욕구’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고객이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단순한 감정적인 반응인지, 아니면 그 감정 이면에 있는 더 깊은 욕구를 표현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그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질문이 엇나가거나, 대화의 흐름을 놓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그 차이를 구별하는 감각이 생겼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고객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더 명확히 들여다볼 수 있을지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느낌(feeling)”이란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이나 신체적 반응을 의미합니다.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거나,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거나, 마음이 묘하게 무거워지는 것과 같은 순간들입니다. 이런 것들이 다 느낌의 범주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 느낌들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보통 어떤 “욕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욕구(need)”는 특정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 혹은 원하는 상태입니다. 누군가가 "요즘 너무 지쳤어"라는 말 속에는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욕구나 '누군가 내 상황을 알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표면에 드러난 피로함이라는 감정 아래에는 휴식이나 인정에 대한 더 깊은 욕구가 자리 잡고 있는 거죠. 코칭의 묘미는 바로 이 숨겨진 욕구를 함께 발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때 적절한 질문은 마치 등대처럼 고객이 자신의 내면을 탐색할 수 있게 안내해 줍니다. 먼저 느낌을 구체화하는 질문을 던지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그 말을 하실 때,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있나요?" "그 감정을 색깔이나 온도로 표현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이런 감정을 이전에도 느낀 적이 있나요? 그때는 어떤 상황이었나요?" 이런 질문들을 통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고객이 "아, 이건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내 몸이 실제로 보내는 신호구나"라고 깨닫기 시작하는 거죠. 마치 흐릿했던 사진의 초점이 맞춰지듯, 감정이 선명해지면 그 감정의 근원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됩니다. 물론 때로는 고객이 바로 “욕구”부터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나는 인정받고 싶어요"와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가면 대화의 깊이를 놓치게 됩니다. 이런 욕구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경험과 연결되어 있는지 함께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럴 때 던질 수 있는 효과적인 질문들이 있습니다. "그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인정받는다고 느낀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감정이나 신체적 반응이 있나요?"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이런 질문들의 힘은 욕구를 단순한 소원이나 바람의 차원에서 실제 경험의 영역으로 가져온다는 데 있습니다. 가령 "인정받고 싶다"는 말 속에는 종종 "거절당할까 봐 두렵다"는 감정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진짜 욕구는 인정이라는 표면적 욕구를 넘어, 소속감이나 안전함에 대한 더 근본적인 필요일 수 있죠.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욕구의 층위는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건물처럼 한 층 아래엔 또 다른 층이 있기 마련이죠. 이렇게 느낌과 욕구의 모습을 함께 그려가다 보면, 처음엔 흐릿했던 감정의 모습이 점점 또렷해집니다. 처음에는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요"라고 시작한 대화가 어느새 "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이거였구나!"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코칭의 진정한 가치는 이런 내면의 여정을 함께하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뿌리를 찾고, 그 뿌리에서 자라난 욕구를 이해하며, 그 욕구를 건강하게 충족할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이죠. 처음에는, 저도 이런 구분이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코칭 대화를 점점 많이 나누어보면서 느낌과 욕구가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 패턴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코칭이 진행되면서 고객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 감정이 가리키는 방향을 찾아가는 순간, '코칭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구나'라는 안도의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런 작은 통찰들이 모여 코칭의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느낌과 욕구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는 노력은 어렵지만, 그 과정이 고객과 코치 모두에게 더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크게 드네요.
- 리노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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