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할 때마다 환경은 늘 다르게 다가온다. 어떤 날은 고요한 방 안에서 들리는 시계의 초침 소리가 집중을 돕고, 또 어떤 날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속삭임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명상에 앉자마자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더니, 곧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창밖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점점 거세지더니, 이내 천둥이 우르르 몰려왔다. 마치 대지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울림 속에서, 나의 마음은 처음부터 산란해졌다.
명상은 고요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처럼 요란한 소리 앞에서는 고요가 오히려 더 멀리 달아나는 듯했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려 해도,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와 굵직한 천둥의 진동이 나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잡생각이 빗물처럼 쏟아졌다. ‘오늘은 집중이 잘 안 되겠구나’, ‘괜히 앉았나?’ 하는 의심과 조급함이 밀려왔다. 그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아, 내가 지금 싸우고 있구나. 천둥과 비를 몰아내려고 하고 있구나.’
그 깨달음이 오자 마음이 조금 풀렸다. 자연은 그저 제 방식대로 흘러가고 있을 뿐인데, 그것을 방해물로 여긴 건 내 쪽이었다. 빗방울은 그저 떨어질 뿐이고, 천둥은 그저 울릴 뿐이다. 그것이 내 명상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스스로 그것을 ‘방해’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그것은 장애물이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외부 소음이 아니라, 내 안에서 만들어낸 해석과 저항일 것이다.
그래서 다시 호흡으로 돌아왔다. 코끝으로 드나드는 공기를 따라가며, 천천히 들이쉬고 길게 내쉬었다. ‘몸 전체에 의식을 두자’라는 마음으로,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차례로 주의를 옮겼다. 처음에는 여전히 천둥소리에 신경이 곤두섰지만, 몸을 세밀히 느끼려는 시도가 반복되자 점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빗방울 소리와 천둥이 더 이상 날카로운 소음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드럼 연주처럼, 자연이 만들어내는 리듬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비는 단조롭고도 무한하게 이어지는 박자였다. ‘타타타타–’ 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소리가 땅을 적시고, 공기를 채우고, 내 몸에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그 위에 천둥이 깊은 북소리처럼 겹쳐졌다. 처음에는 공포스럽게 다가오던 울림이, 어느 순간에는 내 가슴 속 깊은 곳을 두드리는 장엄한 진동처럼 느껴졌다. 마치 대지가 나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점차 마음의 저항을 놓기 시작했다. ‘소음이 있다’, ‘집중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려놓자, 오히려 모든 것이 명상의 일부가 되었다. 빗방울 소리도, 천둥의 울림도, 그리고 그로 인해 출렁이는 내 마음까지도. 그것들 모두가 지금 이 순간의 풍경이었다. 명상이란 결국 외부를 지워내는 일이 아니라, 외부와 함께 머무르는 일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마음은 차차 편안해졌다. 몸은 여전히 긴장을 조금씩 풀어내고 있었지만, 마음속 중심에는 작은 고요가 자리 잡았다. 마치 폭풍우 속에서도 고요히 흔들리지 않는 호수의 바닥 같은 곳이 내 안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아주 미세하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평온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평온은 바깥의 정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수용에서 오는 것이구나.’ 아무리 세상이 요란스러워도, 내가 그 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순간은 이미 명상이 된다. 반대로 아무리 고요한 방에 앉아 있어도, 내 마음이 끊임없이 저항하고 싸운다면 그곳은 요란한 시장바닥과 다를 바 없다.
오늘의 경험은 작은 가르침을 주었다. 명상은 상황을 통제하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그것을 끌어안는 연습이라는 것. 나는 비를 몰아낼 수 없고, 천둥을 멈출 수 없다. 그러나 그 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방해가 아닌 배경이 된다. 심지어는 나를 돕는 리듬이 된다.
명상을 마치고 눈을 떴을 때, 빗줄기는 여전히 굵게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 보였다. 방금 전까지 나를 산만하게 만들던 소리가, 이제는 마음을 씻어내는 음악처럼 느껴졌다. 비 냄새가 공기 속에 진하게 퍼져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발견했다.
인생도 아마 이와 같을 것이다. 소란스러운 일, 갑작스러운 불안, 멈추지 않는 사건들은 늘 찾아온다. 그것들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삶의 질감은 달라진다. 거부하면 괴로움이 되고, 받아들이면 배경이 된다. 심지어는 나를 성장시키는 힘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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