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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
김승현
23년 11월. 나는 3년차 디자이너다.
호기심만 많은 의류학과 2학년생이던 2019년. 학과 선배와 호기롭게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외주 업체에 전달했던 서비스 디자인. 지금 보면 끔찍한 나의 첫 디자인이다.
반복되는 요소를 새로 디자인하기 귀찮다는 생각에 나름의 컴포넌트도 만들었었다.
처음에는 외주를 맡겨 서비스를 런칭했지만
지속적인 기능 추가와 빠른 업데이트가 필요했기에 인하우스 개발자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개발 지식이 없는 신생 스타트업이 좋은 개발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고...
그렇게 나는 우리 팀의 유일한 프론트엔드 개발자코더가 되었다.
첫 번째 퀘스트는 댓글/답글 작성 기능 만들기.
외주개발사에서 짰던 코드를 바이블 삼아, 스택오버플로우를 선생님 삼아 대략 3주동안 씨름했고,
완성은 했다. ㅋㅋ 이게 되네? 싶었다.
이후로 소셜로그인, 에디터, 캐러셀, 상세페이지, 결제, 디자이너 스튜디오 등등..
거의 매일 배포를 할 정도로 빠르게 기능을 추가해나갔다.
어떻게든 굴러가는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그 속은 거대한 스파게티였다.
특히 결제쪽 로직은 내가 봐도 헷갈릴 정도.
서비스가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선 완전히 갈아 엎어버려야 했고
Vanilla JS도 완벽히 다루지 못하는 내가 성장하는 것 보다는
숙련된 개발자를 채용해 해결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선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그렇게 약 1년간의 코더 생활을 접고 - 나는 새롭게 디자이너가 되었다.
20년부터 22년초까지.
그간 회사가 커지면서 대략 13명 전후의 규모가 되었고, 나는 유일한 프로덕트 디자이너였다.
어렸을때부터 손으로 하는 건 뭐든 자신있던 나는 꽤나 즐겁게 일했다.
디자인시스템을 만들고, 새로운 기능을 디자인하고, 전반적인 리뉴얼을 진행하고..
코드를 짜는 것 보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당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archive.md의 스냅샷으로 대체한다. 기록좀 잘 남겨둘걸...
내 디자인이 곧바로 고객에게 보여지는 경험을 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단하게 성장하진 못한 것 같다.
점점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이유를 찾기보다는 태스크 쳐내기에 급급해하는.
잘못된 습관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선배와 에이전시를 설립해 매달 약 2개의 프로덕트를 런칭하고있다.
올 한 해 동안 26개 서비스를 디자인했다.
모바일 청첩장, 약사 채팅, AI를 활용한 의뢰서 생성 서비스 등...
다양한 케이스에 대해 고민하며 나만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생겼다.
손도 많이 빨라졌고, 커스텀 가능한 디자인시스템을 구축해 꽤나 안정적인 디자인도 가능해졌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우리의 디자인시스템. 보일러 플레이트와의 완벽한 싱크로 빠른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요즈음 타성에 젖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외주라서 애정이 없다느니, 기한이 정해져있어서 빨리 해야한다느니 같은 변명을 하는 나를 보며
고착된 버릇과 프로세스를 깨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디자인을 배운적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배우려 시도한 적이 없다.
책이나 강의를 통해 기초를 쌓고 시작하기보다는 부딪히며 배우는 길을 택했다.
물론 Figma가 매우 쉬운 툴이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이렇게 무작정, 내 맘대로 시작하는 습관은 빠른 성장으로 이끌었지만
주변을 살피지 않는 고집은 나를 알맹이가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하는 일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어떤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지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만들었다.
블로그의 목적은 나의 신념을 쌓는 데 있다.
내 나름의 생각과 배움을 조금씩 쌓아나가면서 디자인, 더 나아가 삶에 대한 나만의 철학을 완성하고자 한다.
지금은 비록 별 볼일 없는 인사이트와 작문 실력을 갖고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보았을 때 '아, 내가 이렇게 성장했구나'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작성해보겠다.
화이팅!
/life-h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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