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안녕하세요. 서울쥐입니다.
추상 명사를 해당 단어를 쓰지 않고 표현하는 건 무엇보다 재미있는 일이죠!
특히 '사랑'이라는 명사를 그 단어를 쓰지 않고 표현하는 건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시도했고 그만큼 멋진 결과가 나오는 방식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 들었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소설에서 감정을 표현할 때 해당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행동 묘사나 대사, 또는 다른 요소(심지어는 날씨까지)를 이용해 표현하는 게 조금 더 세련된 방법이라고 했던 것 같네요.
이 글의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이나 유럽 배경이 아닐까 했는데요. 혹시 맞을까요? 신문을 보고, 극장이 있고, 신사라는 호칭을 쓰고, 두 캐릭터의 이름이 릴리, 톰이라는 점에서 이렇게 추측했습니다. 어쩌면 이름을 보아서는 꼭 빅토리아까지 안 가더라도 조금 더 근대의 유럽이나 미국 쪽일 수도 있겠네요.
이 글을 처음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거 시나리오나 각본 형태로 만들면 좋겠다'라는 거였습니다. 저는 글로 된 매체 중에서는 소설을 가장 좋아하지만, 종종 시나리오도 읽는 편인데요. 소설에서는 소설만이 가지는 장점이 있듯이,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시나리오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서술이 전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편견을 가졌다가 편견이 깨졌던 경험이 있어서 더 그렇고요. 시나리오나 극본이 단순히 영화/연극을 위한 준비 단계가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인상을 당시 받았습니다. 시나리오의 장점은 무엇보다 생생하게 머리에 그려진다는 점에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은 내가 당사자가 되어 꿈꾸듯이 체험하는 기분이라면, 시나리오나 극본은 조금 더 뚜렷하게 두 눈으로 '보는' 느낌이라고 주장하는 편입니다.
글을 읽고 시대 배경을 가장 먼저 추측한 건, 글의 분위기가 돋보이는 배경이고 약간 연극적인, 사실 조금 더 가면 뮤지컬 같은 모습이 상상되는 편이라서요. 두 배우가 무대 배경과 소품을 두고 움직이면서 무대를 쓰고 익살스럽게 대사를 주고받고, 그 와중에 영화관의 불빛이 꺼졌다가 켜지면서 조명이 들어가는 그런 장면이 머리에 확하고 떠올랐습니다.
다만 개선하면 좋을 만한 부분을 하나만 짚어보자면, 환경, 배경 묘사에 조금 더 힘을 쏟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아무래도 추상 명사나 서술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그 감정을 독자에게 느끼게 하려면, 배경 묘사도 행동 묘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부분을 더해주시면 분위기를 더 살리면서 이 글 특유의 장점을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