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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상문
작품과 관련하여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스포일러라는 글씨가 포함된 토글을 주의해주세요!
제가 모바일에서 감상평을 작성하여, 작품 제목을 <시스터 그레텔은 어머니의 처음을 가져갔다.>에서 이후 <시.그.니.처>라고 제 멋대로 줄여서 지칭하고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N극성님 혹시 작품 제목을 줄여 부르는 이름이 정해져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느와르를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촘촘한 설정과 구성이 가미된 서사보다는 폭력, 피, 타격이나 파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만이 위주인 느와르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나, 피 공포증 비스무리한 게 있는데다가 겁도 많아서 느와르를 비롯해 공포, 직접적 연출이 있는 범죄/스릴러/추리물은 모두 피하는 편이에요. 소설이든 만화나 게임이든 영화든간에 전부요. 제가 제 손으로 느와르라는 태그가 붙은 작품을 집을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래서 N극성님이 <시스터 그레텔은 어머니의 처음을 가져갔다>를 감상회에 제출해주신 걸 보고, 걱정과 동시에 기대가 되었어요. 걱정은 느와르라는 키워드에 대한 것이고, 기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로 장르에 대한 거부감을 녹여줄 N극성님만의 글에서 오는 것이었죠. 이전에 읽어보았던 N극성님의 작품이 너무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거든요.(제가 제출했던 글 <앵두꽃>이 실린 앤솔로지에 N극성님의 글 <선비는 능소화를 아는가>도 있으니 읽어보시길!)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시.그.니.처>는 제 걱정은 불식시키면서 기대감은 충족시켜주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소재에 거부감이 없는 분들은 포스타입에서 꼭 뒷이야기까지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시.그.니.처>는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따오셨을까요. 연관성이 궁금해지는 문장형의 제목입니다. 만약 연관이 있다면 마녀를 죽이게 될 그레텔은 누구일까요. 작중 어머니인 희수는 헨젤과 그레텔의 계모일까요? 아니면 마녀일까요?
저는 발췌문을 읽고서 포스타입에서 1화부터 읽어보았어요. 19화까지요. 문체가 사뭇 다르더라고요. 알고보니 이전에 쓰셨던 작품을 리메이크하고 계시더군요. 제가 읽었던 부분은 리메이크 이전 버전이었고요. 이전 문체도 좋았지만, 바뀐 문체와 구성도 마음에 들어요. 이전 버전보다 문체와 표현들은 묵직해졌고, 살짝 가벼웠던 도입부도 편지글로 형식을 바꾸어 호기심을 유발함과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일과 인물들의 관계를 암시해주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혔어요. 특히나, 내용으로 볼 때 편지를 쓴 이는 희수인 걸로 보이고, 받는 사람은 아마 태화일 것으로 추측되는데, 편지 바로 뒤에 등장하는 희수와 태화의 관계성을 생각해보자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애정어린 다정한 말투에 나름대로 평범하고 온난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과, 그럼에도 여전히 버리지 못한 집착이 상반되는 점도 즐겁네요.
사실 저는 직전에 구병모 작가님의 <파과>를 읽었어요. 공교롭게도 <파과>는 여성 킬러의 이야기였고, <시.그.니.처>는 여성 사채업자와 채무자의 이야기죠. 두 작품 모두 소설에서 흔하게 기용되는 인물 양상이 아님에도 작중의 묘사나 설정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서술되고 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물론 이 얘기를 하려고 <파과>를 들먹인 건 아니고요. 구병모 작가님이 ‘술술 읽히는 글’은 경계한다고 하신 인터뷰가 있었는데, <시.그.니.처>를 읽으며 그 인터뷰가 딱 떠올랐어요. 문장이 구구절절 길다거나 만연체라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문장을 곱씹어보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달까요?
<시.그.니.처>는 아무래도 소재가 자극적이라서 자칫하면 정사 장면에 인물의 서사가 잡아먹힐 가능성도 있는데, 각 인물이 지닌 목표가 분명하고 설정도 탄탄해서 그럴 걱정이 없다는 게 커다란 장점이었어요.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스포일러) 그레텔이라는 이름과 잎새의 서사에 관한 스포일러 포함
이 부분은 발췌문에 실리지 않은 부분이며, 리메이크 이전 버전에 나온 내용으로, 리메이크 이후의 내용과는 완벽히 동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레텔은 잎새의 세례명이었습니다. 잎새의 친어머니를 양어머니인 희수가 죽였고, 그래서 복수를 위해 태화에게 희수를 죽여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와요. 제가 읽은 분량에서 모든 것이 다 밝혀진 건 아니었지만, 희수가 태화를 새언니로 입양하게 된 건 모두 잎새의 계획이었죠. 태화는 희수와 계약하기에 앞서서 이미 잎새와 계약을 한 상태였던 거예요.
제가 여기서 궁금했던 것 - 아마도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차차 풀려나갈 서사 - 은, 희수와 잎새의 명확한 관계였습니다. 정확하게는 희수가 잎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였죠.
희수는 선정의 대표로, 아마 산전수전, 풍파란 풍파는 다 겪은 사람일 것으로 보입니다. 사채업을 하는 만큼, 원한을 품은 사람은 수도 없이 만나봤을 테고, 자신이 부리는 부하나 임원들에게서도 견제를 받아왔을 것이며, 본인이 사는 집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경계심과 의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런 희수가 잎새의 시선에 서린 증오를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요? 그런데 어째서 위험을 무릅쓰고 잎새를 양녀로 들였을 뿐 아니라 잎새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 전전긍긍하는 걸까요?
저는 이 지점에서 희수가 헨젤과 그레텔 속의 마녀 역을 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먹고 내민 뼈다귀를 팔뚝이라 말하며 내밀었을 때, 그것이 그레텔의 팔뚝인지 아닌지를 알아차렸는지 아닌지는 마녀만이 알겠지요.
그래서 어쩌면, 도입부의 편지는 태화가 아니라 잎새에게 보낸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네요.
N극성님의 피드백 요청
1. 캐릭터가 충분히 매력적인가.
네! 위에서 작성한 내용들에서 제 애정이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너무요! 인물들이 각기 다른 목표를 지니고 있으면서 서로 비슷한 욕망을 공유한다는 지점이 캐릭터들을 더 매력적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듯합니다.
2. 소설 내에서 정보값/서사적 호흡에 대하여
글을 읽다보면, <시.그.니.처>에는 작가님의 애정이 묻어나요. 물론 모든 작품은 작가의 애정이 들어있겠지만, <시.그.니.처>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마다 작가님이 심혈을 기울인 게 느껴지는 느낌! 어떤 부분에서 임팩트를 줄 지, 어떻게 써야 느와르의 특성이 잘 드러나고, 어떻게 표현해야 인물의 심리가 독자에게 와닿을지 등을 고심한 게 눈에 보입니다. 물론 이건 제가 이 소설이 리메이크작임을 알고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일스도 있어요.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완급 조절이나, 호흡적인 면은 딱 균형이 잡혀있었습니다. <시.그.니.처>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작가님이 설정은 탄탄하게 쌓아두신 반면, 정보들은 적시에 딱 필요한 만큼, 그리고 부족하지 않은 만큼 풀어주신다는 점도 그 중 하나죠. 개인적으로 저는 이걸 정말 못 하는 사람이라 읽는 내내 감탄하고 부러워하고 했다네요 ㅎㅎ
3. 벽돌 문체가 읽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가.
전혀 방해되지 않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벽돌~은 대화가 적고 지문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많은 형식을 말하는데, 애초에 개인적으로 벽돌 문체도 딱히 싫어하지 않기도 하지만, 대사와 지문의 비율이 적당하다고 느껴져서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