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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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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자체에 몰입해서 읽은 글은 참 오랜만이네요. SF는 얼핏 공상, 괴짜의 상상 정도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잘 보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대의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모종의 미래〉도 그런 글이었어요.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하잖아요. 빠르면 몇년 안에 국토의 면적 얼마가 물에 잠기게 된다나 뭐라나… 지난번에 보내주신 〈랩틸리언 증후군〉은 현실에 아예 없는(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질병을 소재로 한 글이었다면 이번 〈모종의 미래〉 같은 경우에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더 와닿았어요.
주인공 두 사람의 이름이 현재와 미래인 점도 흥미롭죠. 두 사람 모두 앞으로의 날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하며 다툴 때, 이름과는 달리 '현재'는 앞으로 살아가야하는 미래에 방점을 두고, '미래'는 품었던 꿈과 고생했던 지난 날(과거)에 방점을 둔다는 점도 그렇고요. 과거가 언제나 암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미래가 언제나 희망차기만 한 건 아니니까요.
짧은 글이지만, 〈모종의 미래〉는 읽는 이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어요. 단순하게는 "기후 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한다면?"이라는 중심 소재에서부터 시작해서 "선택"에 관한 문제까지요. SF라는 장르 특성 때문도 있지만, 서울쥐님의 글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서울쥐님이 글을 쓰실 때 여러가지를 많이 고려했다는 뜻이겠죠?
개인적으로 SF는 단편 분량으로는 쓰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2차 창작이 아닌 한, 감상자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관의 배경과 설정을 글에 녹여내어야 함과 동시에 서사까지 담아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죠. 그보다 길이가 더 짧은 엽편 소설이라고 하면 말할 것도 없겠죠. 〈모종의 미래〉가 아쉽게 느껴지는 건 감정선이나 개연성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소재도 독창적이고 작중에서 읽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주제도 명확하고요.
〈모종의 미래〉의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그보단 다른 소설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해야하는 타이밍에, 그러니까 이제 막 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하고 주인공 두 사람의 모험이 궁금해지려고 하는 데에서 이야기가 끝난다는 점이겠죠. 서울쥐님이 이 글을 쓰시면서 전개가 급하지 않나하고 생각하셨다면 아마 이 부분 때문에 그렇게 느끼셨을 것 같아요. 사실 이건 엽편으로 쓰신 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구상해두신 서사가 단단할 수록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아, 좀만 더 주세요!라고 외치게 되거든요.
조각글이나 엽편 자체가 대부분 완결된 기승전결을 모두 담기보다는 글을 말 그대로 조각내어 한 장면만 보여주는 글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서 어쩌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데 서울쥐님이 스스로 전개가 너무 급하다고 느끼셨다면 단편 정도로 분량을 늘려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저는 보통 글을 더 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 때 비슷한 생각이 들더라고요.(그렇게 엽편이 장편이 되는 마법을 보게 되는 거죠 ^__^)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