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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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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상문
안녕하세요, 서울쥐입니다.
저번에 이어서 이번 글까지 보게 되면서 슬슬 N극성님의 글 특징이나 선호하시는 분위기/소재 등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연히 고작 두 작품을 본 게 다라서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긴 한데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보기 전까지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비문도 거의 없고, 글의 호흡도 좋은 데다가 감각적인 표현을 쓰시면서도 가독성을 고려하신 부분에서 언제나 정성껏 글을 쓰신다는 게 전해집니다.
작품을 읽은 감상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장면에서 사실 서모라는 단어를 몰랐는데, 중간에 해설에 '서모'라는 단어의 뜻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이거 완전 위험한 관…계…. 게다가 직후에 시작하는 저잣거리의 소문 내용도 굉장히 흥미로워서 글을 계속 읽어 나가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드라마 같은 걸 집에서 볼 때, 클라이맥스나 대립이 팽팽한 장면에서 숨죽이면서 보곤 하는데요. 다만 이런 장면을 구성한 의도가 너무 뚜렷이 보이거나, 배우의 연기가 어색하거나 개연성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숨죽일 정도로 몰입이 되지 않고는 합니다. 작가님의 글은 전작도 그렇고, 이번작도 그렇고 이런 장면을 연출하시는 걸 굉장히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소재와 장르 때문일 수도 있지만요. ㅎㅎㅎ (여담이지만, 그런 소재를 고르는 것도 사실 작가의 능력이라고 봅니다. 취향도 능력의 영역인 거죠!) 다만 그걸 고려해도 실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만 같은 분위기를 만드시고 대화와 묘사로 장면을 풀어나가시는 게 굉장히 좋았습니다. 제가 말하는 건 꼭 19금 적인 느낌의 긴장감뿐만이 아니라, 인물 간의 대립 같은 걸 포함해서 전반적으로요. 아무래도 소설이란 인물과 갈등으로 풀어나가는 것인 만큼 이건 굉장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번 글 감상회 때에도 상업작의 문제로 자신감이 없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사실 꾸준히 글을 쓰고, 상업작까지 시도할 정도의 작가라면 누구나 그런 시기가 한 번, 아니 한 번 이상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물어보는 이들도 매우 많고, 저 또한 아직 그 영역으로 가지 못한 취미생인데도 심지어 그런 시기가 찾아오곤 할 정도니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는 게 크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날 선 한 마디, 무관심, 상업적 지표의 문제, 개인의 불만족 등 이유는 다양할 수 있으나, 자기 글을 싫어하기 시작하는 거죠.
어쩌면 작가님이 글 자체가 너무 안 써지신다고 적어주신 내용들을 보면 너무 잘 쓰려고 해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고치려고 하고, 더 잘 쓰려고 하고, 이게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상황에서는 한 문장을 적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게 아무래도 고역이죠. 이미 쓴 문장을 끊임없이 검열하느라 정신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장 자체가 괜찮은지를 판단하려면 다음 문장과 이어지는 문장이 문단을 만들고 문단이 이어져 글이 되어야만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쓰고, 완결을 내야 알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이건 저보다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글이 술술 나오는 것도 아니죠. 조심스럽지만, 도무지 글이 안 써지면 한 번 내가 쓸 수 있는 최악의 글을 한 번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필요하다면 플롯을 짜고, 인물을 정비하는 과정도 생략하고, 그간 공부하고 배웠던 원칙도 무시해 가며 완전 쓰레기 같은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써보시는 겁니다. 떠올랐던 소재도 좋고 즉석에서 써도 좋아요. 일부러 망치라는 건 아니고요. 그저 내 글에 크게 기대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겁니다. 이 글은 심지어 완결을 낼 필요조차 없습니다. 기대가 0인 거죠. 그렇게 써서 내가 보기에도 끔찍한 글이 나왔나요? 상관없습니다. 그럼 목표 달성인 거에요. 내가 쓰고자 한 글을 쓴 거고, 그렇게 안 써지던 시기인데도 나는 글을 써내려갔다는 증거일 뿐이니까요.
저도 제 글을 쓰고 난 이후, 제 글을 읽는 것조차 괴로울 만큼 싫을 때가 종종, 아니 사실 꽤 자주 있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몇 년 전 쓴 맞춤법도 안 맞고 엉망진창인 글을 가끔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재미있을 때가 있어요. 당연하죠. 제 취향을 100% 이상 반영한, 저와 취향이 너무도 동일한 작가가 쓴 글이니까요. 처음 글 썼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물론 글에 부족한 부분도 있고 불만스러웠을 테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기 시작하고 적어 내려가 완결을 냈든 아니든 어느 정도의 분량을 적었겠죠. 왜일까요? 간단하죠. 쓰고 싶었으니까요. 자신만 보는 그 장면과 세계를 다른 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고, 그리고 그 이야기가 내게는 너무 즐겁고 하고 싶었으니까요. 때로는 그저 감정을 토해내기 위해서 마구 적었을 수도 있어요.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한 것보다 나 자신을 위해 쓰던 시기로 한번 돌아가봅시다. 필요하다면 초등학생 때로 돌아가도 좋고요. 그러면 적어도 백지를 보고 두려워하거나 이어지는 문장을 쓰지 못해 고통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즐겁게 쓰는 법을 되찾고, 즐거운 와중에 조금씩 더 잘 쓰려고 노력하시다 보면 어느새 다시 이전처럼 글을 쓰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모두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글 쓰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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