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먼저 감상평 업로드가 늦어 죄송합니다. 제가 주로 주말에만 원래 시간을 낼 수 있는데, 7월 말부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서 일요일 늦은 저녁에만 시간이 나는 상황이라서 자꾸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네요. 먼저 작품 이야기를 하기 전에, 주로 피드백 받고 싶어 하신 부분을 보고 받은 느낌을 이야기하며 시작하려 합니다. 주신 질문 네 개 모두를 보았을 때, 혹시 소설이 '웹소설'로서 적합하지 않은 형식일지 고민을 계속하고 계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정보값이 너무 많은지', '서사적으로 호흡이 길거나 (짧은지)', '벽돌 문체는 아닐지' 부분을 물어보신 점에서 이렇게 추측하였습니다. 저는 이 작품의 장르를 피폐물(BDSM이 주요 소재인)이 주가 되는 GL이라는 점에서 이런 걱정은 전혀 하실 필요 없다고 말씀드려봅니다. 일반적으로 저희가 이야기하는 웹소설의 문체가 어때야 한다는 규칙은 주로 남성향이나 판타지, 또는 여성향이더라도 가볍거나 코믹한 분위기에 많이 해당이 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사랑을 주제로 다룬 로맨스, BL, GL에서 특히 피폐물인 경우는 이런 부분은 용인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만연체의 극을 달리는 과한 문체면 웹에서 연재하는 플랫폼상에서 적합하지 않은 건 사실인데요. 전혀 그럴 정도의 과한 문체도 아니고, 가독성도 꽤 좋은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런 가정을 두고 이후 감상을 적어 보겠습니다. 먼저,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45세 대부 업체의 높은 자리에 있는 가학 성향의 여성(그런데 이제 자녀도 하나 있는...!)과 그 업체와 여성(희수)에게 분노를 품은 태화 캐릭터는 굉장히 입체적이에요. 초반 분량에서 캐릭터 특성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고요. ('온 어 리시'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특성은 다르지만 그런 느낌의 성격 조합이라 좋았습니다.) 특히 희수라는 캐릭터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설정의 캐릭터인 데다가, 굉장히 강렬하기까지 해서 매력적입니다. 정보값이 많거나, 호흡이 길거나 짧은 부분 또한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전개상 적절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고, 중간중간 필요한 심리 묘사나 여러 가지가 잘 들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사적으로 호흡이 길거나 짧은지 궁금해하신 부분도 마찬가지로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로 잘 읽어 나갔고요. 아마 개선할 점으로 문체나, 캐릭터, 전개를 고민하고 계신 것 같지만, 저는 전혀 다른 부분을 잠깐 짚어볼까 합니다. 그건 바로 화자이자, 주인공이 '희수'라는 점입니다. 저는 '태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요 소재는 BDSM, 그리고 그중에서도 위계 관계가 개입된 피폐물입니다. 그런데 소설은 (아마) 가학 성향을 보인 '희수'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개인적으로 '희수'가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이 소설의 매력 포인트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안에서 '희수'의 입장에서 묘사된 생각 부분도 그렇고요. 다만 읽으셨을 대부분의 피폐물을 떠올려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아마도 대부분 피학 성향, 또는 위계 관계라면 위계로서 눌리는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가 될 겁니다. (물론 BL의 경우는 선생 - 학생일 때는 선생의 시점으로 가는 등,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다만 여기는 공/수라는 또 다른 도식이 있어서... 아마 이 경우는 '수'의 시점에서 전개된다고 봐주시면 됩니다. 2차 창작의 경우도 조금 달라지긴 하고요. 어디까지나 1차 창작인 작품에서 이런 류일 때의 비율 위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는 건 아나, 이 경우는 예외의 경우 가지는 특징을 분석해야할 듯 합니다.) 왜냐하면 독자가 웹소설을 읽어 나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 이야기에서 후회하는 인물이 나오고, 집착하는 인물이 나오고, 괴롭히는 인물이 나올 때, 독자가 이런 부류의 가해자에 이입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찝찝함이 남게 되거든요. 한 편으로는 그런 나쁜 인물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가 더욱 격하게 흘러가길 바라면서도요. (다만 주인공의 입장에서 진행 되다가 '반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던 건데?'를 궁금해 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물론 이렇게 했을 때는 조금 더 뻔하고, 흔한 전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희수의 미스테리함과 위압감을 더 강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긴 합니다. 정 걱정되면 바로 앞의 괄호에서 말한 것처럼 가끔 교차로 희수의 시점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고요. 이런 부분을 빼면, 이야기 전개, 캐릭터성, 호흡 등은 전혀 문제없는 완성도 높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문체에서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긴 한데, 이건 개성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고요. 감상평은 여기서 끝인데요. 이제부터는 적을까 말까 하며 끝까지 고민했던 부분인데요. 이후 내용은 정말 사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이라 편하게 넘기셔도 좋습니다. 첫 상업 연재를 조기 완결로 마무리한 뒤, 많이 속상해하신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아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작게나마 오지랖을 부려봅니다. 어쩌면 이 말이 위로될지도, 더 상처가 될지도 잘 감이 안 오네요. 혹시 조금이라도 상처가 될 것 같으면 무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상업 작품의 흥행은 개인의 필력도 물론 중요한 요소지만, 그 외적인 부분도 굉장히 영향을 많이 주는 편입니다. 어떤 플랫폼에 노출되느냐, 프로모션을 받느냐, 그 장르의 유행/시장 상황은 어떤가, 장르와 소재가 메이저인가 마이너인가, 그 외 너무 많은 요소가 있지요. 이미 잘 아시겠지만, 이 작품은 GL이라는 마이너한 장르 시장 안에서도 더욱 마이너한 BDSM, 계약 관계, 비혈연 관계(저렴한 말로는 '유사 근친'이라는 표현을 쓰는...), 피폐물(위계 관계가 있으니)이라는 소재를 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어느 정도 조회수 자체에서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목적은 '시장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포기해!' 같은 말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조기 종료의 원인을 본인의 작품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하시지 않았으면 해서요. 상업 작품의 실패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 검열을 더 하시고, 너무 기죽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문체나 여러 가지로 충분히 잘 쓰신 작품이고, 무엇보다 정말 쓰고 싶으셨던 이야기잖아요? 애정을 가지고 쓰셨다는 게 글에서 느껴질 정도였어요.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나오면서, 작가는 이전과 달리 조회수와 유료 결제라는 숫자를 실시간 성적표 처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작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숫자 하나하나 뒤에 사람이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조회수 하나마다 실제로 방에 와서 직접 쓴 책을 집어 들고 읽은 이들이 있다고 상상하곤 하는데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누군가는 작가님의 작품을 즐겁게 읽었고, 그런 이야기를 오래 찾아왔다는 걸요. 작가가 해야하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면서 조금 더 잘 전달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 정도의 고민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좋아하는 이야기 계속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