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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오늘

BETT 2026에서 배운 것: 왜 도구를 줄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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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joo
수정시각
날짜
2026년 2월 3일
"고통스러운 그 순간, 바로 거기서 진짜 배움이 일어납니다" - Hannah Fry 교수
지난 1월, 런던 ExCeL 전시장. 세계 최대 교육기술 박람회 BETT 2026에 37,000명이 모였습니다. 700개 부스, 130개국 교육자들. 저도 그 속에 있었습니다.
3일간 끝없이 걸으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에듀테크를 하나 더 도입해야 해"가 아니라, "지금 쓰는 것 중 세 개를 정리해야 해"였습니다.

패스트푸드처럼 빠르지만 영양가 없는 AI

오프닝 무대에 수학자 Hannah Fry 교수가 섰습니다. 그녀가 던진 단어가 귀에 꽂혔습니다.
"정크푸드 AI"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빠르고 편하죠. 버튼 하나면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영양가가 없습니다. 학생이 "왜?"를 묻기도 전에 답이 화면에 뜹니다.
Fry 교수가 말했습니다:
"머리 싸매고 끙끙대는 그 순간, 바로 거기서 진짜 배움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쉽게"를 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을 빼앗는 순간, 배움도 함께 사라집니다.
영국 교육부 장관 Bridget Phillipson도 못 박았습니다:
"AI가 선생님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잡일에서 벗어나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기술의 역할이 뭔지 명확해졌습니다. 대체가 아니라 해방입니다.

냉장고 속 유통기한 지난 소스병처럼 쌓이는 에듀테크

BETT 2026에서 가장 뜨거웠던 주제가 있습니다.
영국 Education Policy Institute(EPI)가 이름 붙인 현상: "에듀테크 피로"
무슨 뜻일까요?
냉장고 문을 열어보세요. 반만 쓴 소스병이 열 개. "이거 언제 샀지?" 싶은 잼이 다섯 개. 유통기한 지난 드레싱이 세 개.
학교 컴퓨터도 똑같습니다.
작년에 연수받고 가입한 에듀테크 (한 번 써보고 잊어버림)
무료 체험판으로 시작한 플랫폼 (체험 끝나고 방치)
동료 선생님이 추천해서 도입한 도구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결과는?
현상
구체적 상황
시스템 파편화
A플랫폼 출석부, B플랫폼 과제, C플랫폼 학부모 연락. 데이터가 따로 논다
끝없는 학습
"이번엔 D플랫폼 연수입니다" → 배우다 지침
진짜 활용 제로
10개 도입했는데 제대로 쓰는 건 2개

요리 좋아하는 직원에게 구내식당 메뉴 개편을 맡기는 격

EPI 보고서가 꼬집은 문제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누가 새 기술 도입을 결정할까요? 디지털 담당 선생님입니다. 정보부장님, 컴퓨터 잘 아시는 수학 선생님.
문제는요. 이분들이 열정은 넘치지만:
예산 권한 없음
전략적 지원 없음
법적 검토할 시간 없음
마치 요리를 좋아하는 직원에게 구내식당 전체 메뉴 개편을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열정만으로는 안 됩니다.

미국 학교는 평균 2,591개의 에듀테크를 쓴다

숫자로 보면 더 심각합니다.
조사 결과
수치
"기술 때문에 지친다"고 답한 교사
3명 중 2명
"동료들이 기술 피로로 힘들어한다"
79%
"채점 업무 때문에 퇴직 고민했다" (영국)
52%
미국 학교 평균 사용 에듀테크 개수
2,591개
2,591개. 선생님 한 분이 매일 사용하는 에듀테크가 몇 개나 될까요?

"우리도 AI 있어요!"에서 "그래서 뭘 해결하는데요?"로

BETT을 2년째 다녀온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2024년엔 '우리도 AI 있어요!'였어요. 2026년엔 '그래서 그 AI가 뭘 해결하는데요?'로 바뀌었어요."
AI 허니문 시기가 끝났습니다.
처음 AI가 나왔을 때 모두가 흥분했습니다. "와, 이게 된다고?" 지금은 다릅니다. "근데 이거 우리 학교에 필요해?"
전시장을 걸으며 느꼈습니다:
2024년 부스: 화려한 데모, "AI가 다 해줍니다!"
2026년 부스: 구체적 사례, "수학 풀이 과정을 이렇게 추적합니다"
뭐든 다 하는 AI에서 딱 한 가지를 제대로 하는 AI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덴버 학군은 1,000개를 346개로 줄이고 13억을 절감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학생 9만 명이 다니는 큰 학군입니다.
이 학군이 2년 전 조사를 했습니다. 학교들이 쓰는 에듀테크가 몇 개인지.
1,000개가 넘었습니다.
비슷한 기능의 플랫폼이 여러 개. 아무도 안 쓰는 도구가 수백 개. 매년 갱신되는 구독료만 수십억.
덴버가 한 일:
1.
전수조사: 모든 에듀테크 목록 작성
2.
심판 위원회 구성: IT팀 + 교육과정팀 + 법무팀 + 현장 교사
3.
하나씩 심사: "이거 진짜 필요해?" → 필요 없으면 삭제
4.
2년마다 재검토: 살아남은 것도 계속 점검
결과:
항목
에듀테크 개수
1,000개+
346개
연간 절감액
-
약 13억 원
교사 만족도
낮음
상승
70%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진작 안 했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6개 플랫폼에 6번 로그인하면 1년에 90시간이 사라진다

BETT 2026에서 가장 많이 들은 문장:
"더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문제입니다."
Tom Rogerson 교장(영국 Cottesmore School)의 말입니다:
"기술은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합니다. 쪼그라들게 하면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세요.
A 선생님의 하루:
1.
오전 8시: 출석 체크 (A플랫폼 로그인)
2.
1교시: 수업 자료 공유 (B플랫폼 로그인)
3.
2교시: 퀴즈 진행 (C플랫폼 로그인)
4.
점심: 학부모 메시지 확인 (D플랫폼 로그인)
5.
오후: 과제 채점 (E플랫폼 로그인)
6.
방과후: 성적 입력 (F플랫폼 로그인)
6개의 다른 에듀테크. 6개의 다른 비밀번호. 6개의 다른 인터페이스.
로그인하는 데 쓰는 시간만 하루 30분. 1년이면 90시간입니다.

넓고 얕게 말고, 좁고 깊게

BETT 2026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향입니다.

"뭐든 다 하는 AI" 대신 "한 가지 전문가 AI"

❌ "이 플랫폼으로 출석도 되고, 과제도 되고, 소통도 됩니다!"
✅ "이 플랫폼은 수학 풀이 과정만 추적합니다. 대신 세계 최고입니다."
예시:
Magma Math: 수학 문제 풀이 과정을 영상처럼 재생. 학생이 어디서 막혔는지 교사가 정확히 봄
Snorkl: 학생이 말로 설명하면 AI가 즉시 피드백. "여기 논리가 비약됐어" 같은 구체적 코멘트

로그인 한 번으로 전부 접근하는 SSO

SSO = Single Sign-On
학교 계정 하나로 모든 플랫폼에 자동 로그인
"비밀번호가 뭐였지?" 사라짐

도입 전에 "교사 시간이 실제로 줄어드나요?" 묻기

새 에듀테크를 도입하기 전, 이 질문을 던지세요:
질문
확인 방법
배우는 데 얼마나 걸려요?
30분 연수 vs 3시간 연수
매일 쓰면 얼마나 절약돼요?
하루 5분? 10분?
우리 LMS랑 연동돼요?
따로 로그인 필요한지
3번 클릭으로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어요?
직접 테스트
배우는 시간 > 절약되는 시간이면, 도입하지 마세요.

관리자가 아니라 현장 교사가 선택에 참여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이거 쓰세요" ❌
실제로 매일 쓸 선생님들이 테스트하고 투표 ✅

3개월 이상 안 쓴 에듀테크는 삭제 후보다

오늘부터 쓸 수 있는 체크리스트입니다.
플랫폼 이름
마지막 사용일
대체 가능?
판정
_____
_____
예/아니오
유지/삭제
_____
_____
예/아니오
유지/삭제
정리 기준:
3개월 이상 안 씀 → 삭제 후보
비슷한 기능의 다른 플랫폼이 있음 → 하나만 남기기
무료 체험 끝남 → 유료 전환 안 할 거면 삭제

에듀테크 10개 대충 쓰지 말고 3개를 깊이 쓰세요

BETT 2026을 한 문장으로:
"Fewer Tools, Better Classrooms"
적은 도구로, 더 나은 교실
냉장고 정리하듯 에듀테크도 정리하세요. 안 쓰는 건 버리고, 비슷한 건 하나만 남기고, 남은 건 제대로 쓰기.
Hannah Fry 교수의 말이 계속 맴돕니다.
"진짜 배움은 편한 곳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머리 싸매고 끙끙대는 그 순간에 일어납니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듀테크 10개 대충 쓰느라 끙끙대지 마시고, 3개를 깊이 써보세요.
가르치는 시간을 되찾으세요.
#BETT2026 #에듀테크 #교사피로 #FewerToolsBetterClassrooms #오늘배움
참고 자료:
Education Policy Institute (2025). "Edtech decision-making and inclusive practice"
EdWeek (2025). "How This District Cut Hundreds of Ed-Tech Tools and Saved $1M"
Learnosity (2025). UK Teachers Struggling with Marking Workload Study
EdWeek Research Center (2021). Technology in Schools Survey
SETDA (2025). State EdTech Trends Report
BETT 2026 공식 키노트 및 세션 (2026.01.21-23, London ExC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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