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정욕 (원작: 아사이 료)
키시 유시요키
Jun 9, 2024
  1. 일본
존 오브 인터레스트
조나단 글레이저
Jun 15, 2024
  1. 영미권

정욕 (원작: 아사이 료)

감독
키시 유시요키
감상일
Jun 9, 2024
Created at
Created by
  • Jun
분류
  1. 일본
작년 동경 출장을 갔다가 길거리 포스터를 보고, 개봉하면 언젠가 꼭 봐야지, 했던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됐다. 개봉했는지도 몰랐는데 볼만한 영화를 CGV 앱을 들락거리며 찾아보다, 가키의 얼굴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예고편을 다시 한 번 찾아봤고, 짐작조차 가지 않는 미묘한 대사가 겹쳐진 불친절한 씬들의 연결에 흥분한 채 집을 나섰다.
개인적으로, 기류와 사사키가 섹스를 흉내내며 웃다 서로가 겹쳐지던 장면이 가장 좋았다. 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섹슈얼리티를 비웃는 듯한 그들의 순수함이, 많은 것들을 비틀어놓는 듯 했다. 한편, 이들의 이러한 '흉내내기'는 (히로키 검사의 수사처럼) "세계의 버그"라는 범주에서 "세계의"라는 수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분명히 하면서도, 현실로부터 인정받기보다는 현실을 먼저 인정하라는 정상성의 심급 아래 타자들의 숙명으로 보이기도 했다.
나는 기류, 사사키와 같은 인물들에게 잠재하고 있는 감정선에 크게 동조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세계로부터 강요받는 자기 욕망에 대한 입증책임'과 그에 대한 '부정 혹은 실천의 부담에서 오는 불편-부당함'이다. 세계와 뒤섞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부정해야 하거나, 자신을 드러내야할 때는 세계의 불인정와 멸시를 감내해야 한다. 자기 부정와 멸시, 모두 우울의 원천이다. (가령, 나에게 "여자친구"의 유무와 일상에 대해 묻는 주변인들이 나를 불쾌하게 만든다)
"어디까지를 바른 욕망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식의 평들이 많다. 무엇가를 '인정할 수 있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권위(권력)를 등에 업고 손쉽게 얹을 수 있는 평이라 생각한다.
같은 영화관에 한 할아버지 관객이 계셨다. 할아버지와 영화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섣불이 말을 걸어보지 못했다. 어쩌다 이 영화를 보게 되셨을까? 일본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일까? 영화를 본 후 할아버지께서 생각하는 다이버시티란 무엇일까? 영화 시작 전 자리를 안내 받고는 젊은이들이 착해서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했는데, 또래 나이 많은 사람들의 어떤 점이 싫었을까? 따위의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