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류, 사사키와 같은 인물들에게 잠재하고 있는 감정선에 크게 동조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세계로부터 강요받는 자기 욕망에 대한 입증책임'과 그에 대한 '부정 혹은 실천의 부담에서 오는 불편-부당함'이다. 세계와 뒤섞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부정해야 하거나, 자신을 드러내야할 때는 세계의 불인정와 멸시를 감내해야 한다. 자기 부정와 멸시, 모두 우울의 원천이다. (가령, 나에게 "여자친구"의 유무와 일상에 대해 묻는 주변인들이 나를 불쾌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