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은 예술에서 민감한 주제다. 특히 피해자 서사에 관해서는 언제나 과열된다. '있는 그대로'라는 명명 하에 스너프 필름이 되기도 하고, 왜곡된 해석을 낳기도 한다. (함부로 말하기 쉽지 않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민감함'으로부터 피해가는 듯 하다. 피해자를 배경에 두고, 가해자의 '가해자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징들을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성실하게 설치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피해의 끔찍함을 보여줄 때 보다 간편하게 관객을 설득할 수 있지만, 이 방법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실하다' (요즘 예술가들에게 대해 '성실하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