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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잇는 대중문화: 일본 그 초국가적 욕망

저자
이와부치 고이치
평가
⭐⭐⭐
완독일
07/12/2024
분류
  1. 비문학
Created by
  • Jun
일본에서 '아시아'는 일본과는 단절된 한 이미지로 뭉뚱그려 이해되고 있다. 일본이 아시아라고 불리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사실이지만 일본이 '아시아'라는 문화적 상상체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도 자명하다. ... '서구'가 일본이 본받아야 할 근대적 타자였다면 '아시아'는 일본이 덮어 버려야 할 과거, 일본의 근대와화 문명화의 정도를 알려주는 음화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 일본이 서구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세계 질서를 받아들이면서 서구 못지않은 강국 또는 문명국의 국가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일본-아시아-서구라는 삼자의 상상체를 본질론적으로 만들어 가는 가운데 '아시아'에 대한 이른바 오리엔탈 오리엔탈리즘을 발전시킨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일본 점령은 일본의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망각케 하여, 일본에서 '전후'는 주로 패전자 또는 희생자 입장에서 논의되어 왔다. 전후의 혼종주의 언설은 일본과 서구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전개되었고, 비서구 식민국이라는 일본의 양면성을 덮어두는 결과를 가져왔다. ... 절대적 타자로서 미국의 존재가 전후 일본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면서, 일본은 과거에 다른 아시아 민족을 동화하려 한 사실을 은폐하고 미국과 공모하여 서로를 타자로 만들면서 인종적, 민족적 단일성을 전제로 한 '일본'이라는 문화적 유기체를 새롭게 상상하고 만들어 냈다.

... '일본 전통'이 되기 위해서는 '서구'의 시선에서 '일본다움'이 부여되는 극히 근대적인 과정이 필요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나 미시마 유키오 등의 작가가 서구의 시선을 의식하여 일본 전통의 아름다움을 그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고 ... 일본의 '전통 문화'는 서구 오리엔탈리즘과 일본의 셀프 오리엔탈리즘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일본다움'을 획득해 왔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양자의 근본적인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어야 했다. ... 일본의 셀프 오리엔탈리즘은 서구 오리엔탈리즘의 시선 자체를 객체화하려 하기 때문에 일본의(에 의한) '미국 놀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일본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지배 관계 바깥에 '일본'이라는 주체를 세움으로써 '일본'이라는 서구 문화의 지배 대상은 유보된다.

포맷 판매나 아이돌 발굴을 통해 일본 미디어 산업이 바라는 것은 진정한 '일본다움'을 강요하려는 것도 아니고, '일본'의 이미지에 상품 가치를 부여하려는 것도 아니다. 또 아시아 시장에서 일본 미디어 산업이 만들려는 것은 물론 '전통적' 문화도 아니고, 서구 문화의 단순한 복사물도 아니다. 오히려 서구(미국)에서 만들어진 대중문화를 아시아 지역에서 멋지게 지역화라여는 새롭고 다양한 중산층적인 '아시아다움'이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만들어 내는 노하우야말로 일본 미디어 산업이 다른 아시아 지역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최대의 무기라도 생각되었다.

일본 미디어 산업들이 미국 문화를 토착화하는 일본의 세련된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서구에서 시작된 근대가 전지구적으로 토착화되면서 아시아와 서구 사이에 위치한다고 생각해 온 일본의 문화적 역할이 불안해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 "일본 시스템은 지나치게 자기 완결적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식의 강력한 불안이 섞여 있다.

문화적 근접성론은 왜 문화적으로 가까운 지역의 미디어 텍스트 중 특정한 것만을 받아들이는지 또 그러한 미디어 텍스트가 선호되어 소비될 때 어떠한 쾌락을 얻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 일본의 문화 수출은 막강한 경제력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문화적 근접성 연구에 필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자발적 행위 시점이다. 문화적 근접성을 텍스트 안에 내재하는 것으로 볼 경우 시청자들이 텍스트에서 쾌락을 얻어내는 능동적 역할은 경시되어 버린다.

... 대만 시청자들이 일본 드라마에서 느끼는 편안한 거리감과 친금함은 두 나라의 경제 격차가 미미해졌다는 의식에서 나온 동시간성의 공유 의식 때문이기도 하다.

... 문제는 서구 주도의 자본주의적 근대성 가운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현재 일본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삶을 희망이 있는 인간다운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절실한 요망이다. 그 절박감은 왜 현재의 다른 아시아 사회나 문화에 향수를 기울이게 되었는지를 부분적이나마 설명한다. 경제 불황과 사회 불안 속에서 미래 전망을 잃고 있는 일본에서 새로 상상하게 된 '아시아'는, 질식 상태이고 폐쇄적이고 경직된 일본 사회와는 대조적인 이상향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아시아는 단순히 일본의 과거 모습이라는 의미에서 낭만화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변혁을 향해 정신을 고양시키는, 이상적인 대체상으로 평가된다.

현재 일본과 이사이 나라들의 관계에 여전히 살아있는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 없이, 아시아 지역에서 문화 공감대를 자본화하는 일이 추진되고 일본에 유리한 (관계) 불균형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서 아시아 타자를 만나는 일은 앞으로 늘어날 것이고 다양한 초국가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국가주의적인 사회적 상상력을 초국가적인 대화로 변화시키고, 사적 환상을 비판적 역사 인식과 결합해 자기 변혁과 사회 변화라는 현실적 프로젝트로 이어가려는 낙관적 개입 의지를 계속 갖기 위해서라도 언제나 초국가적인 상호 연결과 상호 관통이 만들어 내는 불균형을 지나치지 말고 그것에 비판적으로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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