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도락 여행] 성수에서 만나는 대만의 향기…성수 ‘바오 서울’
보통 대만 음식이라고 하면 우육면이나 샤오룽바오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 두 가지 음식을 대표 메뉴로 내세운 대만 음식점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서울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대만 길거리 음식들도 나타난 가게가 있다. 성수동의 ‘바오 서울’이다. 대만의 길거리 음식인 바오번을 친근하고 맛있게 선보이는 곳이다. 매일 바오번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수량이 한정적이다. 그 때문에 늦게 가면 바오번을 이용한 메뉴는 품절일 때도 있다. 오픈 런을 부르는 그 말에 평일 오전 성수동으로 향했다. 바오 서울은 성수동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연무장길 끝자락에 있다. 개점 시간 5분 전에 도착했더니 대기 4번째였다. 개점 시간인 11시 30분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빈자리는 4인용 바 테이블뿐이었다. 11시 40분쯤 작은 매장이 가득 차, 마치 대만 야시장에 온 듯 북적였다. 이곳은 특이하게 매장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간판을 달았다. 빨간색과 초록색 한자가 적힌 간판을 보니 진짜 대만에 온 듯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대만 음식점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매장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벽에는 한자를 적었다. 자리에 앉으면 준비된 메뉴판에 원하는 메뉴를 체크한 후 직원에게 전달하면 된다. 모든 메뉴에 고수가 들어가지만 고수를 못 먹는다면 빼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따로 달라고 요청하면 접시에 담아주니 취향이 다른 사람끼리 가도 걱정할 필요 없다. 이곳은 음식 양이 적어 1인 2 메뉴 또는 1인 3 메뉴를 추천한다. 메뉴판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음식 사진을 볼 수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클래식 바오와 쉬림프 바오, 추가로 동파육 덮밥과 양고기 볶음면을 주문했다. 주문한 지 5분도 안 돼서 바오가 나왔다. 바오는 대만식 햄버거이자 길거리 음식이다. 호빵처럼 쪄서 만드는데 매일 가게에서 직접 반죽하여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클래식 바오는 잘게 자른 동파육, 갓 피클, 쪽파, 땅콩을 바오번 사이에 넣었다. 번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재료가 들어가 있다. 속 재료가 가득 들어있어 손보다는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먹는 것이 좋다. 달달한 고기와 부드러운 빵을 함께 먹으니 고기가 가득 든 야채 호빵을 먹는 맛이다. 동파육이 간이 센 편이라 속 재료와 번과 같이 먹으니 잘 어우러진다. 쉬림프 바오는 바오번 사이에 패티와 야채, 소스를 넣었다. 새우 패티가 매우 두툼해 씹는 식감이 좋다. 큼직한 새우가 패티 안에 그대로 들어있어 탱글탱글한 식감을 자랑한다. 마치 멘보샤를 먹는 듯한 맛. 기름에 튀긴 패티가 느끼하다고 생각될 때쯤 빵 사이에 스며든 스리라차 마요 소스가 느끼함을 잠재워 준다. 양상추나 피클 대신 새콤한 소스에 버무린 코울슬로를 넣었다. 단순한 속 재료가 오히려 새우 패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빵과 패티, 소스와 코울슬로의 간단한 조합이지만 고급스러운 맛이다. 작은 크기가 아쉬워지는 맛. 언뜻 보면 장조림 덮밥 같기도 한 동파육 덮밥. 밥에 팔각향이라는 향신료 향을 입히고, 동파육은 결대로 찢어 절인 오이, 갓 피클, 쪽파와 함께 나온다. 그 덕에 밥을 먹을 때마다 향신료 향이 은은하게 난다. 달달한 간장에 오래도록 절인 동파육은 식감이 부드러워 장조림보단 갈비찜이 생각나는 맛이다. 절인 오이와 잘게 다진 갓 피클을 함께 비벼서 먹으면 되는데,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색다른 맛이 나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양고기 볶음면은 주문 받은 즉시 면을 뽑아줘서 식감이 수제비같이 쫀득하다. 고추기름으로 맛을 내 톡 쏘는 매콤함이 매력적이다. 거기에 양고기까지 더해져 가장 현지 음식다운 맛. 양꼬치에 찍어 먹는 쯔란가루로 향신료 향을 더했다. 고추기름과 쯔란가루가 더해져 먹다 보면 물을 찾게 되는 매콤함이다. 양고기는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어 부족함 없이 먹을 수 있다. 대만의 매콤함을 담은 듯한 맛.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바오번은 부드럽고 푹신하다. 동파육 덮밥과 양고기 볶음면도 향신료 향을 듬뿍 담았다. 음식만큼이나 가게 자체에서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가게 내부의 화려한 간판과 몇 없는 좌석은 야시장에 온 듯한 분위기다. 가게부터 음식까지 대만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성수 ‘바오 서울’. 새로운 스타일의 대만 음식이 끌린다면 이곳을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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