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기록
보통은 학창 시절 문득 올려다본 나뭇잎 사이, 그 사이로 쏟아지던 햇살을 떠올리면 따스한 기운이 몸 안으로 스며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습니다. 빛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마음은 어지럽고, 감정은 좀처럼 물러가지 않았습니다. 살면서 언제 가슴이 따뜻했었지, 언제 마음이 편안했었지— 떠오르는 기억들은 희미하기만 했습니다. 감흥은 메말라 있었고, ‘나는 그런 기억조차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며들며 울적함이 차오르려 했습니다. 그냥… 한동안은 음악이 흘러가는 걸 들으며 조용히 호흡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떠올렸습니다. 조건도, 이유도 없이 그저 나이기에 사랑해 주는 어떤 존재의 시선을. 저 높은 곳에서, 빛처럼 내려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 사람들은 그것을 신이라 부르기도 하고, 근원, 신성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나는 그 시선이 좋으면서도 어쩐지 버거웠습니다. 기꺼이 누릴 줄 모르는 마음, 내 안 어딘가에서 거부하고 있는 마음이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아, 그래서였구나. 겉으로는 바라고 원하면서도 정작 내 깊은 곳에서는 스스로를 막아 서 있었구나. 나는 그 사실을 조용히 바라보았습니다. 그 마음을 억누르지 않고, 그 마음에조차 사랑의 시선을 보내주었습니다.
- 연재
- 찬스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