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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봄의원 스탭 구스타브의 건강과 기능의학, 저탄고지 식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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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내 식단에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 키토인의 사회적 서바이벌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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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스타프입니다.
새로운 건강 습관을 형성하려는 사람들의 1/3은 주변인의 부정적 반응으로 인해 중도 포기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죠.
제가 식단을 안내해드렸던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의지가 활활 타올랐지만, '위험한 식이요법으로 몸을 망치지 마라'라는 주변 사람들의 반복된 말에 결국 의욕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여러분이 키토제닉을 몇 년째 혹은 몇 번째 시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오늘은 왜 주변 사람들이 우리의 건강한 변화를 방해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들이 당신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 - 크랩 멘탈리티
(제가 좋아하는) '극한직업' 같은 다큐를 보다 보면 어부가 게를 잡을 때 뚜껑 없는 양동이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게들은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월드워Z'의 좀비들처럼 서로의 몸을 쌓고 밟으면 탈출할 수 있을 텐데, 탈출하는 게들이 거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게들은 한 마리가 탈출하려 하면 오히려 다른 게들이 함께 끌어내려 모두 함께 갇히는 행동을 보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은 인간 사회에서도 쉽게 관찰됩니다. 누군가가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하면, 주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으려 합니다. 특히 오랫동안 동일한 패턴으로 관계를 유지해온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주의할 점은, 이것이 여러분이 잘되는 것을 바라지 않거나 실패하기를 바라서가 아닙니다. 대부분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 때문입니다.
키토제닉 식단을 시작했을 때 "그런 극단적인 방법 말고 운동이나 열심히 해라"라거나 "그렇게 고기만 먹으면 혈관 터지지 않을까?"라는 말을 들었다면, 크랩 멘탈리티가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변화가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그들이 자신의 생활 방식에 의문을 품게 될까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변화에 저항하는 네 가지 심리학적 트리거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에드 트로닉과 소아정신건강전문의 클로디아 M. 골드의 저서 '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에 따르면, 우리가 변화할 때 주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불안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관계의 변화에 대한 불안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 일부를 형성하기 때문에, 관계의 변화는 곧 자아 개념의 재구성을 의미합니다. 사회심리학자 수잔 크로스(Susan Cross)의 연구에 따르면, 상호의존적 자아 개념을 가진 사람들은 관계의 변화를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그녀가 변하면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 뒤에는 사실 "내가 그/그녀의 삶에서 여전히 중요한 사람일까?"라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자리합니다. 사람들은 관계의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이를 감소시키기 위해 때로는 상대방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저지하려는 행동을 보입니다.
실생활에서는 이런 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새로운 취미나 관심사를 발전시키기 시작할 때 배우자나 친구가 보이는 미묘한 방해나 비난이 이에 해당합니다. "요가에 그렇게 시간 쏟을 필요 있어?", "명상한다고 갑자기 달라질 것 같아?" 같은 말들은 겉으로는 관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화에 대한 불안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관계 변화에 대한 불안은 특히 장기적인, 깊은 유대를 형성해 온 관계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는 가까운 관계에서 안정감을 얻으며, 이 안정성이 위협받을 때 불안과 저항이 생깁니다. 결국, 관계의 변화에 대한 불안은 단순한 이기심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소속감과 안정에 대한 욕구의 표현입니다.
ㅂㄷㅂㄷ...
본인의 부족함을 마주할 것에 대한 두려움(+귀찮음, 불편함)
진정한 염려와 통제 욕구는 종종 같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방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리학적으로 이는 '투사(projection)'라는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성장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미흡한 점을 돌아보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심리적 저항이 생깁니다. 그들은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을 당신에게 투사하고, 이를 '사랑의 충고'로 포장합니다. 특히 상대가 사회적 불안이 높은 경우 필요 이상으로 강한 공격적 반응이 나타납니다. ("왜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요.)
"키토제닉 식단은 콜레스테롤을 높여서 혈관과 심장에 안 좋지 않을까?", "고기 많이 먹으면 신장에 무리가 간데요. 통풍은 어쩔 거예요?", "그렇게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뇌가 멈춘다는데 괜찮아?" 이런 말들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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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
변화한 개인이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게 되면서 관계 내 '권력 구조'가 무너질 것이라는 불안이 작용합니다. 이는 서로의 관계가 애매해질 수 있는 상황을 해결할 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반발심리라고 할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 배우자, 오랜 친구들은 자신을 당신의 '보호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의 정체성 일부는 당신을 돌보고, 조언하고, 때로는 통제하는 역할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이것이 부모님이 여러분의 충고를 잘 안 듣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여러분이 독립적으로 건강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면, 그들은 자신의 역할이 위협받는다고 느낍니다.
상담하면서 만난 50대 여성 한 분은 키토제닉 식단을 시작한 후 체중도 적당히 줄어들고 혈당도 안정되어 당뇨약도 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이 계속 "그 식단 위험하대!"라고 필요이상으로 잔소리를 하면서 여러 자료(비건 유튜버 등)를 보여주며 본인의 주장을 강요했다고 해요.(다행히 아내분은 꾸준히 잘 하고 계십니다 ㅎㅎ) 남편에게는 아내의 식사를 참견하는 것이 '돌봄'의 표현 방식이었고, 아내가 독립적인 식이 결정을 내리자 자신의 역할이 축소된다고 느낀 것이죠.
고기는 혈관에 나쁘다고 친구!!!
정보 부족과 오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원인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주변인들의 걱정은 단순히 정보 부족이나 오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토제닉 식단에 대한 대중적 이해는 종종 오래된 영양학적 관점(모든 지방은 나쁘다, 탄수화물은 필수다 등)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해는 여러분의 선택에 대한 진정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 기저에는 여전히 통제의 욕구가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옳다, 그러니 너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한 의사분은 본인이 키토제닉 식단으로 제2형 당뇨를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친정어머니가 끊임없이 "한국인은 밥심이지"라고 말하며 온 가족의 밥공기에 밥을 수북히 담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는 오랜 세대에 걸쳐 형성된 식이 관념이 과학적 증거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입니다. (의사도 설득 못한 것을 우리가 어떻게 설득하겠습니까?)
어머님 막내 도련님이 키토한데요...
정 없다'는 말이 폭력이 될 때 - 한국 식탁에서 살아남는 법
"밥 먹었어?"가 인사말이 되는 나라, 한국에서 식사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은 '같이 먹기' 문화가 강한 사회입니다. "밥 한번 먹자"는 말이 인사가 되고, 회식은 직장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며, 가족 식사는 유대감의 상징입니다.
이런 문화적 배경에서 키토제닉 식단과 같은 제한 식이는 단순한 개인 선택을 넘어 문화적 도전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모임에서 "너만 다르게 먹으면 분위기가 깨지잖아", "참 정 없네", "어른이 주는데 버릇없이..."라는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닌 공동체 규범에 대한 위반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집단적 분위기 속에서 키토제닉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종종 사회적 규범과 기대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고,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더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국의 공동체 중심 식사 문화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전통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건강 필요성과 균형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내 식단,내 선택!' 타인의 간섭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네 가지 전략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건강한 '에고 바운더리(ego boundaries)'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고 바운더리란 자신과 타인을 심리적으로 구분하는 경계로, 타인의 의견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결정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심리적 방어막입니다.
유연하면서도 단호한 경계를 설정해봅시다!
심리학자 니나 브라운(Nina Brown)은 에고 바운더리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부드러운 경계, 스폰지 경계, 엄격한 경계, 유연한 경계. 이 중 가장 이상적인 것은 '유연한 경계'입니다. 이는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결정권을 지킬 수 있는 균형 잡힌 상태를 의미합니다.
키토제닉 식단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유연한 에고 바운더리를 설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봤습니다. (물론 이대로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상황과 상대에 따라 표현을 바꿔 적용해보세요.)
1.
명확하게 의사 표시 하기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하되,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나"를 중심으로 단호하게 표현합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안듣습니다;;;) 상대방에게 당신의 경계를 존중해달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상대방의 기분을 해치지 않게 전달하는게 중요합니다. 명확하게 전달한다는게 자칫 너무 단호함을 강조하다보면 과하게 되기 쉽거든요. 방법이나 표현의 차이는 있어도 좋은의도로 나에게 조언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효과적인 표현 예시:
"엄마가 걱정 하는거 당연하고, 이해해요. 하지만 이 방식이 지금 나한테 효과가 있어요."
"조언 고마워요. 제가 이 식단에 대해 많이 연구했고, 제 몸의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있어요."
"함께 먹는 시간은 소중하지만, 제 건강 관리 방식도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피해야 할 표현:
"엄마는 왜 맨날 내가 식단만 하면 방해해요?"
"넌 건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왠 충고?"
"A씨 식사나 신경쓰시고 제 밥은 신경 쓰지 마세요."
2.
특별한 상황을 위한 전략 수립하기
가족 모임, 회식, 외식 등 특별한 상황에서는 미리 전략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머리아플수도 있지만 정면돌파 보다 측면승부를 하는게 오히려 내 에너지도 절약하고 데미지를 줄일수 있으니까요.
-사전 준비: 모임 전에 메뉴를 확인하거나, 필요하다면 식당에 특별 요청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합니다. 가능하다면 메뉴를 직접 주도하는 총무 포지션을 선점하는 것도 좋습니다.
-대안 제시: "오늘 저녁은 한식당 대신 고기집은 어떨까요?"와 같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제안합니다. (약간의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일명 박쥐력)
-작은 양해: "설날에는 떡국 국물에 떡 조금하고 밥을 말아서 한 그릇 먹겠습니다"와 같이 특별한 상황에서는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하면서 상황을 살짝 이탈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위기대응 능력, 탈압박 센스 필요)
-기여하기: 모임에 키토 친화적인 음식을 직접 가져가서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너도? 너도? 너도?
3.
지지 네트워크 구축하기
비슷한 식이 패턴을 가진 사람들과의 연결은 강력한 지지 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대화 했던 내용이라던지 질문에 대답했던 답변들 보여주면 다른사람을 설득하기도 좋구요.
-온라인 커뮤니티: 키토제닉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온라인 그룹(카페, 오픈채팅 등)에 가입하여 경험과 조언을 공유합니다.
-식이 파트너: 가능하다면 함께 키토제닉 식단을 실천할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을 찾습니다.(동키: 동네키토 모임!!!)
-전문가 지원: 혼자서 어렵다면 키토제닉 친화적인 기능의학병원과 같은 전문가의 지원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필수는 아닙니다)
슬프게도 우리의 식단하는 모습은 이렇습니다. 다시 1일 합시다!
4.
우선순위 명확히 하기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식단을 고수하는 것보다 실패하지 않는게 더 중요합니다. 하루 정도 미끄러진다고 큰일나는게 아니니까요. 언제 부터 우리가 성공만 했나요? '오늘 부터 다시 1일!' 이라고 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키웁시다.
-80/20 원칙: 대부분의 식사(약 80%)는 계획대로 식단을 지키고, 나머지 식사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식단으로 진행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단단하게 버티면 오히려 부러지기 쉽죠. 갈대가 바람에 날리듯 잠깐잠깐 바람(식욕)에 몸을 맞겨 보는것도 나쁘지 않죠. (하지만 너무 자주 흔들리면 안돼겠죠?!!)
-사회적 연결 vs 식단: 때로는 사회적 연결이 완벽한 식단 준수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행사나 특별한 날에는 약간의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 식단을 지키고 갑분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왕따 주의!!)
-스트레스 관리: 식단 준수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고려하는 것이 좋겠죠? 후폭풍을 처리 하는 감정적, 사회적 비용 무시 못합니다 ㅎㅎ
에고 바운더리 설정은 연습과 시간이 제법 필요한 기술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꾸준한 실천을 통해 자신의 건강 결정을 지키면서도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꾸 하다보면 늘기도 하고 주변사람들도 이해해주는 지점 까지 도달할 때가 많거든요. 물론 여러분의 의지와 노력여하에 따라 그 시기는 좀 다르긴 하지만요.
길게 말했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건강을 위한 선택(식단)을 존중받는 것은 나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이 권리를 주장하는 방식이 주변의 관계와 사회적인 위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하면서도 단호한 경계를 설정하고 계속 넓혀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키토제닉 식단은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진정한 목적은 더 건강하고, 활력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 도구가 당신의 목적에 얼마나 잘 기여하는지, 그리고 여러분의 전반적인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어떻게 지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시길 바랍니다.
사실 그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말은.....
너나 잘하세요...
고기는 혈관에 나쁘다고 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