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어둡다. 이렇게 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모든 이야기가 인간의 음울하고 사악하고 불가해한 면을 다룬다는 뜻은 아니다. 유독 그런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인간의 맑고 선하고 투명한 면을 다루는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야기가 어둠 속에서만 보이는 풍경, 그러니까 너무 환한 곳에서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풍경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올봄에 출간한 서윤후의 시집 <나쁘게 눈부시기> (문학과지성사)를 읽으면서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