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에는 뼈가 있고, 경험이 있고, 지혜가 있다. 그런 어른들께서 연휴가 되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올해도 건강하게", "건강하십쇼", "건강이 제일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닐 적엔 이 말이 그냥 겉치레 인사, 덧붙이는 말 정도로만 느껴졌다. 아프면 수업을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좋았기에, 어딘가 아픈곳이 있는 것은 일종의 자랑거리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건강한 것이 왜 중요한지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특히 시험기간. 시험 공부 해야할 것들이 태산같이 쌓여있는데 이 때 주변에 감기에 걸린 친구가 있으면 괜히 그 친구 곁에 가까이 가기 싫어지고, 만약 몸이 아픈 것 같으면 앞으로 어떡할 지 막막한 느낌. 그치만 이 때도 시험기간이 아니고서야 몸이 아프면 그냥 침대에 누워 유튜브 보며 요양하는 건 똑같았다. 이렇게 아프지 말아야 할 시간, 아파도 되는 시간이 나뉘어져 있었기에 '계속해서' 건강해야 한다는 건 뜬구름 잡는 소리같았다. 대학교에 진학하고서, 그리고 최근들어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왜 중요한지 깨닫고 있는 중이다. 요새는 '예전과 비교해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매일같이 진땀을 빼며 인생농도10000배로 산다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시간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예전이었으면 지금보다 열 배는 더 유튜브와 웹툰, 옷 구경으로 허비했을 시간들을 과제, 사람 만나기, 동아리 활동에 쓰고 있다. 그렇기에 초중고등학생, 대학교 새내기가 아닌 대학교 2학년 2학기 김건호의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다. 이런 시간을 '몸이 아파서' 쉬어야 하기 때문에 잠과 요양으로 보내버린다고 상상하면 참으로 무섭다. 기숙사에서 혼자 끙끙 앓으며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해야할 과제는 뒷전으로 한 채 병과 싸워야 한다는 건 정말 무섭다. 예전과는 다르게 하루 중에서 낭비할 시간이 하나도 없는 지금은 하루도 아프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내 책임이 되어버렸다. 내가 아프고 싶지 않기에, 건강해야하는 이유는 나 자신에게 있게 되는 것이다. 훗날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해보면 그 책임은 더욱 무거워 질 것 같다. 건강해야 하는 이유가 나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 확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프면 가족들은 내가 해야할 몫을 대신 짊어지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 어른이 되었을 때 건강이란 상상할 수도 없이 소중할 것이다. 어른들께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인 가족들을 보았을 때 항상 건강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너가 아프면 내가 힘들어'가 아니라 '내게 건강이란 진짜 소중한 보물인데 너는 오죽하겠니'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께 '건강하세요'는 '당신의 보물이 안녕하시기를 기원합니다'인 것이다. 아무튼 처음으로 돌아와, 조금 딴 소리를 하자면,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에는 모두 뼈가 있다. 특히 결혼, 건강, 직업, 돈, 가정... 이 분야에 대해 하시는 말씀은 철없는 내가 듣기에 지나치게 현실적이거나 내 가치관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몸에 좋은 약이 쓰다고 하던가, 몇 십년을 더 살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어른들의 말씀에 녹아있고 이를 소화해내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씁슬함은 그 약효를 생각하면 당연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내가 피부로 느끼고 가슴으로 받아내야 할 경험들을 겨우 몇 마디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면 당연히 쓰디 쓸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