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생각 : 비둘기똥
본가로 가기 위해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짐이 너무 많아 대기실에 들어가 앉아있기로 했다. 그렇게 짐을 옆에 두고 앉아 책을 읽던 도중, 비둘기 한 마리가 눈에 띠었다. 비둘기는 마치 눈치를 보듯 밖을 서성이다 대기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처음엔 이 비둘기가 왜 안으로 들어왔을까 생각을 하려다 멈췄다. 딱히 대단한 일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비둘기를 그만 보고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무언가 비둘기에게서 퓨슉 튀어나왔다. 비둘기똥이었다. 난 새가 똥을 어떻게 싸는지 이때 처음 알게되었다. 그러곤 비둘기는 목을 빳빳하게 치켜들고 대기실 안을 또 서성거렸다. 그런데 나는 또 특이한 점 한 가지를 발견했다. 한쪽 다리의 발가락은 모두 잘려나가 있었고, 나머지 한쪽은 두 개의 발가락만 남아있었다. 이 비둘기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 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이 사실을 알고나니 비둘기가 그냥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절뚝거리며 걸어다녔다는 것도 비로소 보이게 되었다. 그렇게 비둘기는 한참을 대기실 안을 베회하다 날아갔다. 난 드디어 왜 이 비둘기가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을까 생각을 다시 진지하게 해보고 싶었다. 비둘기는 이러한 말을 해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 "너희들같이 안락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줄 것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 영양소를 다 뽑아먹고 남은 찌꺼기와 장애가 주는 구경거리 밖에 없다."
- 막생각
- 김건호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