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는 아니지만, 노벨상 공개 주간이기도 한 만큼 가볍게 설명하는 글을 써 보았습니다. 인공지능이 어떤 방식으로 화학 연구에 응용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이번 주 노벨상 공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모 선생님이 친히 DM으로 보내준것처럼, 비전공자 또한 인공지능이 노벨 화학상을 탄 것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 알파폴드와 단백질 구조 예측에 절반, 단백질 설계에 절반의 상이 돌아갔는데, 사실 화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예상 가능한 수상 항목이긴 했다. 작년 수상자 예측에도 있었고, 언젠가는 받았을 분야에 상이 돌아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구글 딥마인드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에 놀라워하였고, 언론 등지에서도 AI의 확대에 대해 우려하는 기사들이 많았지만, 화학을 전공하는 본인의 입장에서는 단백질 설계 또한 재밌는 분야라 생각한다. David Baker 교수는 단백질 구조예측 및 설계 분야에 있었다면 누구나 그 이름을 들어본 대가이다. 10여 년 전에 단백질 접는 게임을 개발한 것도 이 연구실인데, 그 당시 많은 게이머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주제로 기억한다. Baker 교수는 기존의 자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구조체를 설계하며, 기존에는 없었던 de novo 효소를 디자인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그가 설계한 단백질 중에는 자가조립을 통한 나노입자(인공 바이러스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를 만드는 단백질,, 피코몰 (리터 당 10^-12 몰, 1조 개의 분자 중 하나를 찾는 민감도) 단위의 물질을 감지하는 단백질, 줄기세포가 새로운 혈관으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단백질, 수천만개의 새로운 약물 구조체들, 탄소 저장 단백질 등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이 있다.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실험적으로 검증되며 인류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도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Baker 교수는 또한 RFDiffusion을 통해 단백질 구조를 새로 그려내어 단백질을 디자인하는 도구를 개발하였고, 오픈소스를 통해 자유롭게 공개하였다. 알파폴드에 대한 설명은 수많은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바 있고, 단백질의 구조를 90% 이상 정확하게 예측한다. 알파폴드는 구조가 명확하게 정의된 구간에 대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이를 통해 수많은 단백질들의 구조가 알려지며 기존에는 몇 년의 연구가 필요하였던 분야가 이제는 수 분만에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예측에 있어 Intrinsically Disordered region (IDR)이라 불리는 구조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마치 축 처진 끈과 같은 구간에 대해 좋은 예측을 할 수 없다. 인체 내 단백질은 IDR을 통해 다양한 구조를 가지게 되며 서로 달라붙고, 신호를 전달하며, 여러 복합체를 형성한다. 알파폴드의 예측은 좋은 예측이지만, 그것을 완벽한 구조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마치 망원경을 통해 수십 광년 떨어진 별을 관측해 항성계 속 외계 행성의 존재를 입증한 상황에서, 외계행성의 성질을 분석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망원경은 더 이상 지구 속에 있지 않고, 제임스 웹 망원경과 같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관측 결과들을 전달해주고 있다. 아직 현대 기술은 단백질이라는 우주를 직접 방문해 탐험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아직 인공지능은 단백질의 제일 안정한 구조를 알려주는 것이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단백질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기습 홍보를 하자면, 현재 필자가 속해 있는 단백질 동역학 연구실은 움직이고 있는 단백질을 관찰하고, 그 특성을 분석하는 생물물리 연구실이다. 단백질은 결정 구조 속 가만히 있는 존재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구조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킨다. 아직 우리는 단백질 우주를 겉에서 바라보고 있을 뿐, 그 속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지 못하고 있다. 현대 과학은 단백질이 접히고 움직이며 신호 전달을 수행하며, 특별한 방식으로 뭉치면서 질환들을 일으키는지, 즉 단백질 동역학에 대한 정보는 명확하지 않다. 아직 인류는 단백질의 언어를 해독하기 시작한 것이며 완전한 해독을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Baker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날기 위해서는 새를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기역학을 이해한 후 비행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새의 해부를 조금이나마 이해했을 뿐, 아직 새가 나는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아직 단백질 우주에는 모르는 것이 널려 있고, 앞으로 탐구할 문제들은 무궁무진하다. 단백질이라는 우주를 여행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들이 개발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단백질 우주를 탐험하기 제일 좋은 시간이다.